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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에 피를 보내는 '동맥(動脈)'이 손상되면 뇌졸중, 심근경색증 등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하지만 동맥 손상은 한 곳에만 진행되지 않고, 전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김병극 교수는 "대표 동맥인 관상동맥(심장), 뇌동맥(뇌), 말초동맥(팔다리) 중 2가지 이상에 문제가 생긴 '다혈관질환'은 사망률이 높고 후유증이 심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용히 전신에 나타나는 '다혈관질환'
동맥은 완전히 막히거나 손상되기 전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질환을 키우기 쉽다. 또 전신의 동맥은 서로 연결된 '공동체' 형태로 한 곳이 아프면 다른 곳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이에 증상이 없는 상태로 천천히 다른 동맥까지 손상되면서 '다혈관질환'이 나타나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윤창환 교수는 "같은 혈액이 돌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동맥이더라도 상태가 비슷하게 나빠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상동맥질환, 뇌동맥질환, 말초동맥질환은 서로를 부르는 질환이다. 삼성서울병원 연구에 따르면 말초동맥질환자 45%에게 관상동맥 협착이 있었고, 33%는 뇌로 가는 동맥이 좁아진 상태였다.
/그래픽=김하경, 게티이미지뱅크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이종영 교수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관상동맥환자 중에서는 25%가 뇌동맥질환이, 10%에서 말초혈관질환이 있으며, 뇌동맥질환자는 약 3분의 1이 심장질환을 갖고 있다"며 "특히 말초동맥은 지름이 5~10㎜ 정도로 다른 혈관보다 2.5배 넓어 증상이 가장 뒤늦게 나타나므로, 여기에 문제가 생겼다면 이미 다른 동맥도 협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다혈관질환은 단일질환일 때보다 치명도가 높다. 윤창환 교수는 "단순 관상동맥질환 사망률은 2~3%지만, 다혈관질환이 되면 사망률은 10~20%로 최대 6배 이상 증가한다"고 말했다.
◇나이 들수록 다혈관질환 위험도 증가
다혈관질환 위험도는 동맥 흐름을 방해하는 '동맥경화'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김병극 교수는 "동맥경화를 촉진하는 주요 원인은 나이"라며 "나이가 들수록 전반적인 동맥 탄력성이 떨어지고, 노폐물이 쌓이면서 다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종영 교수는 "실제로 동맥질환이 있는 노년층 중 30~40%는 다혈관질환이 있는 상태로 볼 수 있다"며 "남성은 45세부터, 여성은 55세부터 동맥 건강을 특별히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기름진 음식·과음 등 나쁜 생활습관 모두 동맥상태를 악화하지만 그중에서도 담배가 치명적이다. 윤창환 교수는 "담배의 수많은 독성물질은 전신 혈관을 돌아다니며 혈관벽에 상처를 내고, 염증을 유발해 동맥경화를 촉진한다"고 말했다.
혈관 건강의 척도인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등의 수치가 높은 사람도 주의해야 한다. 김병극 교수는 "비만이면서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모두 앓는 '대사증후군'은 다혈관질환 위험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동맥질환 있다면 다른 부위도 검사해야
다혈관질환 치료의 핵심은 최대한 빨리 동맥경화를 발견하는 것이다. 심장동맥은 '운동부하 검사'와 칼슘 측정을 통한 '석회화 지수 검사'로 진단한다. 뇌동맥은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로, 말초동맥은 팔과 발목의 혈압을 비교하는 '발목상완지수'나 '초음파검사'로 진행한다. 이종영 교수는 "중장년층부터 동맥 검사에서 한 곳이라도 문제가 생겼다면 다른 동맥도 관찰하는 것이 권장된다"며 "특히 비만 환자라면 나이에 상관없이 다혈관질환 발병 가능성이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는 막히거나 좁아진 동맥을 개통하는 스텐트시술 등을 이용한다. 김병극 교수는 "이미 동맥 변화가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일반 약물치료는 효과가 떨어지지만, 증상이 한 번 이상 나타난 고위험군에서는 아스피린·항응고제 병용요법으로 사망·재발 위험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혈관질환을 개선하려면 생활습관 관리를 다른 사람들보다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 특히 나이가 50대 이상이면 올바른 생활습관을 어느 때보다 지키는 것이 권장된다. 이종영 교수는 "이미 전신에 걸쳐 동맥 손상이 나타났기 때문에 기름지고 열량이 높은 음식은 멀리하고, 술은 반드시 줄여야 한다"며 "특히 흡연 정도에 따라 동맥상태가 좌우되는 만큼 금연은 필수"라고 말했다. '강도 높은' 운동도 필요하다. 윤창환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원이나 강변을 산책하는 게 운동이라 생각한다"며 "숨이 차오를 정도의 운동을 해야 혈액순환이 촉진돼 동맥건강에 영향을 주므로, 전문의와 상담해 적절한 강도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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