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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는 졸업생 여러분의 모든 학자금 대출을 대신 갚아드리겠습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모어하우스 칼리지 졸업식장. 단상에서 축사를 이어가던 장년의 남성이 깜짝 선언을 했다. 땡볕 아래에서 무심하게 축사를 듣던 학생들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저 사람이 지금 뭐라고 말한 거야?” 객석에서 수군거림이 오간 것도 잠시, 식장은 졸업생과 학부모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학생 수백명은 그를 향해 “우리의MVP”라고 목청껏 외쳤고, 부모들은 서로 부둥켜안았다.
이 학교 졸업생들에게 인생에서 결코 잊지 못할 선물을 안긴 주인공은 사모펀드 비스타에퀴티파트너스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F 스미스(56)다. 이날 졸업식 연사로 나선 그는 축사 도중 올해 졸업생들의 학자금 대출금을 모두 갚아주겠다고 약속했다. 준비된 연설문에는 없었던 내용이다. 올해 졸업생 396명의 대출금은 4000만 달러(약 478억원)로 추정된다.
스미스는 지난해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를 꺾고 아프리카계 미국인 중 최고 부호에 오른 인물이다. 재산은 50억 달러(약 5조9000억원)에 달한다. 모어하우스 칼리지는 흑인 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대학이다.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배우 새뮤얼 L 잭슨 등을 배출했다. 스미스는 이 학교 졸업생은 아니다. 콜로라도주 덴버 출신인 그는 명문 코넬대와 컬럼비아대를 졸업했다.
졸업생들의 빚을 탕감해주는 대가로 스미스가 내건 조건은 거창하지 않았다. 스미스는 “학위는 여러분이 신세를 진 모든 사람들에게 재능과 열정을 헌신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회적 계약”이라며 “앞으로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을 회고하며 “선생님들은 인종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동등하다는 것을 가르쳐주셨다”고도 했다.
스미스는 ‘통 큰 기부’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선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미 언론들은 그가 “여러분의 성취에는 본인 노력뿐 아니라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 것에 주목했다. 자신의 성공에는 주위 희생과 도움이 밑거름이 됐음을 기억하라는 취지다.
꿈에서나 나올 법한 선물을 받은 학생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약 2만5000 달러의 학자금 대출이 있는 한 학생은 “스미스 말을 듣고 눈물이 차올랐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웠는데, 새 출발을 하게 됐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미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총액은 1조5000억 달러(약 1788조원)에 달한다.
다른 남학생은 “내겐 4만5000 달러 빚이 있는데, 우리 부모님이 스미스의 발표를 듣고 기절하실 뻔했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 대출금 때문에 앞으로 10년을 더 일할 예정이었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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