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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말한 "아빠 사랑해요"…어느 가족의 희망가(歌)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1월15일 21시57분    조회: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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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4월24일. 잉글랜드 컴브리아카운티 펜리스에 사는 리사 스미스는 병원에서 딸 제나를 낳았다. 제왕절개 수술이었다. 그리고 조산이었다. 예정일보다 3주 정도 먼저 제나는 세상 빛을 봤다.

조산이 문제가 아니었다. 의료진은 갓 태어난 제나의 탯줄을 자르기 전, 메스를 들었다. 제나의 성대 부근에 자란 종양을 떼어내기 위해서다. 종양이 기관(windpipe·氣管)을 막은 탓에 제나는 제대로 숨 쉴 수 없었다.




다행히 제왕절개 수술 덕분에 리사와 제나는 위험한 상황을 면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4개월 뒤, 의료진은 생체검사 결과 제나의 목에서 제거한 덩어리가 단순 종양이 아닌, 암세포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목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터라 제나의 화학치료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뒤늦게 화학치료를 시작한 제나의 힘든 나날은 7개월 동안 이어졌다. 낮과 밤 따로 없이 제나는 병원 신세를 졌다. 치료 종료를 의료진이 선언할 때까지 제나의 가족은 초조함으로 매일을 보냈다.

제나의 아빠 안토니는 “종양 제거가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딸의 탯줄이 붙은 상황에서 기관절개 수술부터 했다”며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나가 영영 숨 쉴 수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리사는 “제나가 태어났을 때 우리는 너무 놀랐다”며 “딸을 보는 순간은 사랑으로 가득했지만,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말에 가슴이 무너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제나가 화학치료를 거치는 동안 리사와 안토니는 딸이 말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을 짐작했다. 그래서 이들은 제나에게 ‘마카톤(makaton)’을 알려주기로 했다. 마카톤은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영국에서 개발한 약식 수화(手話)다. 사인(sign)과 심벌(symbol)을 함께 사용한다.

현재 생후 21개월인 제나는 또래 아이처럼 쑥쑥 크고 있다. 예외가 하나 있다면, 다른 친구들과 달리 마카톤 구사를 곧잘 한다는 점이다.

제나는 이따금 엄마의 틀린 수화를 종종 교정해준다. 리사가 수화를 배우는 이유는 부모와 딸 사이의 ‘통역사’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그는 “제나는 때로 내가 하는 수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척한다”며 “애교가 넘친다”고 웃었다.



리사는 안토니에게 제나의 수화를 영상으로 보내 남편을 눈물짓게 한 적도 있다. 당시 제나가 안토니를 울렸던 수화는 “아빠, 사랑해요”였다. 부부는 그때만큼 달콤했던 순간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의사들은 제나가 말하기까지 오래 걸릴 거라 예측했지만, 부부는 그때가 점점 다가옴을 예감한다. 최근 제나의 입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조금 더 제나를 지켜본 뒤, 그의 성대를 자연치유할 수 있는지 아니면 수술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리사는 “제나가 정말 자랑스럽다”며 “어린 나이인데도 많은 것들을 잘 헤쳐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딸은 작지만 용감한 아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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