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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네요. 저도 뉴스 보고 알아서요. 날벼락을 맞은 기분입니다."
서울 중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모 교사는 6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주 내내 밤낮으로 '온라인 개학'에 대비한 학습 콘텐츠를 촬영하고 편집했다는 그는 "헛수고한 것 같아 허탈하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5일 초등학교 1~2학년의 경우 온라인 수업을 EBS 방송 시청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일선 학교 교사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일관성 없는 정책 추진으로 현장의 혼선을 가중시키고, 결과적으로 학습의 질까지 떨어뜨리게 됐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오는 20일 온라인 개학을 맞는 초등학교 1~2학년에 대해서는 인터넷에 따로 접속할 필요 없이 케이블·지상파 채널을 통해 한국교육방송공사(EBS) 방송을 시청하는 것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5일 밝혔다. 학생들은 TV로 방송을 시청하고, 이후에는 학교에서 제공받은 '학습꾸러미(가정 학습 자료)'로 보충하면 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초등 저학년은 스마트 기기 활용이 익숙하지 않고 부모가 온라인 수업의 모든 과정을 챙겨야 하는 어려움이 뒤따르는 등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EBS 강의로 대체한다는 입장이지만, 교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모 교육청의 '온라인 개학 대비 태스크포스(TF)' 팀에 참여해 지난 2주 동안 초등학생용 온라인 학습 콘텐츠를 개발했다는 한 교사는 "온라인 개학이 코앞이니까 빨리 콘텐츠를 준비해야 한다고 닥달하더니 하루 아침에 EBS 강의로 결정하는 게 어이가 없다"며 "잠을 줄여가면서 만든 콘텐츠가 그냥 다 묻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EBS 강의로 원격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콘텐츠를 직접 만들기보다는 EBS 강의를 학생들이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에 공을 들였을 것"이라며 "오락가락 행정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학생들이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EBS 강의 시청은 교사들이 수업의 여러 방법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옵션"이라며 "획일적으로 EBS 방송만 보게 하라는 취지는 결코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학생을 평가하고 학생생활기록부에 남길 수 있는 수업은 '온라인 접속이 아닌 EBS 방송 시청 및 제공된 학습꾸러미 등을 활용한 교육 활동'으로 제한돼 있다. 교사들이 직접 개발한 콘텐츠를 활용한 수업은 학생을 평가하고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을 남길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정보부장으로 근무하는 모 교사는 "사실상 EBS 강의로 통일하라고 통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교사들이 직접 만든 교육 콘텐츠는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말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이어 "한 개인의 사상과 가치관 아래 만들어진 교육 콘텐츠가 방송을 타고 전국 모든 학생들에게 일괄적으로 주입되는 것은 창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 교육 기조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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