지금 세계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인한 대혼란을 겪고 있다.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코로나페염 세계적 대류행(pandemic)을 선언했고 5월 6일 기준 확진자는 370만 명 가까이 육박해왔으며 25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속출했다.
벌써 몇달째. 차고 넘치는, 진위를 가릴 수 없는 각양각색의 정보들에 일희일비하고 언제 자신의 생존반경범위에 불쑥 들이닥칠지 모를 바이러스의 공포에 전전긍긍하는 나날들. 우리는 바야흐로 끝이 어디인지, 그 끝이란 게 과연 있기는 한 건지 도무지 예측 불가하여 불안한 전염병류행기간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공포의 바이러스에 의해 우리네 평온하던 일상 역시 조금씩, 아니 크게 변해가고 있다. 학교에 가서 뛰여놀고 공부해야 할 아이들이 종일 집안에 갇혀서 컴퓨터와 핸드폰을 마주해야 하고 경기불황으로 실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파산에 직면한 자영업자들이 부지기수이다. 결혼식이 무기한 연기되고 대학 졸업생들의 취직활동이 정지되고 토플, 류학, 각종 국가 자격증시험도 련달아 취소되였다. 마스크착용이 일상화되였고 어디를 가든 건강코드(健康码) 제시와 지역이동의 신고가 의무화되였다.
솔직히 음력설 즈음까지만 해도 호북성을 비롯한 극소수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신종코로나페염의 위험성을 그다지 실감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나서 금방 전국으로 퍼진 바이러스의 위협. 여기 연변에서도 어느 날 갑자기 약방이나 백화점에서 흔히 보이던 마스크가 자취를 감추고 위챗이나 인터넷에서만 고가로 거래되기 시작했다. 뒤이어 최초 감염자가 발견되고 도시는 모든 기능을 중단시켰다. 사회구역은 봉페식 관리에 들어갔고 한 가구당 하루에 한번, 한명씩 생활필수품 구입을 하도록 통제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층 번호를 누르는 티슈를 걸어놓았고 매일 소독수를 뿌렸다. 메이퇀마저 영업을 정지한 상황에서 온 집 식구가 집밥을 고집하는 '삼식이'로 되여버렸고 양고기뀀이며 랭면이며 먹고 싶은 것 투성이라는 '아우성'들이 여기저기서 울려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상황이 2월 말쯤이면 끝날 것이라는 빗나간 예상들을 했었고 학교들 또한 3주간의 온라인수업을 준비하도록 요구했다. 일본, 한국에 있는 지인들은 '중국의 전염병상황'을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지원해줬다. 중국에서는 확진자 수가 확연히 줄어들고 일상으로의 복귀가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듯 보였다. 그러나 이내 일본,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각지로 퍼져버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그리고 귀국의 발걸음을 다그치는 사람들로 인해 또 다시 들썩이기 시작한 해외류입 신종코로나바이러스와 또 한번 멀어진 일상생활. 세계화된 지구촌에서 전염병은 국가와 지역의 장벽을 너무나 쉽게 뛰여넘는다. 국제적 경계가 없는 질병 바이러스에게 뚫지 못할 방어벽이 없다는 점을 우리는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교수는 베스트셀러 저서 《총, 균, 쇠》에서 세균이 인류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론리를 펼친다. 인간의 거의 모든 전염병은 동물에서 온다고 한다. 한편으로 인류는 약 8천년~6천 500년전의 신석기시대로부터 지속적으로 전염병의 고통을 받아왔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신석기혁명에 기인한 농업의 시작과 함께 인간은 가축과 더불어 모여 사는 정착생활양식을 취하게 되였으며 이는 또 역설적으로 인간이 병균의 숙주 역할을 하고 부단한 접촉과 교류를 통해 그 병균들을 전파, 확산하는 데 큰 기여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의 전 지구적 신종코로나페염 전염병상황은 21세기에 들어서 한층 활발해진 지역, 국가 간의 빈번한 인구이동과 긴밀한 련결성이 바이러스확산이라는 붙는 불에 얼마나 '신나게' 키질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국가•민족 간의 상호 배타와 혐오가 아닌 국제적 협력과 련대의 필요성을 새삼스레 깨닫게 하기도 한다.
이 세상에 의미 없는 사연과 사물은 없다. 혹독한 대가를 지불했고 여전히 진행중인 재난이지만 우리는 신종코로나페염을 통해 적지 않은 것을 보았고 배웠고 깨달았다. 전국 각지로부터 무한에 파견된 의료일군들과 거주지역 병원 의료종사자, 방역일군들, 사회구역, 정부 공무원, 경찰들의 로고에 감사하고 그들의 렬악한 근무조건에 가슴 아파하고 그들의 고상한 인간성에 감격했다. 여러 나라들 사이에서 오고가고, 주고받는 마스크에 깃든 정에 감동했고 인연의 소중함과 생명의 고귀함을 온전히 되새겼다. 신종코로나페염이 아니였으면 이러한 것들이 이렇게 또렷이 보였을가.
세계보건기구가 국제적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듯이 당분간 우리는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보잘 것 없는 개개인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지극히 당연한 책임이고 선택에 불과하지만 질서를 지키고 남을 배려하고 함께 하는 요즘 우리네 평범한 일상이 어찌 보면 마땅한 치료제도, 백신도, 그 어떤 것도 기약할 수 없는 현재를 살아가는 가장 큰 지혜이자 원동력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몇달간의 경험과 성과가 이를 증명하기도 하기에.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이하는 속성으로 인간의 면역체계라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그 생존을 이어나간다. 인간이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하나 또 하나의 바이러스를 물리치면서 버텨왔지만 바이러스 또한 끈질기게 따라붙어 항상 새로운 변종으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다. 2세기 후반 유럽의 천연두로부터 시작하여 콜레라, 페스트…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 2015년 메르스, 현재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언제나 위기를 극복하고 력사의 흐름을 주도해왔다. 신종 코로나페염은 사상 초유의 강적임이 틀림없다. 후세에 필히 기록되고 오래도록 전해질 오늘날의 우리네 삶, 누구 하나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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