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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군에서 지역 유지로 통하는 A씨는 언젠가부터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지역 경찰관들이 그의 지극히 사적인 부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자신의 정보가 어디서 새어나갔을지 추적했고, 의심되는 곳을 찾아냈다. 2018년 9월 그가 휴대전화를 교체했던 판매점이었다.
A씨는 휴대전화 판매업자인 B씨(47)를 찾아가 “내 전화기를 어디다 빼돌렸냐”고 추궁했다. B씨는 억울하다며 펄쩍 뛰었다. 검찰에 “A씨에게 허위 사실로 협박을 받았다”는 진정서까지 접수했다. 이로 인해 영월경찰서에 불려가 진술을 강요받았다며 경찰의 강압수사 의혹을 언론에 제보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 결과 반전이 일어났다. 경찰 수사를 비난하던 B씨가 지역 경찰관 두 명과 결탁해 A씨의 휴대전화를 몰래 빼돌린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A씨는 기존 휴대전화를 건네는 조건으로 새 휴대전화를 사는 기기변경을 했는데, B씨는 이를 폐기처분 하지 않고 갖고 있다가 경찰에 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한 것도 경찰관과 상의해서 한 행동이었다. 검찰은 B씨가 사건 이전부터 경찰과 결탁한 사이였던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두 경찰관은 이렇게 빼돌린 A씨의 휴대전화를 1년 넘게 보관하면서 문자메시지 등 내밀한 개인정보를 무단 열람했다. 심지어 휴대전화에 있던 성관계 동영상 등 민감한 사생활 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검찰 관계자는 “민간인 불법 사찰을 넘어 피해자의 피해 정도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휴대폰 업자와 경찰관들은 지난달 23일 검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하자 다음 날 스스로 검찰청에 찾아와 범행을 자백했다. 이들은 A씨의 휴대전화를 몰래 빼돌린 것은 인정하면서도 “공익제보 차원이었다” “수사 목적에서 갖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A씨와 경찰 사이에 앙금이 있었던 정황을 파악하고 A씨의 약점을 잡기 위해 경찰이 범행을 저질렀는지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 B씨와 경찰관 2명 등 3명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이용하도록 제공한 사람, 그 사정을 알면서도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이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8일 열릴 예정이다.
경찰관이 업무 중 알게 된 개인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해 논란이 된 사례는 또 있다. 앞서 전북의 한 경찰서 순경은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 경찰서를 찾은 여성 민원인의 연락처로 “마음에 든다”는 메시지를 보내 견책 처분을 받았다.
전문가는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전문적인 개인정보보호 교육과 조직 문화 혁신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경찰 출신의 한 대학교수는 “무엇보다 경찰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인데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며 “경찰에서 시행하는 개인정보 교육을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개별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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