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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모 씨(39)는 지난해 7월 부산 연제구의 한 주점을 찾아 “단체 예약을 하러 왔는데 혹시 못 오게 되면 장사에 피해를 주니 선불금을 주겠다”며 사장과 통화하게 해달라고 종업원에게 말했다. 그는 사장과 통화한 뒤 종업원을 데리고 주점 인근 건물 입구로 가서 “○층 사무실에 가면 선불금을 줄 텐데 험악한 사람이 많으니 금붙이 같은 거 하고 가면 뺏길 수도 있다”며 겁을 줬다. 이 종업원은 별 의심 없이 시가 약 400만 원 상당인 자신의 목걸이와 팔찌를 그에게 건넸다. 직원이 건물로 들어가자 황 씨는 달아났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주점과 해당 건물 그리고 길가의 폐쇄회로(CC)TV영상을 분석하고 주변을 탐문하며 황 씨를 추적했다. 그 과정에서 “난 경남에 살았는데 예전에 로또 1등에 당첨됐다”고 말한 손님을 태웠다는 택시 운전사를 만났다. 경찰은 ‘로또 1등’과 ‘경남’이라는 검색어로 과거 기사를 확인하고 그 당첨자가 나왔다는 경남 창원으로 향했다. 탐문수사 결과 황 씨와 로또 당첨자의 인상착의가 흡사하다는 것을 파악했다. 황 씨의 소재지를 찾아 나선 경찰은 그가 식당 주인에게서 돈을 뺏은 혐의로 지난달 구속돼 부산구치소에 수감돼 있다는 것을 알았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황 씨는 2005년 7월 경남 마산(현 창원)에서 구입한 로또복권이 1등에 당첨돼 약 14억 원을 받았다. 당시 그는PC방 종업원을 때리고 현금 20만 원을 빼앗은 혐의로 수배 중이었다. 황 씨는 당첨금으로 호프집과PC방을 인수했고 자신의 아버지에게 집도 사줬다고 한다. 2006년 3월 경찰에 붙잡히자 거액에 변호사를 선임해 벌금형을 받고 수배 상태에서 벗어났다. 이후 유흥업소와 도박판을 전전하며 돈을 쓰다가 그해 당첨금을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털터리가 된 황 씨는 2007년경부터 다시 도둑질을 시작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후 소년원에서 알던 지인과 함께 영남지역 금은방을 돌며 18차례에 걸쳐 약 500만 원어치 금품을 훔치다 2008년 붙잡혔을 때 그는 이미 전과 22범이었다. 로또 횡재가 사라진 순간 다시 익숙한 절도행각에 들어선 것이다.
그는 출소 후인 2013년 3월부터 1년간 휴대전화 할인매장과 식당 등지에서 약 1억3000만 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훔치다가 체포돼 다시 복역했다. 그리고 또 지난달 붙잡혔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17일 부산, 대구의 식당 등 16곳에서 36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황 씨를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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