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유 워너 빌드 어 스노우맨?(Do you wanna build a snowman)“
낭랑한 목소리로 아이와 어른 모두의 동심을 자극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하지만 아름다운 동화 이야기의 어두운 단면이 중국에서 낱낱이 드러났다.
한 개에 약 4만 원(25파운드)에 팔리는 겨울왕국 주인공 ‘엘사’ ‘안나’ 인형은 일급 약 8,800원을 받는 중국 노동자들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자신이 만드는 인형 하나를 사기 위해 한 주를 일해야 하는 셈이다. 위생 관리도 안 되는 더러운 공장에서 조립된 인형이 전 세계 아이들의 품에 안기고 있다. 해외 매체 데일리메일이 14일(현지 시간) 전한 소식이다.
겨울왕국의 인형을 만드는 중국 노동자들은 밤낮없이 하루 11시간씩, 한 달에 100시간 이상을 일한다. 밀려드는 주문량에 한눈조차 팔 수 없는 형편이다.
그들이 채워야 하는 목표량은 시간당 1,200개. 그렇게 일하고 손에 쥐는 일당은 만 원조차 되지 않는다. 중국 상하이에서 개장하는 디즈니랜드 입장권의 1/10밖에 안 되는 돈이다.
무더운 여름 에어컨도 없는 좁은 숙소에서 12명이 붙어 잔다. 겨울이면 매서운 바람이 부서진 유리창을 통해 들어와 종이로 온몸을 겹겹이 덮어야 한다. 매일 동화 속 주인공을 만들지만, 그들에게 동화는 너무 먼 곳에 있다.
중국 노동인권단체가 데일리메일에 제공한 중국 남부 진앙에 위치한 공장 사진이다. 한눈에 봐도 남루하고 더럽다.
노동자들은 중국에서도 못 사는 지역 출신들이 대부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타향으로 건너와 디즈니 제품을 만드는 이 공장에 취직했다. 디즈니는 해당 공장을 통해 제작된 애니메이션 상품 등을 전 세계 유통망에 공급하고 있다. 공장에선 겨울왕국 외에도 ‘미녀와 야수’ 등 다른 디즈니 인기 애니메이션 상품 등도 제작된다.
화장실은 기본적인 위생 상태가 보장되지 않을 정도로 더럽다. 세탁실도 마찬가지.
이런 곳에서 만들어진 인형들은 깔끔하고 화려한 장난감 매장 내에 비치된다. 아마존 등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팔려나가기도 한다. 귀여운 인형을 보며 중국 노동자의 떨어진 인권을 떠올리는 소비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데일리메일은 지난 3월 생산 라인에서 직접 일했던 인권단체 조사관과 함께 공장 노동자들을 이틀간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파악한 디즈니와 정식 계약한 중국 공장의 노동 실태는 다음과 같다.
-일급은 약 8,800원. 주 6일 일하며 주문량이 많을 땐 쉬는 날조차 없어진다. 월급은 약 50만 원.
-월 초과 근로 시간은 100시간 이상이다. 중국 근로기준법상 초과 근무는 월 36시간 이상을 넘지 못하게 되어 있으나 지켜지지 않는다.
-12명 정도가 에어컨도 없는 작은 숙소에서 잔다.
-근무 시간에 1분 늦으면 일급의 반이 깎인다. 연간 보너스는 한 사람당 약 800원.
-한 시간에 공주 인형 1,200개를 만드는 ‘불가능한’ 생산 목표 아래 일한다.
-화장실은 무척 더럽고 구내식당 음식은 너무 부실해 사실상 외부에서 밥을 사 먹도록 강요된다.
공장 근로자의 반 이상은 임시 계약직이다. 법률상 임시직은 전체 직원의 10%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주문량이 줄어들면 공장은 언제든 직원을 마음대로 자르고 있다.
디즈니는 지난해 11월 해당 노동인권단체로부터 공장의 근로 실태에 대해 경고를 받은 바 있다. 디즈니 측은 “(단체의) 몇몇 주장을 받아들여 공장의 근무 상태를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고 데일리메일은 알렸다. 공장은 디즈니 측이 제시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해당 상품을 정식으로 제조할 자격이 박탈되지만, 그 조건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6월 16일 디즈니는 중국에 두 번째 테마파크를 개장한다. 이 테마파크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디즈니 성 건축물을 포함하며, 호화로운 음식 메뉴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곳에 채워질 디즈니 상품들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중국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이 서려 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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