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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시베리아 북극권 마을에 북극곰 50여마리가 한꺼번에 난입해 '점령'하는 희귀한 사태가 벌어졌다. 마을 주민들은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민가까지 들어오는 곰들로 공포에 떨고 있다. 주민 안전을 위해 '비상령'을 발동한 당국은 유치원 놀이터 등 민가 지역에 격리담장을 치고 감시요원을 배치하는 등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활개치는 곰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다. 이들을 처리할 뾰족 수가 없는 탓이다.
북극권 노바야 제밀야는 구 소련 당시 핵실험 장소로 사용될 정도로 늘상 두터운 얼음에 둘러싸인 동토의 외딴 지역이다. 자그만 군기지에 마을 주민 등 2000여명이 거주한다. 이 곳에 북극곰이 떼지어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3년부터 이 곳에 살아온 마을 이장은 타스 통신에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인근서 이렇게 많은 북극곰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북극곰이 마을로 몰려온 것은 한가지 이유뿐이다. 지구온난화에 빙하가 녹으며 삶을 터전을 잃고 먹이를 찾아 온 것이다. 북극곰은 통상 얼어붙은 바다위에서 물범 등을 사냥해 먹고산다. 기후변화 학자들에 따르면 온난화로 극지방의 얼음이 녹는 속도가 이전보다 17%나 빨라졌다.
북극곰 보존협회에 따르면 현재 약 2만2000~3만1000마리의 북극곰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홀로 독립된 채집활동을 하는 특성상 이들은 너른 북극권 지역에 산재해 산다. 하지만 얼음이 녹아 점차 생활권이 줄어들며 동족 상잔의 양상도 종종 목격된다. 점차 사라지는 빙하로 2050년께 멸종될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멸종위기종임에 사냥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노바야 제밀야 당국의 고민도 여기서 나온다. 근처 바다도 모두 녹아 달리 이주시킬만한 곳도 없다. 시당국은 최악의 경우 '머릿수 조절'이라는 극단의 카드도 만지작 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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