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치는 뇌의 해마에서 장소세포, 격자세포가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맨날 다니는 길인데 뭔가 낯설다’, ‘고작 한 달 만에 방문한 곳인데 새롭게 느껴진다.’ 이런 경험을 자주 한다면 길치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서 길치는 뇌에서 장소 관련 기억을 저장하는 신경세포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길치는 보통 길을 잘 찾지 못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러나 정도는 다양하다. 지도를 잘 못 보는 사람부터 가고자 하는 방향의 오른쪽, 왼쪽 구분이 어려운 사람도 있다. 처음 방문하는 장소에서 길 찾기란 어렵기 마련이다. 그런데 길치들은 여러 번 다녔던 곳인데도 종종 길을 잃는다. 공간 지각능력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공간 지각능력은 거리감이나 부피에 반응하는 시각의 능력인데 주차를 잘하는 길치도 많다. 길치의 원인은 뭘까?
해마는 기억을 관장하는 기관으로 뇌의 측두엽에 있다. 사람이 보고 듣고 느끼는 등의 자극은 전기신호 형태로 해마에 머문다. 이때 해마 내부의 신경세포들은 전기신호를 계속 교환한다. 신경세포들이 전기신호 교환을 그만두면 단기 기억으로 사라지게 된다. 전기신호가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해마 내부의 신경 세포에 저장돼야 한다. 특히 장소, 위치와 관련된 전기신호는 장소세포와 격자세포에 저장된다. 우리가 매번 여기가 어디인지, 나는 이 공간의 어디쯤 있는지 떠올릴 필요가 없는 까닭이다.
장소세포를 처음 발견한 오키프 박사는 미로 상자에 쥐를 가둔 뒤 행동을 관찰했다. 그랬더니 쥐는 한번 방문했던 곳에서는 멈칫거리는 행동을 보였다. 오키프 박사는 해마 속 신경세포에 위치 정보가 저장됐기 때문에 쥐가 이런 행동을 보인 것으로 분석했다. 격자세포를 처음 발견한 모세르 부부 박사도 쥐를 미로 상자에 가두고 뇌 신호를 분석했다. 그랬더니 쥐가 먹이를 찾아 갈 때마다 마치 위도와 경도선처럼 일정한 격자 모양으로 반응하는 세포들이 있었다. 이 세포들은 특히 쥐가 일정 간격을 움직일 때마다 작동했는데 쥐가 스스로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길치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사람이 길을 찾을 때 장소세포와 격자세포가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고 말한다. 반대로 길을 잘 찾지 못하는 사람은 두 신경세포가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길치가 다른 분야에서 지능이 높다거나 치매 발병 위험이 크다고 말하지만 길치와 뇌 기능 간 상관관계는 분명하지 않다. 원인 역시 유전인지, 환경적인 요인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알코올이 해마는 물론 대뇌피질의 여러 신경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뇌 건강을 위해서라면 되도록 마시지 않는 게 좋다. 헬스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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