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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많았던 스물다섯 청년은 세상을 떠났다. A4용지 한 장의 버킷리스트만을 남긴 채. 9일 방송된MBC‘PD수첩’ ‘유령 의사-수술실의 내부자들’에서는 수술실CCTV설치를 의무화하는 ‘권대희법’의 주인공이자 의료사고의 피해자인 고(故) 권대희씨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2016년 9월 8일, 25번째 생일이 3주 남짓 남은 날. 권대희씨는 조금씩 아껴 모은 돈으로 성형수술을 받다 뇌사상태에 빠졌다. 이후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49일 뒤 끝내 사망했다. 그가 남긴 버킷리스트 열다섯 번째의 소원은 ‘세상에 내 이름으로 된 흔적 남기기’였다.
권씨의 어머니는 막내아들의 사고 당시 병원 내CCTV와 의무기록지 등을 모아 아들의 죽음을 파헤쳤다. 사고 7시간이 담긴CCTV속 수술실의 실태는 놀라웠다. 담당 집도의는 수술 중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웠다. 비정상적으로 출혈을 하는 권씨를 홀로 지혈한 건 간호조무사였다. 그 사이 또 다른 간호조무사는 수술실에서 눈화장을 하고 휴대전화를 사용했다.
이후 회복실로 옮겨진 권씨의 호흡에 이상함을 느낀 성형외과 측은 권씨를 그제서야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하지만 권씨는 뇌사상태에 빠져 49일 뒤 사망했다. 권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망 직후인 2016년 11월 병원을 상대로 형사 고소를, 이듬해 4월엔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2년 넘게 이어진 힘겨운 싸움 끝에 지난 5월 28일 민사 소송에서는 병원 측에 80%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이어 지난달 1일 형사 사건도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이제 권씨의 어머니는 막내아들의 열다섯 번째 소원을 대신 이뤄주기 위해 수술실CCTV설치를 의무화하는 일명 권대희법 통과를 위해 거리로 나섰다.
권대희법은 지난 5월 14일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의 의원 이름으로 발의됐다가 하루 만에 철회됐다. 5명의 의원이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그 뒤 6일 만에 가까스로 재발의됐고, 국회 상임위원회 논의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을 둘러싼 의료계의 반발은 거세다. 실제로 법안을 발의했다 철회한 것으로 알려진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협회에서 엄청나게 전화가 왔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수술실에서의 의사 프라이버시 침해’를 이유로 들고 있다.
이에 대해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사는 직업이기 때문에 수술실CCTV가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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