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그녀가 너무 부러웠다' … 남의 삶 베낀 30대 여성의 비극
조글로미디어(ZOGLO) 2015년1월7일 14시35분    조회:442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사건:텔링] 비행기 사고, 아빠·오빠 잃어
시가 10억 아파트 살면서도
결혼 파국 등으로 우울증
우연히 주운 신분증 주인 행세
SNS 부녀 대화 엿보며 만족감
운전면허증·카드까지 발급
600만원 대출 받았다 덜미






당신은 화장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비닐봉투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헬스클럽에 운동하러 온 누군가가 떨어뜨린 소지품일 게다. 주변엔 아무도 없다. 잠시 망설이다 슬그머니 봉투를 열어 본다.

 ‘OO여대 음악대학 최희진’.

 봉투에서 학생증이 나온다. 운전면허증·주민등록증도 보인다. 신분증 속 여자를 묵묵히 바라본다. 화사하고 맑은 여대생의 얼굴…. 2009년 여름, 서울 목동의 한 빌딩에서 주인 잃은 신분증을 주워 들고 밖으로 나온다.

 당신의 이름은 박미희. 그 뒤로 5년이 흘렀으니 이제 서른두 살이 됐다. 신분증은 방 안 어딘가에 보관해 뒀다. 아니, 보관이 아니라 은닉이라고 하자. 신분증 속 희진을 볼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저려 왔으므로, 일부러 숨겼다고 말해야 옳다. 저 해맑은 여자 얼굴이 내 것이었다면…. 문득 희진의 삶을 탐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이내 그만뒀다. 무슨 수로 타인의 삶을 탐할 것인가.

 2014년 11월의 어느 날. 방 청소를 하던 중이었다. 하필이면 그날 왜 그것이 손에 닿게 됐을까. 5년 전 주워서 어디에 둔 건지도 잊어버렸던 희진의 신분증이. 신분증에 새겨진 희진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화사한 희진의 얼굴은 쓸쓸함을 증폭시켰다. 당신, 그러니까 서른두 살의 박미희는 과거의 어느 날로 기억을 되감고 있었다. 희진처럼 밝게 빛나는 얼굴로 살아가던 그때 그 시절로.

 중학교 때였다. 아빠는 해외 출장을 떠났다. 하나뿐인 오빠를 데리고서였다. 그때 엄마는 없었다. 아빠와 엄마는 이미 이혼한 상태였으니까. 엄마의 빈자리는 컸지만, 그래도 좋은 아빠가 있으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런데 그날, 아빠와 오빠가 탄 비행기가 추락했다. 뉴스에서 사망자 명단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빠와 오빠의 이름이 하얀색 자막으로 떠올랐고, 당신은 태어나서 가장 큰 소리로 울었다.

 항공기 사고 이후 주어진 건 수억원의 돈이었다. 겨우 중학생이었던 터에 아빠와 오빠의 죽음이 돈으로 환산되는 현실은 잔혹했다. 보상금이 나온 직후 엄마가 돌아왔지만 사춘기 소녀가 감당하기 힘든 우울이 일상을 집어삼켰다. 미국 유학까지 갔다 온 뒤로도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빠를 향한 그리움이 자꾸만 우울감으로 번졌다. 이후 회계사와 결혼했지만 결혼생활도 행복하지 않았다. 엄마는 남편의 가난한 출신 배경을 문제 삼았다. 결국 엄마는 재력가 집안의 아들을 몰래 소개했다. 이 사실을 안 남편이 간통죄로 고소했고, 결국 당신은 이혼했다.

 이혼한 뒤 맨 처음 한 일은 개명 신청이었다. 어떻게든 불운한 생을 지우고 싶었으니까. 박미희라는 새 이름을 얻었지만, 이름을 바꾼다고 삶이 통째로 바뀌는 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생을 완전히 지우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순 없을까. 그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쯤 5년 만에 희진의 신분증이 나타났던 것이다. 신분증을 다시 보니 5년 전 희진은 서울의 한 여대에서 첼로를 전공하고 있었다. 당신도 고등학교 때까진 음악가를 꿈꿨다. 하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영문학을 택했다. 미국 유학을 한 경험을 발판 삼아 프리랜서 번역가로 살았지만 성과는 변변치 못했다.

 하지만 희진은…. 당신에게 없는 걸 죄다 갖춘 여자였다. 이후 희진의 삶을 좇기 시작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뒤지고, e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까지 알아냈다. 주민등록번호 등을 조합하니 비밀번호는 의외로 쉽게 풀렸다. 모든 일이 너무도 자연스레 흘러갔다. 마치 운명처럼.

 차근차근 희진의 삶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희진은 미국 유학을 떠나 있었다. 희진과 그의 아빠가 주고받은 e메일 수십 통도 있었다. ‘나도 이런 아빠가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희진의 삶을 훔치기 시작했다. 자신의 삶을 지우고 아예 희진이 되기로 결심했다. 희진의 주민번호로 주민등록등본과 성적·졸업증명서 같은 각종 증명서를 뗐다. 그래야만 희진이 될 것 같았다. 희진의 운전면허증을 들고 도로교통공단에 가서 면허증도 새로 만들었다. 다른 얼굴은 성형수술을 했다고 둘러댔다.

 당신은 그렇게 희진이 됐다. 두려움은 없었다. 새로 받은 운전면허증을 들고 가 희진의 이름으로 은행 체크카드 2장을 만들고 휴대전화도 개통했다. 제2금융권에서 600만원 대출도 받았다. 딱히 돈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아빠와 오빠의 사망 보상금으로 시가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구입했을 정도로 물질적으론 풍족한 편이니까.

 불행한 삶을 모두 지우고 희진으로 살고 싶었다. 그런데 대출을 받은 게 발목을 잡았다. 대출통지서가 집으로 날아간다는 걸 미처 생각지 못했다. 희진의 엄마가 통지서를 확인하고 지난해 11월 경찰에 신고했다.

 연극은 여기까지였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도로교통공단 등 폐쇄회로TV(CCTV)에 찍힌 당신의 모습과 지문을 추적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강서구 자택에서 체포됐다. 서울남부지검은 횡령·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같은 달 31일 구속 기소했다. 검경 조사에서 당신은 울면서 말했다. “희진이가 너무 부러웠어요. 희진의 삶이 너무도 행복해 보여서….” 배 속에서 4개월 된 태아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채승기 기자

◆사건:텔링=특정 사건을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풀어보는 기사입니다. 범인·형사·목격자·제보자 등 주요 인물들의 시점에서 소설 형식으로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이름은 가명입니다.


파일 [ 5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6505
  • 조, 손씨 관련 3페이지 분량 진술 지난 2017년 '과천 차량 사고' 당시 손씨 차 번호판 정보 빼돌린 후 CCTV 합성사진 만들어 협박 '성(性) 착취물 공유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구속)씨가 손석희〈사진〉 JTBC 사장에게 텔레그램으로 사진 한 장을 보냈다. 그 사진은 이...
  • 2020-03-31
  •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한 학부모가 고충을 토로한 영상이 조회 수 180만 회를 기록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쉬리 케닝스버그 레비(41)라는 이스라엘 여성은 지난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코로나19 때문에 죽지 않으면 원격 강의 때문에 죽을 것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 2020-03-31
  • 신종 코로나 휴업 확산 와중에 학교 문 연 국가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와중에도 학교 수업을 계속하는 국가들이 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신종 코로나로 전 세계 160개국 이상에서 학교가 휴업하는 상황에서도 계속 학교 문을 열고 있는 곳으로 싱가포르, 호주, 스웨덴, 중국 대만...
  • 2020-03-31
  •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어민을 위한 오징어 특판전을 앞두고 폭발적인 관심이 일고 있다. 접속이 폭주해 강원도 동해시가 판매 누리집을 변경하는 등 판매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인기몰이’다. 동해시는 30일 오후 1시부터 동해시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인터넷 누리집 동해몰(https://www.donghae-mall.com)을...
  • 2020-03-31
  • 결혼 53주년을 맞은 영국의 한 노부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0)으로 인해 수 시간 간격으로 목숨을 잃어 주변인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아이리시 뉴스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밸리(79)와 이소벨 밸리(71) 부부는 지난 주말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의 메이터 병원 내 같은 병실에서 숨을 거...
  • 2020-03-31
  • 렉스 패리스 랭커스터 시장 유튜브 화면 캡처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숨진 최초의 미성년자로 추정되는 10대 고교생이 한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숨진 윌리엄 황(당시 17세)은 의료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긴급 치료를 거부받고 최근 숨졌다. 그의 공식 ...
  • 2020-03-30
  •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일본으로 환자를 이송하던 항공기가 폭발해 8명의 탑승자 전원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로이터와 신화통신, NHK 등에 따르면 라이온에어 소속인 이 비행기(IAI 1124A 웨스트윈드2)는 현지시각으로 28일 오후 8시쯤 일본 하네다공항을 향해 마닐라공항을 떠나던 중 ...
  • 2020-03-30
  •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와 감염 우려 때문에 가족들의 행복한 순간을 창문 사이로 나누는 안타까운 모습이 SNS상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요양시설에 지난 주 결혼을 앞둔 칼리 보이드가 할아버지를 찾았다. 코로나19 감염 고위험군인 할아버지는 외부와의 접촉이 허용되지 않았기에 칼리는 창밖...
  • 2020-03-30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말레이시아 정부가 지난 18일부터 이동제한 명령을 내렸더니 전 세계 콘돔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콘돔 생산업체인 카렉스(Karex) 말레이시아 3개 공장이 이동제한령에 따라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빨간불이...
  • 2020-03-30
  • 경기도 용인시에서 공항에서부터 가족·타인 간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한 유학생 가족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29일 용인시에 따르면 수지구 신봉1로에 사는 영국 유학생 A씨(29)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용인 49번 환자로 기록된 A씨는 지난 25일 영국에서 증상이...
  • 2020-03-30
  • 청주 도심에 출몰했던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여우가 무사히 구조됐다. 29일 청주 서부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0분께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의 한 대형 쇼핑센터 인근 농구장에 여우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 금모(35)씨는 "혼자 농구를 하고 있는데 옆 건물 2층 난간에서 여우가 갑자기 나타...
  • 2020-03-30
  • 텔레그램 성착취 엔(n)번방의 창시자로 꼽혀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는 ‘갓갓’이 지난 1월 피해 여성에게 연락해 “내가 한 (성착취) 행동은 게임”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갓갓은 이미 검거된 ‘감시자’, 지난 19일 구속된 ‘박사’ 조주빈(24)씨와 함께 엔번방 성착취...
  • 2020-03-27
  •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 연구소’(가세연)의 김세의 대표가 성매매 의혹에 휩싸였다. 가세연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유튜버 이진호씨가 법무법인 모두의법률 배근조 변호사와 함께 김 대표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26일 스포...
  • 2020-03-27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 빠르게 확산되자 방호복과 고글 등 보호 장구가 부족해 의료진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의료진들이 ‘쓰레기봉투 방호복’을 만들어 입고 있지만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이 늘어나면서 의료 공백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CNN은 24일(현지 시간) 스페인 응급실 ...
  • 2020-03-27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억제를 위해 기업체와 가게가 문을 닫으면서 미국에서 1천4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는 25일(현지시간) 내놓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일자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고 CN...
  • 2020-03-27
  • 여성이 나체로 도심을 활보하는 영상이 퍼지자 경찰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충북 음성경찰서는 음성군 거리에서 나체로 걸어 다니는 여성이 찍힌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내사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이날 한 언론은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옷을 다 벗은 채 음성군 도심 거리를 활...
  • 2020-03-27
  • 김웅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 조주빈의 언급 의식한 듯 “내가 얼굴 좀 알려졌다고 이렇게 뜯어먹으려는 사람이 많나”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십니까?” 25일 4시 서울서부지법 308호. 재판을 심리하던 박용근 판사의 물음에 법정엔 약 10초간 정적이 흘렀다. 증인으로 출석한 손석희(64)&nbs...
  • 2020-03-26
  • 조씨, 포토라인서 한 첫마디가 "손석희·윤장현·김웅에게 사죄" 성착취 외에도 사기행각 벌여 손석희, 조주빈과 무슨일 있었길래… 왜 신고 않고 돈 입금했나 孫측 "법적 다툼 중인 김웅이 테러 청부했다기에 돈 보낸것" 법조계 "이해 못할 대응… 경찰개입 원치않는 이유 있을수도" 성(性) 착취...
  • 2020-03-26
  • 사전 녹화 강의하면서 본인 컴퓨터 화면 공유 '성영상' 올라온 카톡방 노출…학생들 당혹 "전혀 인지하지 못한 일이 발생 당황스럽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를 실시하는 가운데, 한국외대 소속 한 교수의 사전 녹화 강의에서 '성행위 동영상'이 ...
  • 2020-03-26
  • 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했던 중국인 유학생이 현지인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25일 영국주재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의 중국 유학생 4명이 마스크를 쓰고 외출했다가 기숙사 부근에서 현지 청소년들에게 욕설을 ...
  • 2020-03-26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