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승객이 중국에서 국제 미아가 될 뻔 했다.
지난 20일 밤 9시 50분 중국 ‘대련’ 도착 예정이던 중국 남방항공 CZ 676편은 안개 등 기상 악화로 기수를 중국 ‘심양’으로 돌려 1시간 후 착륙했다. 승객 최모(31·여·배우)씨와 동행 1명은 한국어 안내가 없었기에 연착 끝에 ‘대련’에 내린 줄 알았다. 이들이 승객에게 나눠준 명함 크기의 카드에도 ‘연착’에 대한 사실을 알렸을 뿐, 이곳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이 CZ 676편은 대한항공의 ‘코드셰어플라이트’였다. 기체는 남방항공이지만, 항공 좌석은 대한항공 승객을 위해 대한항공에서 구매한 경우를 말한다. 최모씨는 ‘코드셰어플라이트’를 이용해 남방항공을 이용한 것이기에, 대한항공 승객이다. 항공료도 대한항공에 지불했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모씨의 코드셰어플라이트 항공권과 심양에서 대련으로 가는 고속기차 승차표, 심양에 내린 항공사에서 나눠준 사과문.
이들은 “이전 대련과 심양, 그 어느 곳에도 와 본 적이 없다”다며 “내린 곳의 분위기를 보고 지역을 판단할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련 공항에서 이들을 맞으려던 초청자는 “당시 대한항공 홈페이지에는 탑승완료, 남방항공 홈페이지에는 결항이라고 나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시 최모씨에게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최모씨는 비행 중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었고, 이들은 최모씨에게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홈페이지 정보를 떠올리며 “결항됐구나”라고 생각했다.
‘심양’을 ‘대련’인 줄 알고 나온 최모씨 일행은 택시로 ‘대련’의 숙소를 찾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택시기사가 요금을 2000위안(한화 약 36만원)이라고 불러 흥정은 쉽게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 때 흥정을 옆에서 지켜보던 조선족이 나서 이들을 만류했다. 그는 “여기는 대련이 아니라 심양”이라며 “대련까지 약 400㎞이고, 지금 안개가 많아 택시기사가 운전이 어려우면 택시비를 받을 욕심에 고속도로 중간에 내려 놓을 수도 있다. 위험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다시 공항으로 돌아간 최모씨 일행은 조선족의 말처럼 이곳이 ‘심양’이란 사실을 확인하고, 논란 가슴을 진정할 수 없었다. 이들의 2인1실 숙소는 남방항공에서 제공했고, 다음날 고속기차는 자비로 티켓을 구입해 ‘대련’에 도착할 수 있다.
중국 ‘심양’은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서 탈북자와 그들을 잡으려는 북한 요원들이 활개를 치고, 현지 조폭도 악명을 떨치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현지 범죄 조직 등 현지 치안이 불안하다. 단체 여행객에게 개인 활동의 자제를 강력히 요청하는 지역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IFrame최모씨는 “이번 사건은 ‘고속도로에서 버려지는’ 최악만 피했을 뿐, 어느 하나 승객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당시 택시정류장에서 만난 ‘조선족’이 유일한 안전망이었다”고 아쉬워 했다. 콘트롤타워인 대한항공은 이들의 항의가 전달되기까지 이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 사건 발생 며칠 후 돌아온 답은 “미안하다”이며 여전히 “사건은 파악 중”이었다.
스포츠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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