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은 최고의 진료를 받기 위해 각 분야에서 권위가 있는 의사, 이른바 ‘베스트닥터’를 찾는다. 유명 대학 병원의 베스트닥터들에게 환자가 몰리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환자가 넘쳐나기 때문에 베스트닥터들은 쉴 틈이 없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일도 있다. 실제로 일부 베스트닥터들은 남모르게 병을 앓기도 한다. 하지만 환자들의 모범이 되는 베스트닥터들도 많다. 그들은 나름의 ‘비법’으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한다. 나와 내 가족을 치료하는 베스트닥터. 그들의 건강법을 연재한다.》
윤승규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장(소화기내과 교수·58)은 간암 분야의 베스트닥터다. 올해로 30년째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내과 과장과 간담췌센터 센터장을 맡은 데 이어 암병원장까지 요직을 두루 맡았다. 또한 간 분야의 최고 학회라는 대한간학회의 회장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 지역 간염협력센터 소장이면서 한국연구재단 연구평가위원 명함도 갖고 있다.
명성이 화려한 윤 교수도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병은 피하지 못했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윤 교수는 목 디스크로 꽤나 고생해야 했다. 숟가락을 잡지 못할 정도로 팔이 저렸다. 밤에는 통증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동료와 선배 의사들에게 증세를 호소했더니 수술해야 할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수술은 내키지 않았다. 당시 나이 40대 후반. 환자가 한창 많을 때였다. 수술하면 진료실을 오래 비워야 했다. 그 많은 환자들에게 못할 짓이라 생각됐다. 수술 대신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우선 통증을 억제하는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았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그랬던 윤 교수가 지금은 말짱하다. 목 디스크 증세도 사라졌고, 50대 후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체력도 뛰어나다. 비법이 뭘까.
● 30분 스트레칭으로 건강 찾아
목 디스크로 고생하던 시절, 선배 정형외과 교수가 “수술이 싫으면 일단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는 건 어때?”라고 제안했다. 스트레칭만으로도 통증을 줄일 수 있을 거라 했다. 처음엔 믿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밑져야 본전이겠거니 하고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목을 미는 스트레칭과 누르는 스트레칭, 두 종류를 반복했다. 우선 목을 미는 스트레칭은 이런 식이다. 첫째, 두 손으로 목의 아랫부분을 받친 뒤 위쪽으로 밀어 올린다. 둘째, 목 뒷부분에 손바닥을 대고 앞쪽으로 민다. 셋째, 오른손바닥을 오른쪽 뺨에 댄 뒤 왼쪽으로 민다. 넷째, 왼손바닥을 왼쪽 뺨에 댄 뒤 오른쪽으로 민다. 각 동작은 모두 15초씩 3회 반복한다.
그 다음에는 목을 누르는 스트레칭을 했다. 첫째 동작은 미는 스트레칭과 거의 비슷하고 둘째부터 약간 달라진다. 둘째, 뒷머리에 깍지를 끼고 지그시 머리를 누른다. 셋째, 왼손으로 오른손 머리 윗부분을 잡고 당기듯 누른다. 넷째, 오른손으로 왼쪽 머리 윗부분을 잡고 당기듯 누른다. 이 동작 또한 모두 15초씩 3회 반복한다.
이 스트레칭에 걸리는 시간은 10분이 채 안 된다. 윤 교수는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점심 먹고 한 번, 자기 전에 한 번 이 스트레칭을 시행했다. 하루에 30분을 스트레칭에 투자한 것.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이 ‘30분 스트레칭’의 효과는 놀라웠다. 3개월 만에 팔 저림 현상과 통증이 사라졌다. 늘 인상을 찡그리던 얼굴도 환히 펴졌다. 동료들이 “무슨 좋은 일 있냐?”고 할 정도로.
● 요가에 빠지다
건강 관리의 기본원칙은 ‘유지’다. 몸이 좋아졌다고 해서 스트레칭을 멈추면 몸은 다시 나빠질 수밖에 없다. 윤 교수도 그 사실을 너무 잘 알았다. 윤 교수는 정반대로 운동량을 더 늘렸다. 등산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며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일부러 낮은 산을 골라 천천히 올랐다. 처음에는 3분의 1만 산에 오른 뒤 내려왔다. 점점 높이를 올려 2개월여 만에 정상에 올랐다. 당시 등산에 4시간이 소요됐다. 그 다음에는 속도를 높였다. 6개월 동안 운동 강도를 높인 끝에 나중에는 1시간 반 만에 정상에 이르렀다. 물론 이 기간에도 매일 3회 이상의 스트레칭은 빼먹지 않았다.
주말 행사가 많아지면서 등산할 여유가 없어졌다. 윤 교수는 그 대신 2013년부터 헬스 클럽에 다녔다. 주로 장비를 활용한 근력 운동과 달리기를 했다.
어느 날 저녁시간대에 헬스클럽에 갔다가 따로 마련된 방 안에서 요가 수업이 진행되는 것을 우연히 봤다. 유리창 너머로 안쪽을 들여다보니 13명 정도가 요가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남자는 2명. 선뜻 내키지 않았지만 요가 동작이 평소 하던 스트레칭과 비슷해 보였다. 왠지 끌리는 느낌. ‘민망할 게 뭐 있어. 나도 해 보자.’
방에 들어가 요가 선생이 가르쳐 준 동작을 따라 해봤다. 웬걸. 1시간 정도 했는데 땀이 뻘뻘 나는 게 아닌가. 평소 하던 스트레칭보다 훨씬 강도가 강했다. 주변을 돌아보니 50,60대 여성이 고난도 동작을 무난하게 따라하고 있었다. 윤 교수는 이날, 요가의 매력에 빠졌다.
그로부터 3년 동안 헬스 클럽에 다니면서 요가를 꾸준히 배웠다. 그러다가 2017년 암병원장을 맡으면서 헬스 클럽에 다닐 시간도 사라졌다. 윤 교수는 연구실에 매트를 깔아두고 ‘나 홀로 요가’를 시작했다.
● 스트레칭-요가 전도사가 되다
요즘도 유 교수는 하루에 2회 이상 요가를 한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난 후 연구실에서 30분 정도 요가를 한다. 윤 교수는 굳이 요가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30분 스트레칭의 확장판이라는 것. 실제로 윤 교수는 고난도 요가 동작보다는 스트레칭보다 다소 강도가 높은 수준의 동작들을 위주로 운동한다.
몇 달 전에는 아내에게도 스트레칭을 권했다. 요즘은 부부가 잠자리에 들기 1시간 전쯤에 스트레칭 인터넷 강좌를 틀어놓고 함께 운동한다. 1시간이 넘는 강좌도 수두룩하지만 주로 20~30분 사이의 것을 고른다. 30분 정도 하고 나면 몸이 노곤해지고 편해진다. 운동을 하고 잠자리에 들면 아침에 일어난 후에도 몸이 뻐근하거나 다리가 뻣뻣한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진료실에서도 환자에게 “여유가 된다면 스트레칭을 하라”고 말한다. 실제로 몇몇 환자들은 윤 교수가 일러준 대로 스트레칭을 한 후 몸이 좋아졌다고 한다. 윤 교수는 “어떤 환자들은 ‘교수님이 간을 고치는 사람인데 몸의 통증과 척추디스크까지 치료하는 의사가 됐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동료 의사들의 평가는 무척 다양하다. 그게 효과가 있겠느냐고 말하는 의사도 있고, 몸이 조금 아팠던 동료들은 진지하게 듣는다. 그 평가와 상관없이 윤 교수는 자신의 운동법에 대해 확신한다. “시간 별로 들이지 않고, 도구가 없어도 되고, 사무실이든 공원이든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고. 이런 운동이 어디 있겠어요? 의원을 개업한 한 후배 의사는 실제로 요가에 관심을 가져 인도에까지 다녀왔다고 들었습니다. 의학적인 치료에 요가를 접목시키려 하는 것이지요.”
다만 윤 교수는 꾸준함을 강조했다. 하루에 30분만 투자하면 몸은 분명 좋아지는데, 그 30분을 지속적으로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4050세대 이후에게 이 스트레칭을 추천했다. 나이가 젊은 사람이야 관계없지만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굳고 줄어들기 때문에 꾸준한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이완시켜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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