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어머니를 프라이팬으로 100번 이상 때려 숨지게 한 아들이 항소심에서 조울증 증상이 참작돼 징역 형량이 8년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6부(정선재 부장판사)는 존속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42)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22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치료감호도 함께 명령했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2월 서울 시내의 자택에서 어머니에게 말을 걸었다가 제대로 대답을 듣지 못하자 프라이팬으로 어머니를 100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평소 심한 조울증에 시달린 박씨는 직장생활을 못 하는 데다 술값과 도박 비용 마련을 위한 대출까지 받은 처지여서 어머니에게서 하루 용돈 5000∼1만원을 받으며 생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법원은 박씨가 양극성 정신장애(조울증)를 앓고 있는 사정 등을 고려해 형량을 줄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는 오랜 기간 정신병원 치료를 받다가 올해 1월에는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서 과대망상, 환청, 판단력 저하 등의 상태가 심해졌다"며 "그 결과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도 평생 친모를 살해했다는 죄책감 속에서 살아가게 된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은 잔인한 범행 방법 등을 고려할 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오랜 기간 자신을 위해 헌신한 어머니를 프라이팬이 휘어질 정도로 100회에 걸쳐 가격해 잔인하게 살해했다"며 "범행 직후 현장을 떠나 도주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않다"고 했다.
이어 "박씨의 범행으로 남은 가족들은 평생 치유되기 어려운 정신적인 충격을 받게 됐다"며 "이런 정상을 종합하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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