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 가장 밝은 혜성 '아이손'.. 11월 말 맨눈으로
조글로미디어(ZOGLO) 2013년10월14일 11시57분    조회:4910
1680년 11월 대낮의 유럽 하늘에 커다란 혜성이 나타났다. 어찌나 밝은지 한낮인데도 긴 꼬리가 맨눈으로 선명하게 보였다. 이 신비한 현상을 놓칠 새라 너도 나도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 보던 당시 유럽인들의 모습이 한 네덜란드 화가의 작품에 담기기도 했다. 이 혜성을 처음 발견한 건 독일의 천문학자 갓프리드 키르히지만, 지금은 '뉴턴의 혜성'으로 더 잘 알려졌다. 영국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이 바로 이 혜성을 보고 행성 운동의 규칙을 설명하는 검색하기">케플러의 법칙을 증명했고, 그걸 바탕으로 유명한 만유인력의 법칙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 지난 4일 새벽 4시42분경 경북 영천시 화북면 보현산천문대 전영범·변우원 연구원이 구경 155㎜ 굴절망원경을 촬영한 아이손 혜성

↑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아이손 혜성이 지나온 궤도. 한국천문연구원·미국 고다드우주비행센터 제공

뉴턴의 혜성에 붙여진 공식 이름은 'C/1680 V1'이다. 망원경으로 발견된 최초의 혜성이며, 지금까지 지구에서 관측된 가장 밝은 혜성 중 하나로 꼽힌다. 다음달 인류는 1680년 유럽인들이 맛본 짜릿함을 수백 년 만에 다시 한번 경험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C/1680 V1과 꼭 닮은 녀석이 지구 가까이로 오고 있다.

아이손을 주목하는 이유

이번에 인류와 조우할 행성은 'C/2012 S1'이다. 지난해 9월 러시아가 주도하는 국제 공동 천문연구팀인 '국제과학광학네트워크(ISON)'가 처음 발견했다고 해서 '아이손 혜성'이라고 불린다. 천문학자들이 이 혜성을 주목한 가장 큰 이유는 밝기 때문이다.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는 11월 말~12월 초엔 운이 좋으면 1680년 당시처럼 대낮에 맨눈으로도 아이손이 만들어내는 장관을 볼 수 있을 거란 추측이다.

혜성이 다른 천체보다 밝은 이유는 본체인 핵을 둘러싸고 있는 '코마(Coma)' 덕분이다. 혜성은 크게 머리와 꼬리의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머리 중심부에는 암석이나 유기물질로 이뤄진 핵이 있다. 핵 주위는 태양에서 받는 열 때문에 핵 속 물질들이 증발해 만들어진 먼지와 가스가 둘러싸고 있다. 이게 바로 코마다. 코마를 이루는 먼지와 가스 중에는 태양에너지를 받아 빛을 내는 것들이 많다. 코마가 클수록 이런 물질들이 계속 뿜어 나오기 때문에 혜성이 더 밝게 보이게 된다.

천문학자들은 아이손 코마의 지름이 400m~2km 사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정도면 사실 코마가 대단히 큰 건 아니다. 유명한 검색하기">핼리 혜성의 코마 지름은 약 20km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자들이 아이손 혜성을 "금세기 들어 가장 밝은 혜성"일 것으로 확신하는 이유는 태양과의 거리 때문이다.

코마가 크고 빛을 내는 물질이 상당히 많더라도 태양에서 너무 멀면 에너지를 충분히 받지 못하기 때문에 밝아질 수가 없다. 그런데 아이손은 수많은 혜성 중 태양에 아주 가까이 다가가는 '선그레이징(sungrazing)' 그룹에 속한다. 다음달 29일(한국시간) 아이손은 태양 중심에서 0.012천문단위(AU, 1AU는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인 1억5,000만km) 떨어진 위치를 통과한다. 태양 표면으로부터 치면 약 110만km 지점이다. 서울에서 뉴욕까지의 100배 정도니 우주 규모에선 엄청나게 가까운 거리다. 그만큼 태양에너지를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뉴턴의 혜성이 1680년 태양에서 0.006AU 떨어진 곳을 지나갔으니 아이손 역시 당시처럼 아주 밝게 보일 것으로 천문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사업본부 선임연구원은 또 "지금까지 나타났던 선그레이징 혜성은 과거 있었던 혜성들에서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크라우츠 그룹)가 대부분이었지만, 아이손은 그 자체가 온전한 하나의 혜성"이라며 "크라우츠 그룹이 아닌 선그레이징 혜성은 1680년 뉴턴의 혜성 이후 아이손이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천문학자들은 태양에서 대략 5만AU 떨어진, 명왕성보다 훨씬 먼 우주 공간에 수많은 소행성들이 마치 구름처럼 모여 태양계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가설을 처음 제시한 네덜란드 천문학자 얀 오르트의 이름을 따 이 공간은 '오르트 구름'이라고 불린다. 바로 여기가 아이손을 비롯한 많은 혜성의 고향일 것으로 천문학계는 추측하고 있다. 오르트 구름 안에 머물던 천체 일부가 태양을 향해 떨어져 나와 지금의 아이손이 됐다는 것이다.

처음이자 마지막

아이손은 이달 1일(한국시간) 화성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를 지나 현재 시속 약 7만7,000km로 태양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요즘도 새벽 해뜨기 직전 동쪽하늘을 직경이 큰 망원경이나 성능이 아주 좋은 쌍안경으로 보면 흐릿한 꼬리 부분을 관측할 수 있다. 점점 밝아지다 태양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11월 29일 전후엔 강한 태양빛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게 된다. 그리고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는 연말에 다시 해뜨기 전 북동쪽 지평선 근처나 해 진 뒤 북서쪽 하늘에서 맨눈이나 쌍안경으로 관측할 수 있다. 올 초 천문학자들은 사실 아이손이 보름달만큼 아주 밝게 보일 것 같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밝아지는 속도가 주춤해져 지금으로선 금성 정도 밝기로 예상하고 있다.

혜성이 태양에 가까워지면 핵 속 물질들이 폭발적으로 분출돼 나오면서 압력 때문?길게 밀려나간다. 이렇게 해서 혜성의 꼬리가 만들어진다. 그 중 일부 물질은 전자를 잃거나 얻으면서 다양한 색을 내기도 한다. 최 연구원은 "태양을 지나면서 아예 메말라 버리지 않을 만큼 핵이 충분히 크다면 올 연말 파란색, 노란색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 아이손의 모습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아이손이 지구에서 점점 멀어지는 내년 초엔 또 다른 장관이 펼쳐질 수도 있다. 아이손이 태양계를 통과하며 지나간 길을 2014년 1월 중순 지구가 지나게 되는데, 이 때 혜성이 뿌려놓은 부스러기들이 지구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유성우(流星雨ㆍ별똥별이 비처럼 쏟아지는 현상)다.

70여 년마다 돌아오는 핼리 혜성과 달리 아이손은 이번에 지구를 스쳐가면 다시는 볼 수 없다. 핼리 혜성은 움직이는 궤도가 타원형인데 비해 아이손은 포물선 모양이기 때문이다. 태양계 밖 더 먼 우주로 사라지기 전 아이손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지구에 선사할 장관을 세계 천문학계가 기다리고 있다.

임소형기자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28
  • 지구의 70.8%를 차지하며 표면적이 3억 6100만㎢에 달하는 거대 공간이 바로 바다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남극해, 북극해 등 5대양(五大洋) 만큼 넓은 바다가 지구 깊숙이 숨겨져 있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미국 과학전문매체 라이브 사이언스닷컴은 미국 뉴멕시코대학·노스웨스턴 ...
  • 2014-06-16
  • ▲'별들의 탁아소'일까. NGC7538의 거대한 먼지 덩어리가 앞으로 별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사진제공=ESA/NASA] NGC 7538의 기묘한 고리, 천문학자들의 연구대상  별들도 태어나고 자라고 죽음을 맞는다. 별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거대한 에너지, 수소 등의 가스, 먼지 구름 등이 별을 만...
  • 2014-06-13
  • 초신성은 흔히 질량이 큰 별이 삶을 마감할 때 엄청난 폭발로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지만, 모든 초신성이 이런 방식으로 발생하진 않는다. ‘la형’으로 불리는 초신성은 작고 밀도가 높지만 이미 죽은 별인 백색왜성의 폭발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이런 보기 드문 la형 초신성 폭발의 잔해를 천문학자들이 ...
  • 2014-06-13
  • 악당들에게 쫓기는 한 남자가 위험하게 창문에 매달려있다. 창문은 무려 4층건물 높이,  그냥 뛰여내렸다가는 생명이 위험해질수도 있다. 이때 남자가 누군가를 부른다. “키트, 도와줘. 창문밑으로 빨리 와.” 그러자 미끈한 외양의 검은색 스포츠카가 주인의 말을 알아듣는 애마처럼 창문밑으로 와서 지붕...
  • 2014-06-12
  • 핵폭탄보다 무려 1억 배나 위력이 센 무시무시한 2연속 태양 폭발 현상이 관측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우주과학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은 미 항공우주국(NASA) 태양활동관측위성(solar dynamics observatory)이 2연속으로 폭발하는 보기 드문 태양플레어 현상을 포착하는데 성공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2014-06-11
  • 미국 항공우주국이 10일 ‘오늘의 천문학 사진’으로 선정해 공개한 이미지다. NGC 5194 또는 M51b이라 불리는 회오리 모양의 은하 모습을 담았다. 찬드라 X레이 망원경과 허블 망원경이 촬영한 이미지를 합성해 제작한 M51b는 ‘우주의 화사한 꽃한송이’ 혹은 ‘거대한 우주 네온사인’이...
  • 2014-06-11
  • ▲X2등급의 태양 플레어가 태양활동관측위성(SDO)에 포착됐다.[사진제공=NASA] 나사, 태양활동관측위성 통해 포착  10일 오전 10시42분(미국동부시간) 태양이 X2등급 태양 플레어를 방출했다. 태양의 다른 곳보다 아주 밝게 빛나며 방출된 이번 플레어로 많은 양의 방사능이 우주로 날아들었다. 강력한 플레어를 방출...
  • 2014-06-11
  • 빛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레이저로 지상에 동영상을 전송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6월6일(현지시각) 발표했다.  NASA는 ISS에 실린 '레이저 통신 과학을 위한 광학 탑재물(OPALS·Optical Payload for Lasercomm Science)&r...
  • 2014-06-11
  • 미국 영화 ‘그래비티(Gravity)’는 허블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선 밖에 나간 우주인들이 인공위성 잔해에 부딪혀 연결선이 끊어지면서 ‘우주 미아’가 되는 상황을 다뤘다. 충분히 개연성 있는 스토리인 데다 암흑의 우주 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 두려움에 떠는 인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 2014-06-10
  • ▲강력한 빛을 내뿜는 아름다운 'NGC 1566' 성운.[사진제공=NASA] 나사 허블망원경 포착  아름답게 나선형으로 강력한 빛을 내뿜는 성운이 발견됐다. 지구로부터 4000만광년 떨어져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6일(현지시간) 남쪽 하늘에 위치해 있는 '황새치자리'에서 허블우주망원경이 포착한 NGC...
  • 2014-06-09
‹처음  이전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