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귀의 날'이랍니다. 1962년 대한이비인후과가 '사람의 귀에 맑고 환한 열쇠를 달겠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정했고, 지금은 대한이과학회가 주관하고 있습니다.
학회가 9월9일을 귀의 날로 정한 것은 9가 귀와 모양이 비슷한데다가 '구'와 '귀'가 소리도 비슷해서라고 합니다. 참고로 일본은 3월3일이 귀의 날입니다. 일본에서는 숫자 3이 귀와 닮았다고 여기고, 귀의 발음 '미미(みみ)'가 숫자 3 '미(み)' 발음이 겹쳐서라고 합니다.
이비인후과(耳鼻咽喉科) 이름에서 귀(耳)는 가장 앞서 있습니다. '듣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귀는 자궁 속의 태아에게서 맨 처음 발달하는 감각기관입니다. 태아는 귀의 외형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 6주부터 벌써 듣기 시작합니다. 태교의 으뜸이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고, 임부가 좋은 음악을 들으면 태아의 뇌발달에 좋습니다. 신생아는 엄마의 몸에서 머리를 막 내밀 때 주위에서 소리가 나면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고 합니다.
아기 때 귀에 문제가 있어서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언어학습에 어려움이 생기고 뇌 발달에 문제가 생기겠죠? 따라서 생후 1개월 안에 꼭 청력 검사를 해야 합니다.
또, 노인의 난청은 인지능력을 떨어뜨리고 치매 발병률을 높인다고 하니, 소리가 잘 안 들리면 빨리 이비인후과에 가야 합니다. 청력이 떨어진 것을 어떻게 아느냐고요? 주위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가 커졌다고 말하면 의심하면 됩니다. 안 들리면 무의식적으로 자기 목소리가 커지게 돼 있으니까요.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여승근 교수에 따르면 '귀의 감기'라고 할 수 있는 중이염을 방치하면 염증 때문에 맛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이 손상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경우 단맛과 짠맛을 구별하지 못해 강한 자극의 음식을 찾고 음식의 질이 아니라 양에 만족감을 느끼면서 비만을 부른다고 합니다. 비만이 난청을 부르기도 하지만 거꾸로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귀는 삶에서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똑똑한 누군가를 '총명(聰明)하다'고 할 때 총은 '귀 밝을 총'입니다. 잘 듣는 것이 똑똑하다는 것입니다. 삼성 가문의 가훈 중 첫째가 경청(傾聽)인데 '귀 기울여 듣는다'는 뜻이죠? 남의 이야기를 정성껏 듣는 것은 경영과 처세의 첫 걸음이기도 합니다. 예순 살을 가리키는 이순(耳順)은 귀가 순해진다는 것인데, 남의 이야기를 화내지 않고 그대로 이해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이처럼 잘 듣는 것은 인격과도 관련이 있지요.
우리는 남의 말에 귀 기울여 듣고, 화 내지 않고 판단을 할 정도로 지혜롭고 현명하고 품위 있는 사람일까요? 지혜로운 사람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듣고 싶은 목소리만 듣고 있지는 않나요? 귀는 두 개인데, 한 개도 제대로 열어놓지 않은 인숭무레기는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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