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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16일KBS‘대화의 희열2’에 출연해 살인범 정남규를 언급했다. 이 교수는 정남규를 ‘가장 기억에 남는 범죄자’로 꼽았다.
정남규는 2004년 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서울·경기 지역에서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힌 ‘서울 서남부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이다. 강도 행각을 벌이던 중 체포된 그는 2007년 4월 사형을 선고받고 2009년 11월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만 40세였다.
이 교수는 “내가 본 범죄자 중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정남규”라며 “서울남부지검에서 만났었는데 연쇄 살인의 목적이 ‘유영철보다 많이 죽이는 것’이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평소 취미로 운동장을 달렸다고 해서 ‘건강해지겠다’고 말했더니 ‘경찰이 쫓아오면 빨리 도망가야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며 “답변이 전혀 사회적이지 않았다. 대화하다가 등골이 오싹해졌다”고 덧붙였다.
강도 행각으로 덜미 잡힌 ‘연쇄살인범’
정남규는 2004년 4월 22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금품을 훔치려다 경찰에 체포됐다. 몰래 침입한 집에서 만족할 만큼의 돈이 나오지 않자 크게 분노한 그는 잠들어 있던 20대 청년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쳤다. 청년은 극렬히 저항했고, 청년의 아버지까지 가세한 덕에 정남규를 제압했다. 경찰서로 이송되던 중 달아나기도 했으나 2시간 만에 다시 검거됐다.
수사 초기에 경찰은 정남규를 단순 강도 상해범으로 봤다. 상황은 권일용 전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 범죄행동분석팀 팀장이 정남규를 면담하며 반전됐다. 권 전 팀장은 심문 끝에 정남규의 살인 자백을 받아냈다. 또 다른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소행인 줄 알았던 이문동 의류상가 여종업원 살인 사건의 진범도 알고 보니 정남규였다.
정남규는 연쇄살인범 중에서도 가장 악독한 성향을 가졌던 것으로 평가된다. 수사 과정에서도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 검증 도중 피해자 가족이 자신에게 화분을 던지자 주변에 있던 빨래 건조대를 던지려 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호송 차량에서는 취재진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재판부에 보낸 편지 “사람을 죽이지 못해 괴롭다”
정남규는 2009년 11월 21일 오전 6시35분쯤 서울구치소의 독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007년 4월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 판결을 받은 지 약 31개월 만이었다. 순찰 중이던 교도관이 정남규를 발견해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이튿날 새벽 2시35분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정남규와 면담했던 전문가들은 그가 유영철보다 더 잔혹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 교수는 대화의 희열에서 “연쇄 살인이 2000년 초반에 연달아 있었다.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사건으로 이어졌는데 정남규는 대면했을 때 (눈빛이나 분위기가) 달랐다. 지금도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권 전 팀장도 지난해 9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정남규는 정말 악인이었다”며 “죄책감도 없었고 검거된 후에는 계속 사람을 죽이지 못해 괴로워할 정도였다. 유영철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정남규가 1심 첫 공판에서 한 진술은 많은 사람을 경악시켰다. 그는 법정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지금도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사회에 나가도 계속 살인을 하겠다. 죄책감을 느껴본 적이 없고 오히려 즐거웠다. 하지만 사형 선고를 받아 죽는 것은 두렵다”고 말했다. 판사에게 여러 차례 보낸 편지에도 ‘담배는 끊었지만 죽이는 건 못 끊겠다’ 등의 내용을 적었다고 한다.
프로파일러 출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한 방송에서 “언론에 정남규의 죽음이 ‘자살’이라고 많이 나왔는데 저는 교도소에서 살인할 대상을 못 찾으니까 자기 자신을 살해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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