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유명 관광도시를 중심으로 “더 이상 관광객을 받지 말자”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물가가 오르고 임대료가 뛰면서 삶의 터전을 지키기 어렵다는 이유다. <가디언>은 1일 스페인 카탈루냐주 바르셀로나에서 관광객을 거부하는 청년들이 항의 표시로 공공자전거 수십대를 망가뜨려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자본주의 단체인 ‘아란’(Arran) 소속 남성 2명은 이날 트위터에 공공자전거 타이어를 대형 칼로 터트리는 범행 과정을 담은 영상을 게시했다. 또 이들은 단체의 표지가 그려진 스티커를 도시 곳곳에 붙이고 벽화를 그리면서 관광객을 거부한다고 외쳤다. 영상과 함께 “우리는 공공장소를 점령한 여행사의 행태에 질려버렸다”는 글도 함께 올렸다.
바르셀로나를 찾는 관광객 다수는 공공자전거를 이용해 도시 곳곳을 여행한다. 이용 요금이 저렴한데다 좁은 골목에 숨어 있는 관광지를 돌아보기에도 알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공공자전거 때문에 통행권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금으로 구입한 공공자전거를 관광객이 선점하다 보니 주민들이 이용하기 쉽지 않고, 개인 자전거를 주차할 공간마저 빼앗겼다는 불만이 나온다.
관광객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갈수록 과격해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조짐도 보인다. 지난달 30일에는 프리메라리가의 프로축구 구단 FC바르셀로나 구장인 캄프누 인근에서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버스 공격이 벌어졌다. 당시 복면을 쓴 남성 4명은 정차돼 있던 2층 관광버스에 들이닥쳐 타이어에 구멍을 내고 유리창에 “관광업이 이웃을 죽인다”는 글귀를 쓴 뒤 도망쳤다. 버스가 파손되거나 부상자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당시 버스에 타고 있던 관광객과 시민들은 대형 테러나 총기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오인해 크게 놀랐다고 한다.
온라인에선 “국가가 놀이공원이 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성명이 잇따라 올라오고 일부 바르셀로나 주민들은 관광객이 몰려들어 도시를 떠날 수밖에 없다며 시청 앞에서 1년여간 장기 집회를 열고 있다.
관광객 유치와 주민 생활권 확보 사이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도시는 바르셀로나뿐만 아니다. 스위스 루체른주 리기산 인근 주민들은 최근 관광객으로 주민들의 일상이 위협받고 있다며 시정부에 관광객을 연간 80만명으로 제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선 좁은 수로에 대형 크루즈선이 정박하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연일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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