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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살해한 12살 소년이 학교로 돌아가겠다면?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12월19일 10시06분    조회: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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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난성 웬장시에선 지난 2일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34살 여성 천 모 씨가 자신의 집에서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범행을 저지른 사람은 천 씨의 아들 12살 우 모 군. 몰래 담배를 피우다 들켜 엄마에게 크게 혼나고 구타를 당한 것에 격분해 이성을 잃었습니다. 우 군은 자신의 범행을 순순히 자백했습니다. 그런데 사건을 조사하던 공안 당국은 우 군이 한 말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엄마를 죽였을 뿐이잖아요." 어머니를 살해한 게 뭐가 문제냐는 듯한 우 군의 진술에선 범행을 뉘우치는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존속 살해라는 천륜을 저버린 범죄를 저질렀지만, 우 군은 공안 당국의 조사를 받은 지 9일 만에 석방됐습니다. 법률상 형사미성년자였기 때문입니다. 중국도 우리처럼 일정 나이에 미치지 못한 청소년들의 형사 책임을 면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우리랑 조금 다릅니다. 중화인민공화국 형법 17조는 만 16살이 넘어야 형사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만 14살 이상 16살 미만인 경우엔 고의살인, 고의상해로 인한 중상 또는 사망, 성폭행, 강도, 마약 판매, 방화 등의 강력 범죄를 저질렀을 때만 형사책임을 묻습니다. 이 경우엔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성인 범죄인보다 가볍게 처벌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형사책임을 면하는 청소년의 범위가 만 14살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는 우리보다 더 넓은 셈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생인 우 군은 고작 올해 만 12살. 법률상 형사미성년자인 관계로 모친살해 혐의에 대해 처벌을 받지 않고 석방된 겁니다.

우리나라에선 형사 미성년자인 경우라도 이런 중대 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냥 집으로 돌아가진 않죠? 성인 범죄인처럼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뿐 보호 처분을 받게 됩니다. 죄질이 무게운 경우엔 소년원 같은 보호 시설에 들어가는데, 중국도 이런 제도가 있습니다. 중국 형법은 만 16살 미만의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미성년자는 보호자나 후견인의 관리를 받거나, 필요할 경우 정부가 '수용 선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수용 선도'한다는 말은 우리처럼 보호시설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우 군의 경우도 보호시설, 즉 소년원에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닐까요?

하지만 시 교육 당국과 공안 당국은 우 군을 소년원에 보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에 대한 당국의 설명은 없지만, 중국의 한 법률전문가는 중국의 보호처분 제도 현실에 비춰 추론할 수 있는 두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우선 중국 형법은 필요할 경우 정부가 '수용 선도'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수용 선도를 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당국이 형사미성년자의 수용 선도를 결정하더라도 어디로 보낼지 통일된 규정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떤 곳에선 수용 선도라는 목적으로 소년을 학교에 보내기도 하고, 어떤 곳에선 소년원에 보내기도 한다는 겁니다. 수용 선도 여부와 장소를 결정하는데 일관성이 없고 공안 당국의 자의적인 판단에 맡긴다는 얘기입니다.


공안 당국은 우 군과 친척들을 불러 우 군의 장래 문제를 상의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우 군이 자신은 학교에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털어놨습니다. 우 군 친척들도 전학을 해서라도 우 군을 다시 학교로 보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우 군을 정부나 학교가 관리하지 않으면 자신들은 현실적으로 우 군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털어놨습니다. 어머니를 살해한 청소년이 다시 학교에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사실은 금세 세상에 알려졌고, 중국 네티즌들은 찬반양론으로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우 군이 학교로 복귀하는 걸 찬성하는 의견은 아이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게 기본 정서였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깨닫고 후회하기 위해서라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만약 사회가 우 군을 이 상태로 포기한다면 우 군은 그런 사회를 점점 더 증오하게 될 것이며,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사회에 불만을 터뜨릴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사회증오 범죄, 묻지마 범죄 등이 이런 식으로 잉태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우 군의 학교 복귀를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어머니를 살해한 소년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학교로 복귀하는 건 함께 공부해야 할 다른 학생들에게 불공평한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우 군과 같이 학교에 다녀야 하는 학생과 그 부모들이 왜 공포에 떨어야 하냐는 거죠. 만약 우 군이 복귀한다면 자신들의 아이들을 당연히 전학시킬 거란 사람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 군이 아무런 처벌이나 처분을 하지 않는 현 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만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요즘 청소년들의 육체적, 정신적 성장이 예전보다 훨씬 빠르고, 심지어 형사 미성년자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까지 있어 기준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렇더라도 형사처벌 대상 청소년을 일률적으로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공안 당국에서 석방된 우 군은 아직까지 학교에 복귀하지 못하고 창샤시의 어느 시설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이라면 어머니를 살해한 청소년에 대한 엄벌도 지도 교화도 할 수 없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인 듯합니다. 우리와 상황은 많이 달라 보이지만, 중국도 형사미성년자 제도와 보호처분 제도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커 보입니다.

(사진=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데일리메일 홈페이지 캡처)      

정성엽 기자(jsy@sbs.co.kr)

출처: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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