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죽여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살인을 저지른 40대 여성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용관)는 스트레스와 수면장애로 고통받던 지인을 살해한 혐의(촉탁살인)로 기소된 이모(45·여)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같은 동네에 살며 알고 지내던 이씨와 A(53·여)씨의 관계는 10여년 전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던 이씨를 A씨가 도와주면서 급속히 가까워졌다.
그러나 이씨는 지난 7월부터 층간소음 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앓기 시작했다. 여기에 소화불량과 수면장애, 위장염 등이 더해지자 급기야 A씨는 이씨에게 "나를 죽여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따라 이씨와 A씨는 지난 8월6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 함께 투숙해 A씨는 이씨에게 자신이 잠에 들면 죽여달라고 부탁한 뒤 수면제 수알을 복용하고 잠을 청했다.
그러나 차마 이씨는 A씨를 살해하지 못했고 잠에서 깨어난 A씨는 "왜 나를 보내지 않았어? 왜 약속대로 하지 않았어?"라며 이씨를 원망했다.
이틀 뒤인 같은 달 8일 A씨는 또 다시 이씨에게 "죽여달라"고 부탁했다. 간곡한 지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이씨는 결국 A씨와 함께 중구의 호텔을 다시 찾았다.
결국 이씨는 A씨의 부탁에 수면제 20정을 복용하고 잠이 든 A씨의 얼굴을 배게로 눌러 숨지게 했다.
재판부는 "인간 존재의 근원인 생명을 앗아갔다는 점에서 행위 및 결과에 따른 불법성이 매우 크다"며 "이씨는 A씨가 생전에 고통이 너무 커 죽음을 간절히 원했고, 이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적어도 A씨의 부탁을 거부함으로써 범행에 이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A씨가 생전에 위장염과 결장염, 폐렴과 수면장애 등에 시달려왔고 이씨가 그런 A씨를 보살피며 함께 병원에도 다닌 점, 이씨 역시 현재 정신분열증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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