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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가 있는 어린 아들을 ‘코피노(필리핀 혼혈아)’로 둔갑시켜 필리핀에 4년간 유기한 혐의를 받는 부모가 재판을 받게 됐다. 애초 가벼운 자폐증세가 있던 아이는 이역만리 필리핀을 떠돌며 정신장애가 심해지고 왼쪽 눈을 실명했다.
사건을 담당하는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윤경원 부장검사는 2일 방송된SBS‘궁금한 이야기Y’와 인터뷰에서 “(아이의) 상태가 훨씬 심각해졌고 왼쪽 눈도 실명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는 현재 엄마·아빠를 만나는 걸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코피노로 소개돼 필리핀에서 2014년 11월부터 4년 동안 자라온 A(14)군의 이 같은 사연은 한 한국인 선교사가 지난해 8월 국민신문고에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이를 알게 된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이 외교부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A군 부모의 소재가 파악됐다. A군 아버지 B(47)씨는 부산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던 한의사였다.
이들 부부에겐 A군 외에도 큰아들이 하나 더 있었다. 방송에 따르면 A군 부모는 A군이 필리핀에 있는 동안에도 종종 큰아들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다녔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이 부모에게 연락했을 당시 B씨는 “장남의 대학 입시가 있으니 지금 갈 수 없다”며 필리핀 입국을 미뤘다고 한다.
B씨와 B씨 아내 C(48)씨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아동 유기·방임)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경 수사 과정에서 B씨가 2011년 경남 한 어린이집과 2012년 충북 한 사찰에 양육비 수백만 원을 주고 A군을 맡긴 뒤 각각 1년가량 방치하다가 어린이집과 사찰 측 항의를 받고서야 아들을 집으로 데려온 사실도 확인됐다.
B씨 부부는 검찰 조사에서 “아이가 불교를 좋아해서 템플스테이를 보냈고, 영어에 능통하도록 필리핀에 유학 보낸 것”이라며 “아이를 버리지 않았고 그동안 바쁘고 아파서 못 데리러 갔다”고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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