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서 벌레가 나왔어요."
지난 3월 초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김치 제조업체 A사는 소비자 최모(46)씨한테서 이런 전화를 받았다. 부산 북구의 한 대형 마트에서 이 업체 김치를 샀는데 벌레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새 김치를 보내 드리면 안 될까요?"
"다른 보상을 해주세요. 안 그러면 구청·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하거나 마트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겁니다."
결국 A 업체는 벌레가 든 김치를 소포로 받아 확인하고 직원을 보내 사과한 뒤 2300원짜리 김치에 대해 20만원을 보상해 줬다.
최씨는 함께 사는 공범 변모(35)씨와 함께 이런 수법으로 지난 2월 13일부터 5개월간 309개 식품업체로부터 3500만원을 뜯어냈다. 김자반, 고사리, 쌀과자, 빵, 참치·복숭아 통조림, 떡, 쫀드기, 건포도, 해파리냉채, 두부, 고구마순, 누룽지, 어묵, 돈가스 소스, 순대…. 대형 마트에서 파는 온갖 식품을 대상으로 했다. 이 상품들에 넣은 이물질도 파리, 거미, 개미, 공벌레, 구더기 등 벌레에서 작은 돌, 플라스틱, 머리카락, 생선 뼈, 실 등 다양했다. 과자, 강정 등 단것에는 꼬이게 마련인 파리·개미 등을, 떡엔 머리카락, 누룽지엔 돌 등을 넣었다.
파리, 개미 등 벌레는 음식 쓰레기통이나 화단 등지에서 채집해 보관해 뒀다가 사용했다. 경찰은 "대형 마트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최씨 등은 특히 소비자 항의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능력이 없는 영세 업체만 상대로 이런 짓을 했다"고 말했다.
최씨 등이 뜯어낸 돈은 업체당 1만~30만원이었다. 지난 5월 중순엔 북구의 저소득 노인들로 이뤄진 한 사회적 기업에서 만든 쌀강정에 개미를 넣어 10만원을 뜯기도 했다. 그러나 이 범행을 진행하던 중 공범 변씨에게 보내려 한 '자기야, ○○업체,○○회사 등 3개 회사에서 수금 다 끝냈나?' 하는 카톡 메시지를 실수로 이 기업 관계자에게 보내는 바람에 꼬리가 잡혔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9일 두 사람을 공갈 등 혐의로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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