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8년 넘게 신부’ 스틸컷
일본 오카야마 현(岡山縣)에 사는 여성 마이 씨는 지난 2006년 희귀병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은 뒤 2011년까지 입원해 있었다. 가까스로 회복해 퇴원한 그는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짐을 정리했다. 그러다 병을 앓기 전에 썼던 다이어리에서 놀라운 내용을 발견했다.
“2007년 3월 11일, 내가 결혼했다고?”
오카야마 현 지역매체 산요신문(山陽新聞)은 23일 나카하라 다카시 씨(37)와 마이 씨(35)의 사연을 전하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다음달 개봉한다고 전했다.
사연은 다음과 같다.
지난 2006년 12월, 마이 씨는 한밤중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입원 뒤 일시적으로 심폐 정지에 빠졌던 그는 보다 큰 병원으로 옮겨졌다.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고 경련이 반복해서 일어났다. 병의 원인은 당장 알 수 없었다.
마이 씨에게는 1년 정도 사귄 남자친구 다카시 씨가 있었다. 두 사람은 2007년 3월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크게 상심하면서도 매일같이 마이 씨가 입원한 병원으로 향했다. 출근 전 ‘오늘은 경련이 적었으면 좋겠다’ ‘눈을 떠 줬으면 좋겠다’고 바라며 병원을 향해 스쿠터를 모는 일은 그의 일상이 됐다. 다카시 씨는 마이 씨 곁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손발을 마사지하곤 했다. 마이 씨의 어머니가 “자네에게는 자네의 인생이 있지 않나”라고 만류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입원 4개월 뒤 나온 진단은 ‘항 NMDA 수용체 뇌염’이었다. 종양이 원인이 돼 생긴 항체가 환자 자신의 뇌를 공격하는 희귀병이다. 마이 씨는 난소에 있던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뒤 몸을 서서히 회복했다. 의식을 완전히 차리고 글씨를 쓰거나 감정을 표현하기까지는 3년이 걸렸다. 2011년 봄 퇴원한 뒤에도 힘든 재활치료를 이어갔다.
마이 씨의 몸은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심각한 후유증이 있었다. 항체가 뇌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다카시 씨에 대한 기억을 잃은 것이다.
가족과 병원 관계자들도 퇴원 직후 기억이 지워진 환자에게 결혼할 남자가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하지 못해 다카시 씨의 존재는 마이 씨의 머리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후 집에서 짐을 정리하던 마이 씨가 2007년 다이어리에 적힌 ‘결혼식’이라는 글자를 보고 깜짝 놀란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마이 씨는 다이어리를 계기로 전후 사정을 알게됐고 주변의 도움 등으로 서서히 다카시 씨에 대한 기억을 찾아 갔다. 다카시 씨 역시 헌신적인 간병을 하며 마이 씨를 도왔다. 두 사람은 지난 2014년 12월, 예정보다 약 8년 늦게 결혼식을 올렸다. 이듬해 아들도 얻었다. 마이 씨는 “삶에서 휴식이 길었던 만큼 앞으로 가족과 지내는 시간을 소중히 하고 싶다”며 언론을 통해 밝히며 웃었다.
두 사람의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한 영화 ‘8년 넘게 신부(제제 다카히사 감독)’는 다음달 16일 현지에서 개봉 예정이다.
박예슬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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