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다음 날 푹 쉴 수 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술자리가 절로 깊어진다. 한껏 오른 술기운을 기분 좋게 즐기기만 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매번 숙취, 망가진 간 등 부작용이 따라붙는다. 그 때문인지, 술의 장점부터 숙취 줄이는 법까지 조금이라도 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위한 각종 속설이 난무한다. 어디까지 사실일까?
알코올은 가격을 따지지 않는다. 수 백만 원에 육박하는 양주나 집 바로 앞 편의점에서 산 소주나 똑같이 간을 손상시킨다. 단지, 양과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실수록 간이 상하기 쉽다. 도수가 낮은 막걸리나 맥주도 많이 마시면 간에 안 좋다. 장기간 술을 많이 마시면 손상된 간세포가 재생되지 못한 채 과도하게 일하게 돼, 알코올성 간염,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간경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유전적으로 술을 분해하는 효소가 얼마나 있는지, 영양 상태는 어떤지, 성별은 무엇인지 등에 따라 간 손상 정도에 차이가 난다.
술을 마시면 깊게 잠든다고 착각하기 쉽다. 수면은 얕은 수면에서 시작해 가벼운 수면, 깊은 수면, 서파 수면, 렘수면 순으로 다섯 단계가 반복되는데, 술을 마시면 뇌에서 서파 수면을 유도하는 부위가 활성화된다. 신체 활동을 억제하는 뇌 신경전달물질인 '가바(
GABA)'가 분비돼 빠르게 잠든다. 쉽게 잠든다고 수면의 질까지 좋은 것은 아니다. 알코올은 분해되면서 각성을 유발한다. 깊게 잠들 수 없는 것. 호흡중추 기능도 떨어져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날 수 있다. 혹여 잠을 자기 위해 술을 마신다면, 당장 멈춰야 한다. 술 대신 따뜻한 우유나 라벤더·캐모마일 티 등을 마시면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도 잠이 잘 안 온다면 불면증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기름기 많은 안주가 알코올로부터 간을 보호한다?
아니다. 기름진 안주는 안주 그 자체만으로도 지방간 발병 위험을 높인다. 지방간은 간세포 속에 지방이 축적된 상태다. 정상적인 간에는 지방이
3~5% 정도 포함돼 있는데, 이보다 많이 축적되면 지방간이라고 부른다. 지방간이 심해져서 간세포 속 지방 덩어리가 커지면 간세포 기능이 떨어진다. 지방이 간세포 사이에 있는 미세혈관과 임파선을 압박해, 간 속 혈액이나 임파액 순환 장애를 유발한다. 악화하면 간세포가 산소와 영양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제 기능을 못하는 간부전까지 이어질 수 있다. 기름진 안주보단 생선, 콩, 두부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먹는 것이 좋다. 간의 해독 기능은 단백질이 풍부해야 제대로 돌아간다. 충분한 수분 섭취로 혈액 속 알코올 농도를 낮추고, 체내 알코올 흡수를 지연시키는 것도 간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술 마신 지
30분이 지났다면 구토는 술을 깨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한소화기학회에 따르면 알코올은 위에서
10% 정도만 흡수되고,
90%는 소장에서 흡수되는데, 액체 성분은
30분이면 소장으로 넘어간다. 이후엔 토해도 몸속에서 제거할 수 있는 알코올 양은 많지 않다. 오히려 위장과 식도만 망가진다. 속을 게워내도 위장은 계속 소화액을 분비한다. 텅 빈 위 점막은 더 큰 자극을 받는다. 위염과 위궤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구토하면 위산이 섞인 구토물이 식도를 통과하는데, 이 과정에서 식도 점막이 손상돼 식도염이 유발되거나 식도 점막이 찢어져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자칫 구토물 일부가 폐로 들어가면 흡인성 폐렴이 발생해 기도를 막을 수 있는데, 이땐 호흡이 안 돼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과음 후 설사는 해장을 돕지 않는다. 오히려 장이 알코올에 혹사당했다는 신호다. 알코올이 장에서 흡수되면 장 점막의 융모가 자극돼 기능이 떨어진다. 수분, 영양소 등이 체내 흡수되지 못하고 장에 남게 된다. 남은 수분이 변에 포함돼, 변이 묽어진다. 알코올은 장의 연동운동도 촉진한다. 영양소, 수분 등이 미처 장에 흡수되기 전에 설사 형태로 배출된다. 또한, 알코올이 소화액인 담즙 분비를 방해해 소화 기능도 떨어뜨린다. 특히 평소 장이 예민한 과민성장증후군 환자는 술을 마신 후 더 자주 설사를 할 수 있다. 일주일에 3회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은, 알코올로 이미 자극된 장을 지속해 자극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장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빨개지는 얼굴, 술 마시고 혈액순환이 된 증거다?
술 마시고 얼굴이 빨갛게 변하면 그만 마셔야 한다.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생기는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혈관을 팽창시키고, 알코올이 미세 혈관을 파열시켰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혈액순환과는 관계없다. 오히려 음주는 혈관 탄력을 떨어뜨려,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체내 세포 수명을 감소시키고, 세포 손상 물질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등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기에, 술 마시다가 얼굴이 빨갛게 변하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몸속에 많이 쌓였구나' 생각하며 음주를 멈춰야 한다.
술이 약한 사람은 술 냄새만 맡아도 취할 수 있으므로, 강권하면 안 된다. 실제로 영국 에지힐대 연구팀이 한 그룹에 술을 뿌린 마스크를 착용하게 하고, 또 다른 그룹에 감귤류 용액을 뿌린 마스크를 쓰게 한 뒤 반응 능력을 평가했다. 그 결과, 술이 뿌려진 마스크를 쓴 그룹이 감귤 용액이 뿌려진 마스크를 쓴 사람보다 반응 시간이 늦고 정확도가 낮았다. 맥주를 마시지 않고 냄새만 맡아도 쾌감과 관련된 물질인 도파민 분비가 증가했다는 미국 인디아나대 연구팀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현상은 알코올중독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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