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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지역 한 중학교 야구부 남자 코치가 숙소에 단둘이 있던 남자 선수를 유사강간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5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본인이 지도하던 야구부 선수 A군(14·중2)에게 강제로 신체 접촉을 한 혐의(형법상 유사강간)로 B코치(25)를 불구속 입건했다. B코치는 지난 5월 29일 오전 도내 모 중학교 야구부 선수 일부가 묵는 숙소에서 혼자 잠자던 A군을 유사강간한 혐의다.
B코치는 자기 몸무게의 절반 수준인 A군을 힘으로 억압해 범행했다고 한다. 두 사람을 잘 아는 학부모 등에 따르면 A군은 체구가 작은 반면 B코치는 키 180㎝ 안팎에 몸무게가 100㎏이 넘는 거구라고 한다. B코치는 범행 직후 A군에게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다친다"며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숙소는 다른 시·군에서 온 선수 학부모들이 마련한 집으로 학교 정문에서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군은 한 학년 위인 야구부 선배와 같은 방에서 생활하고 있었지만, 사건 당시 룸메이트 선배는 숙소에 없었다고 한다. B코치는 야구부 다른 코치 1명과 함께 해당 숙소에서 생활하며 일종의 '사감' 역할을 했다는 게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B코치는 1년가량 야구부 선수들을 지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B코치에게 성폭력을 당한 날도 다른 학교와 연습 경기를 치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차마 숙소에는 들어갈 수 없어 이날 오후 늦게서야 아버지 C씨(49)에게 전화해 '오늘 집에서 자면 안 되겠냐'며 도움을 청했다고 한다. B군은 아버지 얼굴을 보고 나서야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야구가 너무 좋다. 이번 일로 야구부가 해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아들 장래를 위해 법적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한다. C씨는 이튿날(5월 30일) 오전 학교를 찾아가 아들이 당한 성폭력 내용을 전했고, 교장은 B코치를 해임했다. B코치는 별다른 항의 없이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A군은 아버지와 함께 이날 오후 관할 경찰서에 가서 B코치를 고소했다.
경찰은 A군과 B코치를 불러 피해자 및 피의자 조사를 하고, 룸메이트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B코치에게 당한 피해 사실을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가 아니면 묘사할 수 없는 내용을 미리 노트에 자세히 적어 경찰서에 제출했다고 한다.
B코치는 경찰에서 "그런 짓을 한 적이 없다"며 사실관계와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군 방에 있던 이불 등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B코치가 입건된 건 맞지만,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사건 직후 학교 측은 A군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관할 교육지원청과 전북교육청에 보고했다. 야구부 선수 전체를 대상으로 진상 조사를 했지만, 추가 피해자는 없었다고 한다.
학교 측은 "해당 숙소는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코치들이 그 집에서 함께 생활한 건 알았지만, 학부모들이 알아서 한 것이지 학교에서는 사감 역할을 하라고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학부모들의 얘기는 학교 설명과 다르다. 익명을 원한 한 선수 부모는 "해당 숙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원으로 월세는 학부모들이 나눠 부담하지만, 보증금은 나중에 학교 측이 내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학교 측은 "보증금을 내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야구계에서는 "문제를 일으킨 코치 1명만 해임한 건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구 선수 출신 한 지도자는 "성인 지도자가 미성년자 제자에게, 그것도 동성 간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선수들을 보호할 최종 책임자인 교장이 야구부 수석코치를 문책은커녕 외려 감독으로 승격시킨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학교 측은 사건 당시 야구부 감독대행을 맡았던 수석코치를 이달 1일자로 감독으로 임명했다.
A군은 사건 이후 해당 숙소에서 나왔지만, 학교 수업과 야구부 훈련에는 꼬박꼬박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심리 치료도 받고 있다. 아버지가 매일 승용차로 A군의 등·하교를 책임진다고 한다.
중앙일보는 B코치의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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