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아내를 살해한 뒤 자신이 일했던 주물공장 용광로에 시신을 유기한 이집트인과 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아내를 살해한 뒤 해당 공장을 찾아가 시신 유기 장소를 사전 답사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김포경찰서는 18일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로 이집트인 A씨(39) 형제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7일 오후 5시30분쯤 김포시 사우동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아내 B씨(48)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후 친동생 C씨(20)와 함께 18일 0시50분쯤 자신이 일했던 경기 김포시 대곶면의 한 주물공장 용광로에 B씨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B씨의 시신은 용광로에서 화재경보기가 작동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회사 관계자가 내부를 살펴보던 중 발견했다. 불에 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한 결과 A씨 등이 시신을 옮기는 것을 확인하고 이들을 긴급체포했다.
A씨는 경찰에서 "나는 계속 '함께 살자'고 했는데 아내가 '이혼하자'며 손찌검을 해 홧김에 목을 졸라 살해했다"며 "저수지 등보다는 흔적이 남지 않을 것 같아 용광로에 시신을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동생 C씨는 "쓰레기인 줄 알았다"며 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집트인 A씨는 2004년 국내에 입국한 뒤 그해 B씨와 혼인 신고를 했다. 이후 F-6(결혼이민자격) 비자를 취득해 11차례 이집트를 오가다 2011년부턴 계속 한국에 머물렀다.
그는 시신을 유기한 주물공장에서 일하다 3년 전 그만 두고 아내와 함께 마루 철거 일을 해왔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더욱이 지난해엔 아내가 신용불량자가 돼 경제적인 문제까지 겹치면서 부부 사이도 악화돼 한 달 전부턴 별거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A씨는 아내를 살해한 직후 주물공장을 찾아와 용광로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동생과 함께 B씨의 시신을 용광로로 운반하면서 공장 입구에 설치된 CCTV를 거꾸로 돌려놓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2005년 여권을 판매하다 여권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전력이 있어 B씨와 이혼하면 국내 체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범행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이 B씨의 재산을 노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금전 관계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 형제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수사가 끝나는 대로 이들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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