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심장 판막질환은 고령층을 위협하는 심장병이다. 심장에는 4개의 판막이 있으며, 판막이 열고 닫히면서 혈액이 한쪽 방향으로 흐르게 한다. 그런데, 판막을 오래 쓰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특히 대동맥에 문제가 잘 생긴다. 대동맥 판막이 딱딱해지고 좁아지면서 혈액이 잘 나가지 못하는 상태를 대동맥판막협착증이라고 하며, 고령화가 되면서 증가하고 있다. 고령층에서 늘고 있지만, 다행히 최신 시술이 활발히 적용돼 많은 고령층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허성호 교수를 만나 대동맥판막협착증에 대해 들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왜 발생하나?
판막 질환은 일종의 퇴행성 질환이다. '오래' '많이' 써서 발생한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증가한다. 심장에는 대동맥판막, 폐동맥판막, 삼천판막, 승모판막 등 투명하면서 얇은 4개의 판막이 있다. 판막은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면서 심장이 내뿜는 혈액이 일정한 방향으로 잘 흐르도록 혈류를 통제하는 밸브 역할을 한다. 4개의 판막 중에서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피가 전신으로 나가는 곳에 자리 잡은 문이 바로 ‘대동맥판막’이다. 대동맥판막은 심장의 출구 부분인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있어 압력이 세다보니 노화가 제일 빠른 곳이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국내 인구의 약 1%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증가하는 이유는?
고령화와 관련이 깊다. 노화에 따라 과사용으로 인한 협착이나 칼슘 침착 등이 잘 생기는 것. 1990년대만 해도 어릴 때 감염병의 일종인 ‘류머티즘열’의 합병증으로 인한 판막 질환이 많았다. 현재는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퇴행성 대동맥판막협착증이 다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2010년 4607명에서 2020년 1만 6537명으로 10년 새 약 3.6배 증가했다. 연령대로 나눠 보면 70대 이상이 환자의 72%, 60대 환자가 19%를 차지하고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10명 중 9명이 60대 이상인 것으로, 주로 고령에서 발생하고 있다.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대동맥판막 협착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 환자 대부분이 건강검진이나 다른 증상으로 병원에서 청진을 하던 중 심장 잡음이 들려 진단된다. 하지만 협착이 심해져 심장에서 온 몸으로 보내주는 혈액 양이 점점 감소하게 되면 호흡곤란 실신 흉통 등의 3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들은 나이가 들면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 여기기 쉽지만, 증상이 생길 정도면 ‘중증’이며, 2년 내 사망률이 5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평소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럽다거나, 숨이 차서 똑바로 누워서 자기 어렵다거나, 움직일 때 특히 숨이 자주 차다면 심장 판막 이상을 의심하고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65세 고령이거나 고혈압, 당뇨, 흡연 등의 심혈관 질환 위험 요인을 동반했을 때에는 대동맥판막협착증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는?
혈액이 온몸에 어느 정도 공급되면 흉통을 못 느끼고, 실신까지 가지 않는다. 활동량이 적으면 숨이 찬 것도 잘 못 느낀다.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간단한 청진만으로도 90% 이상 감별해낼 수 있다. 심장 소리에서 비정상적인 잡음이 들린다. 그러나 요즘에는 병원에서 청진을 잘 하지 않는다. 청진과 함께,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심장초음파’를 해야 한다. 심장초음파를 통해 좁아진 정도와 석회화 정도를 알 수 있다. 호흡곤란, 흉통, 실신 등의 3대 증상이 있으면 급사할 수 있으므로 빨리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 늦어지면 어떤 일이 생기나?
초기라면 숨참·흉통 등의 증상을 가라앉히는 약물치료를 한다. 병이 어느 정도 진행 돼 증상이 심하면 가슴을 열고 손상된 판막을 제거한 뒤 금속판막이나 돼지·소 판막으로 만든 조직판막으로 갈아 끼우는 수술을 한다. 흉부외과 수술이다. 그러나 고령이어서 체력이 약하거나 폐질환이 있어서 수술을 버틸 수 없다면 시술을 해야 한다. 허벅지 혈관(대퇴동맥)을 통해 조직판막이 달린 카테터를 대동맥까지 넣어 손상된 판막을 대체하는 TAVI시술(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이다. 이 시술은 석회화된 판막은 제거하지 않고 그 위에 새로운 판막을 덮는다. 카테터는 주로 허벅지에 있는 대퇴동맥으로 들어가지만, 혈관이 좋지 않으면 쇄골하 동맥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대퇴동맥을 통해 직경 약 5㎜의 얇은 관을 넣고, 그 관을 기존의 판막이 위치한 심장의 대동맥까지 이동시킨 후 그 자리에서 판막을 삽입한다. 시술에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정도로 짧아 국소마취나 수면마취를 하고도 시술이 가능하다. 시술 후 증상은 바로 좋아지며, 3~4일 후에는 퇴원을 한다.
-시술 대상자는 누구인가?
전신마취의 위험성이 심한 폐질환 환자이나 근력·체력이 떨어져 수술 시 위험이 높은 고령층이다. 젊고 근력이 좋으며 동반된 질환이 없는 환자라면 수술(대동맥 판막 치환술)을 받으면 된다. 문제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의 가장 흔한 원인이 퇴행성 판막질환이고, 실제로 대다수 환자가 고령으로 만성질환을 동반하고 있거나 심장 기능에 이상이 있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중 1/3 정도는 수술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수술 위험 때문에 수술을 받지 못하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에는 수술이 아닌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TAVI 시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조기진단이 중요한 만큼 65세 이상 고령층은 한번쯤 심장초음파를 해보고, 대동맥판막협착증 의심이 되면 정기적인 검사를 해야 한다. 경증인 경우 2년에 한 번 검사를 하고, 중등도인 경우에는 1년에 한번 심장초음파 검사를 할 것을 권한다. 정기적인 검사와 함께 호흡곤란, 흉통 등 증상이 있다면 빨리 진료를 보는 것이 좋다. 만약 대동맥판막협착증 진단을 받았다면 고민하지 말고 큰 병원에 가서 시술·수술 등 치료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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