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얼음 깊이 설치된 연구장치에서 우주로부터 날아온 초고에너지 중성미자가 최초로 포착됐다.
세계 11개국 39개 기관 200여명의 연구자로 구성된 `아이스큐브' 국제공동 연구팀은 남극 얼음층에서 우주로부터 날아온 초고에너지 중성미자의 흔적을 최초로 포착,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에 22일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카르스텐 로트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가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팀은 지구 바깥에서 날아온 초고에너지 중성미자를 포착하기 위해 남극점 얼음 속 1500∼2000m 깊이에 세계 최대 중성미자 검출기인 아이스큐브를 설치, 중성미자가 얼음을 지나가면서 남기는 미세한 빛을 포착하기 위해 공동연구를 해 왔다.
중성미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고 질량이 0에 가까운 소립자다. 다양한 소스에서 만들어지지만 다른 입자와 상호작용을 하지 않고 너무 가벼워 검출이 힘들기 때문에 `유령입자'라고도 불린다. 아이스큐브 연구자들은 그중에서도 초신성 폭발, 중성자별, 블랙홀 등에서 만들어져 우주에서 날아온 초고에너지 중성미자의 흔적을 찾아왔다. 이를 통해 초신성, 암흑물질, 우주선 등이 담고 있는 우주의 비밀을 벗겨내기 위한 것.
연구자들은 뜨거운 물로 얼음을 녹여 구멍을 내는 특수 설계 드릴로 얼음을 파 86개의 구멍을 뚫고 구멍마다 농구공 크기 디지털광검출모듈(DOM) 60개를 설치했다. 총 5160개의 모듈을 얼음 속에 설치하고, 얼음 표면에도 344개를 고정시켰다. 이 장치는 초고에너지 중성미자가 얼음속 산소 원자핵과 충돌할 때 만들어지는 소립자인 뮤온 입자가 내는 푸른빛을 포착하도록 설계됐다.
연구진은 이 장치를 통해 2010년 5월부터 2012년 5월까지 2년간 28건의 충돌 건을 포착해 이번에 발표했다. 성균관대 로트 교수는 이 연구에 초기부터 참여했으며, 암흑물질탐색팀 책임자로 실험 데이터의 품질 관리를 맡았다.
연구자들은 "이번 발견은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입자가속기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거대강입자충돌기(LHC)보다 4000만배는 강력한 50테라전자볼트 에너지의 입자 가속이 우주 어느 지점에선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제 존재를 포착한 만큼 중성미자가 어디서 어떤 과정을 통해 발생해 날아왔는지 알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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