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블랙홀'을 학부생이 어떻게 발견했나?
조글로미디어(ZOGLO) 2013년11월13일 13시34분    조회:3261
국내 연구진이 '쌍둥이 블랙홀'을 찾아냈습니다. 쌍둥이 블랙홀이라는 건, 블랙홀 자체가 그렇지만, 참 신비로운 현상입니다. 가까운 두 곳에서 빛을 포함한 모든 물질을 빨아들인다니요, 눈으로 볼 수 없으니 상상도 안 됩니다. 블랙홀 2개가 닮았다는 뜻의 쌍둥이는 아닙니다. 이번에 발견한 건 서로 2,600광년 떨어져 있는데, 지구에서는 45억 광년이나 멀리, 지구적 표현이라 멀다는 느낌이 잘 안 납니다만, 아무튼 어마어마하게 멀리 있어서, 둘을 구분하는 게 어렵고 거의 하나로 보인다는 뜻에서 쌍둥이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형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4천만 배, 동생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5백만 배입니다. 외국에서는 이런 걸 그냥 binary black hole, 서로 다른 두 개의 블랙홀이라고 부른다니, 쌍둥이 블랙홀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사람처럼 의인화된 셈입니다.

쌍둥이 블랙홀의 결정적 단서를 찾아낸 건 대학 학부생입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3학년 조호진 학생(논문 제2저자)입니다. 지난해 유럽 남천문대의 블랙홀 데이터를 연구하다가 우연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블랙홀 주변에서는 가스가 움직이는데, 이 가스가 빛을 내고, 지구에서는 그 빛의 세기를 관측할 수 있습니다. 블랙홀은 보통 파장에 따른 빛의 세기 그래프가 좌우 대칭으로 나오는데, 학생이 본 그래프는 완전한 대칭이 아니라 약간 찌그러진 모양이었던 것입니다. 학생은 물리천문학부 우종학 교수(논문 제1저자)에게 이걸 얘기했고, 집중적인 연구 결과 블랙홀은 하나가 아니라 사실 두 개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금까지 학계에서 검증된쌍둥이 블랙홀은 단 3개에 불과합니다.

약간 어려운 얘기를 덧붙이자면, 빛의 세기 그래프(흰색)가 찌그러진 이유는 이렇습니다. 우주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고, 블랙홀과 지구는 그래서 계속 멀어지고 있으므로, 앞서 얘기한 빛의 파장을 지구에서 관측하면 적색 편이가 나타납니다. 원래 파장보다 긴 쪽으로 그래프가 치우치는 것입니다. 근데 그래프가 찌그러졌으니, 혹시 두 개의 그래프가 합쳐져서 그런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된 겁니다. 분석 결과 그게 맞았습니다. 서로 다른 2개의 블랙홀이, 지구로부터 서로 다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는 흰색 아래 빨간색 그래프 2개가 서로 다른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걸 넌지시 알려주고 있습니다. 허블우주망원경으로 그곳을 관측한 결과, 두 개의 블랙홀은 서로 다른 두 은하의 중심과 일치했습니다.

사실 유럽 남천문대의 데이터는 특별한 게 아니었습니다. 이미 2006년에 나왔던 자료라고 합니다. 처음엔 그걸 관측한 기관이 정보를 쥐고 있다가, 몇 년이 지나면, 아 별 게 없구나, 일반에 그냥 연구용으로 공개하자, 이렇게 해서 학부생에게 데이터가 넘어간 것입니다. 학생이 유럽에 가서 직접 관측한 자료도 아니고, 지금은 남천문대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공개돼 있습니다. 물론 찌그러진 그래프가 모두 쌍둥이 블랙홀로 직결되는 건 아닙니다. 만일 그랬다면, 데이터를 처음 손에 쥔 외국 연구진이 이걸 그냥 넘어갔을 리가 없습니다. 이 데이터를 처음 관측한 외국 연구진은, 쌍둥이 블랙홀이 아닐 수도 있다는 여러 가정을 내놓았다고 하는데, 속이 좀 쓰렸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한 우연에서 시작해, 끈질기게 추적한 집념이, 값진 과학적 성과로 이어진 순간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왕립천문학회지 온라인판에 실렸습니다. 쌍둥이 블랙홀은 이제 막 발표한 상태여서, 아직 학계가 이견 없이 인정하는 단계는 아닙니다.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우주에 쏘아 올린 찬드라 X선 망원경으로 촬영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블랙홀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기 때문에 X선 망원경으로 찍으면 하얀 점으로 나타납니다. 인터넷에서 NGC6240 혹은 NGC3393을 검색해보면, 이들 은하 중심의 쌍둥이 블랙홀이 두 개의 하얀 점으로 얼굴을 드러낸 걸 볼 수 있습니다. 한 학생의 '행운+노력'이 조만간 신비로운 우주 사진으로 검증되길 기다려봅니다.


박세용 기자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28
  • 미국 항공우주국의 ‘오늘의 천문학 사진’ 사이트가 최근 공개한 이미지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퍼트가 발견한 이 은하 집단은 뱀자리에 위치하고 세이퍼트 6중주단(Seyfert's Sextet)이라 불린다. 그런데 이름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은하가 6개인 것은 아니다. 두 개는 다른 은하의 부분이거나...
  • 2013-12-27
  • 과학기술위성3호가 촬영한 안드로메다은하의 적외선 우주관측 영상(왼쪽)과 한국천문연구원이 촬영한 안드로메다은하의 광학 지상관측 영상(오른쪽) 국내 최초 근적외선 위성카메라 시험영상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위성 3호가 국내 최초의 근적외선 위성카메라를 활용해 찍은 안드로메다...
  • 2013-12-26
  • 사진출처: 사이언티픽 아메리카 달을 거느리고 먼 우주를 홀로 떠도는 외부행성이 처음으로 발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닷컴과 네이처 뉴스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터데임 대학의 데이비드 베넷 교수가 이끄는 미국 연구진은 지난 2011년 뉴질랜드와 태즈메이니아의 망원경을 이용해 궁수자리에...
  • 2013-12-26
  • 토성 탐사선 카시니가 촬영한 '토성 표면' [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미항공우주국(NASA,나사)의 토성탐사선인 카시니가 촬영한 토성과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엔셀라두스의 사진이 공개됐다.  겨울을 맞은 토성 남반구의 모습. 푸른색을 띄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나사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토성과 토...
  • 2013-12-25
  • [서울신문 나우뉴스]실제 블랙홀을 카메라 렌즈에 담는 200억 규모 대형 프로젝트가 유럽에서 착수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허핑턴 포스트는 유럽 천체물리학자 팀이 유럽연구위원회로부터 1400만유로(한화 약 201억 원)를 지원받아 실제 블랙홀을 촬영하는 ‘블랙홀 캠(BlackHoleCam)’ 계획...
  • 2013-12-25
  •   [해외망(海外網)] 현재 창어(嫦娥) 3호가 달에 도착한 후부터 ‘창어’와 ‘옥토끼’는 달에서 상호 촬영을 진행 중이지만, 인류는 언제쯤 달에서 장기간 생활할 수 있을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지만, 중국은 현재 이를 위해 막 ‘웨궁(月宮) 1호’ 건설을 마치고 전대미문의...
  • 2013-12-23
  • [서울신문 나우뉴스]기기 하나로 영화, 인터넷, TV,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고(高) 스펙 스마트폰’도 좋지만 투박하더라도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나만의 ‘휴대전화’가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아두이노(Arduino) 보드 기술을 활용한 ‘DIY(Do it yourself&mi...
  • 2013-12-23
  • 개의 뇌파를 읽어 인간 언어로 바꾸는 기기가 곧 출시될 예정이다. 아직 단순한 감정을 전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동물과 인간 사이의 소통방법을 좀 더 깊은 단계로 이끌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미국 씨넷은 18일(현지시간) '업'(UP)이라는 애니메이...
  • 2013-12-23
  • 최근 허블망원경이 목성의 위성 유로파에서 수증기 분출 기둥을 발견해 지구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미 목성의 위성 이오에서는 화산분출 현상이 발견된 바 있다. 목성 탐사가 시작된 지 어느 새 40년이 지났다. 하지만 목성과 주변 위성은 여전히 신비롭다.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최초로 목성에 도달해 ...
  • 2013-12-17
  • 북아메리카에서 수천만년 전에 널리 서식했던 오리주둥이공룡이 수탉처럼 머리 위에 붉은 볏을 갖고 있었던 사실이 최초로 밝혀졌다고 인터넷 과학 전문사이트 사이언스 데일리가 최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호주 뉴잉글랜드대학교 필 벨 교수팀은 오리주둥이공룡의 미이라화된 표본을 조사 연구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
  • 2013-12-16
‹처음  이전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