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충북 괴산군. 술을 마시고 회사 기숙사로 가던 A(31)씨는 오전 4시쯤 B(당시 14세)양 집에 다다랐다. A씨는 창문을 열고 B양이 혼자 자는 방으로 들어갔다. A씨는 바지와 속옷을 벗은 다음, 침대 위에서 엎드려 자는 B양 얼굴 양옆에 손을 두고 ‘엎드려 뻗치기’ 자세로 있었다. 인기척에 잠이 깬 B양은 소리를 질렀고, A씨는 B양의 입을 막고 도망가려다 딸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B양의 아버지에게 붙잡혔다.
A씨는 2014년 12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주거침입 후 준강간 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특례법은 주거침입죄를 저지른 사람이 준강간 범행을 하면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준강간이란 음주 등으로 심신 미약이나 항거 불능 상태에서 강간하는 것을 의미한다.
A씨는 1심 재판을 받던 작년 7월에도 같은 시간대에 경기도 의정부시 반지하 집에 C(당시 17세)양이 여동생과 자는 것을 발견하고, 창문을 열고 방에 들어간 혐의(주거침입)로 추가 기소됐다.
작년 1월 1심은 주거침입죄만 인정해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1심은 “바지를 벗고 ‘엎드려 뻗치기’ 자세로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는 간음할 의도를 갖고 행동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으로 재판을 받는 중 또 비슷한 범행을 저질러 추가 기소됐다”면서도 “성범죄 전력이 없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술을 마시고 만취해 심신 장애 상태에 있었다며 항소했다. 검찰도 준강간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은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이광만)는 1심을 깨고 징역 1년6개월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주거침입 후 준강간 미수 혐의에 대해서도 1심과 같이 무죄로 판결했다. 대신 검사가 2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주거침입 후 준강제추행’ 미수 혐의에 대해선 유죄로 인정했다. 준강제추행죄란 심신 상실 또는 항거 불능 상태를 이용해 추행하는 것인데, 추행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을 볼 때 A씨가 B양을 추행하기 위해 행동한 것으로 보여 고의성이 인정된다. A씨 신체 부위가 피해자 몸에 닿지 않았다고 해도,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 행위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가 잠에서 깨 소리를 지르면서 미수에 그친 것”고 판단했다. 이어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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