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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돼지 심장을 심장병 환자 데이비드 베넷에게 이식했다. 사진은 수술 후 회복 중인 베넷(오른쪽). EPA=연합뉴스
인간 몸속에서 뛰던 '돼지 심장'이 2개월 만에 멈춰섰다. 세계 최초로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가 결국 사망한 것.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매릴랜드대 의료센터는 이날 돼지 심장 이식수술을 받은 데이비드 베넷(57)이 지난 8일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 환자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의료진은 며칠 전부터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다고만 말했다.
지난 1월 돼지 심장을 심장병 환자 데이비드 베넷에게 이식하는 미 메릴랜드대 의료진. EPA=연합뉴스
미 메릴랜드대 의료센터(UMMC)는 지난 1월 7일 인체 장기를 이식받지 못해 다른 선택지가 없는 시한부 심장질환자인 베넷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심장을 이식했다. 당시 연구진은 돼지 심장 이식 수술 후 3일이 지나도록 환자가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고 회복 중이라고 했다. 당시 그는 전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게 됐다.
하지만 뒤늦게 그가 중범죄를 저질러 10년형을 선고 받은 흉악범이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그는 1988년 자신의 부인이 고등학교 동창 에드워드 슈마커(당시 22세)의 무릎에 앉아 함께 어울렸다는 이유로, 그의 복부·가슴 등을 7차례나 흉기로 찔렀다. 베넷은 범행 뒤 차를 타고 탈주극을 벌인 끝에 경찰에 체포됐으며, 이후 재판에 넘겨져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슈마커는 사건 직후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으나 결국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슈마커 가족은 베넷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340만 달러 배상 판결을 끌어내기도 했다. 베넷은 6년을 복역한 뒤 1994년 조기 석방 됐으나, 슈마커 가족에게 단 한 푼의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베넷은 출소 후 기술자로 살아오다 지난해 10월 심부전증을 앓게 됐다. 심장 이식 수술을 신청한 그는 차례가 오기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렸지만, 좀처럼 그의 차례는 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인류 최초로 돼지 심장을이식하는 게어떻겠냐는 예상치 못한 제안을 받게 됐고 이에 동의해 실제로 이식을 받는다.
세계 첫 돼지 심장 이식수술 후 즉각적인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이식 장기 부족을 해결한 새로운 방안으로 평가받았지만, 그의 사망에 따라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앞선 동물 심장 이식 수술은 결과가 좋지 않았다. 1983년 한 신생아가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이식받았지만, 거부반응으로 21일 후 숨졌다. 60년대에도 한 환자가 침팬지의 신장을 이식받았지만 9개월 후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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