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마자 찬물을 마시기는 부담스러운 만큼, 침대 스탠드에 물병이나 물 한 컵을 준비해두고 마시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처럼 밤새 실온에 둔 물을 마셔도 괜찮을까?
미국 미시간대 보건대학원 분자미생물학과 연구팀에 의하면 밤새도록 방치한 물은 신선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불쾌한 맛이 날 수도 있다. 수돗물은 소독을 위해 염소가 첨가돼 있는데 이 성분이 증발하면서 맛이 달라질 수 있다. 또, 물에 뚜껑을 덮지 않았다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아 pH 값이 낮아지고 물이 더욱 산성을 띠면서 맛이 바뀌기도 한다. 미네랄 함량에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물은 가장 보편적인 용매로 기능하는 용액이다. 항상 공기 중의 무언가와 반응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실온에 방치하면 냄새와 맛이 변할 수 있다.
이를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면 뚜껑을 닫지 않은 물 한 잔과 커피 한 잔을 가까이 두고 다음날 물을 마셔보면 된다. 물과 커피가 직접 접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물에서 약하게나마 커피의 향이 날 수 있다.
이로 인해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마시는 물 주변에는 세척제 등 화학물질이 든 제품을 두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
용기에 장시간 머문 물에서는 미생물이 번식할 수도 있다. 시간이 오래 지날수록 번식량은 늘어나기 때문에 물을 실온에 오래 두는 것은 좋지 않다. 그때그때 필요할 때마다 신선한 물을 따라 마시는 것이 가장 좋지만, 물을 미리 떠놓는다면 꼭 뚜껑을 덮어두는 것이 좋겠다.
만약 여행이나 출장 등으로 장기간 집을 비웠다면 수도관에 고인 물에서 역시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겠다. 따라서 장기간 물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는 고인 물을 버린 뒤 식수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시중에 유통되는 생수는 유통기한이 1년 정도다. 그런데 이는 개봉한 물을 1년을 두고 마셔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단 개봉한 물은 최대한 빨리 소비하는 것이 좋다. 개봉하지 않았다 해도, 생수의 유통기한은 사실상 물 자체에 대한 유통기한이라기보다 플라스틱 용기와 연관된 유통기한으로 봐야 한다. 플라스틱 용기가 분해되기 시작하면 물에 화학물질이 침출될 수 있기 때문에 1년 이상 지난 생수는 마시지 말라는 의미다. 따라서 밀봉 상태로 보관한다 해도 1년 치의 물을 한꺼번에 구매하지 말고, 좀 더 빨리 소비 가능한 양만큼만 비축해두고 마시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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