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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고 싶은 발리(1)
조글로미디어(ZOGLO) 2023년5월30일 16시12분    조회: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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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즐거움이 가득 묻어있는 사진을 보면서 발리를 주름잡으며 행복의 미소를 날린 여섯 아줌마들의 발리행이 추억의 날개를 달고 다시 발리에로 가고 싶게 만든다.

만 칠천오백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 인도네시아, 그중 발리는 가장 아름다운 섬중의 하나로 천혜의 자연경관덕에 일찍부터 세계 제1의 려행지의 명성을 떨치고 있다. 젊은 시절 드라마를 보면서 발리를 보고 느끼고 싶어 목마른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수십년이 흐른 후 시간적 여유, 금전적 여유 그리고 아직은 건강한 몸이 발리의 유혹을 꼬드기고 발리에로의 걸음을 재촉했다.

드디여 떠났다. 때는 2018년 5월 10일 저녁 10시 30분.상해에 있는 여섯 아줌마, 유럽 려행 2년 후 다시 부푼 가슴을 안고 포동공항을 떠나 약 7시간 하늘을 날아 해뜰 무렵 발리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가이드 아굉이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작달만한 키에 얼굴이 해빛에 그을려 감실감실한 40대 중반의 남자였다. 난생 처음 만나는 사이지만 가이드 전문직답게 얼굴에 훈련된 미소를 담고 공항에서 손님맞이 행사를 간단히 치뤘다. 처음 발리에 오시는 손님이라면 누구에게나 꼭 드리는 선물이 있다며 아굉이 우리에게 태양모 하나씩 나누어주고 커다란 발리식 꽃목걸이도 우리 목에 직접 걸어주었다. 이색 풍토가 느껴져 좋았다. 날 밝을 녁이라 공항 내 조명이 어둑한 데다가 밤새 비행에 지친 몸과 흐트러진 옷매무시, 푸석한 얼굴 게다가 아굉의 촬영술도 별로여서 발리 도착 기념사진 역시 엉망이였다.

그래도 시작부터 꼼꼼히 챙겨주고 친절하게 다가오는 아굉에게 호감이 생겨 인츰 기분이 전환되였다. 아무튼 이제부터 닷새 동안 가이드에게 기대서 살아야 할 판이니 모두들 아굉에게 따뜻하게 인사하고 “부탁드립니다”고 중국어를 련발하며 좀 낡았지만 우리 일행만 사용한다는 작은 뻐스에 올랐다.

반복 사용에 몸살이 난 태양모와 꽃목걸이는 물론 정중히 반납하고.

발리는 호텔 맛이 려행 맛이라고 한다. 그만큼 발리는 호텔이 각양각색이고 운치가 서로 달라서 주숙 자체가 호강이고 향수라고 하니 그 맛을 즐기기 위해 우리는 발리에서의 4박을 2박씩 일부러 나누어 호텔 두 곳을 예약했다.

우리가 행장을 푼 첫 호텔은 이나야푸뤼이라는 이름의 호텔이였다.

호텔은 정문과 로비, 정원까지 너무 이색적이고 아름다웠다. 호텔이라기보다 돈 많은 부자들의 별장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와−”, 감탄 소리가 나올 새도 없이 입이 먼저 떡 벌어졌다. 키를 받아 방문을 열어젖히니 아예 밖으로 나오기 싶지 않을 만큼의 깔끔하고 예쁜 방이 우리를 향해 가벼운 미소를 얹은 섹시 만점 위크를 날려왔다.

다그쳐 려로의 먼지를 샤워로 말끔히 씻어내고 한결 상큼해진 아줌마들이 종종 걸음으로 가이드를 따라나섰다.

5월 11일 첫 투어는 따나롯사원(海神庙)이였다. 따나롯사원은 발리 최고의 경관중의 하나다.

따나롯이란 바다 우에 떠있는 땅이라는 뜻인 데 따나롯사원은 발리의 중요한 종교인 한두교의 사제가 초능력을 리용해 자기가 명상하던 곳의 거대한 바위를 바다로 옮겨 바다 우에 세운 사원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바다의 기적이라고 할만큼 신비하고 아름다운 사원은 바다물이 밀려올 때엔 마치도 바다에 둥둥 떠있는 듯하다가도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지는 신기함을 연출하고 바다물이 빠지고 난 후엔 사원 전체가 바다에 감추었던 모습을 속시원히 드러낸다고 하니 참으로 자연의 위대함이라 해야 할지, 신의 조화라고 해야 할지 통 모르겠다.

우리는 썰물을 기다려 먼저 따나롯사원이 멀리 보이는 절벽 우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다시 바다에 내려가 발목을 찰랑거리는 바다물을 건너 따나롯사원을 둘러보았다. 사원도 신비로왔지만 어쩐지 바다 속 바위 우의 사원에 선 우리가 더 신비롭게 느껴졌다.

언덕으로 올라가는데 웅장하면서도 예쁜 대문이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남기느라 법석이기에 아굉을 바라보았더니 아굉은 제꺽 입을 열었다. “발리에는 하늘의 문(天空之门)이라는 아주 유명한 경관이 있는데 그것을 본 따 비슷하게 만든 문 여러 개 가운데 이 문도 그런 짝퉁 ‘하늘의 문’중의 하나”라고 했다. ‘하늘의 문’은 발리의 대표적인 건물이자 중요한 경관중의 하나로 선악의 문이라 불리운다. 문 량쪽에 희고 검은 줄 문양의 수건을 허리에 두른 수호신도 선악의 상이이며 ‘하늘의 문’은 신력이 있어 선량한 사람만이 통과할 수 있고 악령이 문을 지나려 하면 끼인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아굉이 다시 우리를 부근의 작은 시장으로 안내했다. 발리 주민들이 주로 열대 과일과 현지 식물을 가공해 만든 치마와 적삼, 원피스 등 땀을 잘 흡수하는 옷가지들과 간단한 수제 공예품을 팔고 있었다. 시장 한켠에 차집이 보이자 아굉이 얼른 우리를 이끌어 자기가 쏜다면서 손 크게 우리에게 유자 한통씩 안겨주었다.

천정이 낮고 작지만 예쁘고 아기자기 꾸민 차집이였다. 삥 둘어앉아 달콤한 유자를 마시면서 달콤한 웃음을 짓는 아줌마들 속에서 아굉이도 달콤하게 웃는다. 유람객과 가이드로 만난지 불과 몇시간 밖에 안되는데 우리는 벌써 서서히 서로에게 다가가고 가까와지고 친해지고 있었다. 아굉이 다음 목적지에 가려면 시간이 좀 수요된다며 재촉했다.

우붓에 도착했다. 자그마한 시가지인 우붓에도 여러가지 볼거리가 있는데 우리는 그중 우붓시장과 우붓왕궁을 둘러보기로 했다.

우붓시장은 꽤 오래된 로천 재래시장인데 발리에서도 꽤 이름나 있다고 한다. 규모는 앞서 본 시장과는 비교도 안되게 크고 물품 가지수나 수량도 풍부했는데 특히 공예품들은 색감이 뚜렷하고 화려하여 무척 이목을 끌었다. 시장에서 우리는 저마다 마음에 드는 원피스를 골랐다. 너무 헐값이여서 아예 몇벌씩 샀다. 하지만 선물용으로는 조금 초라해서 내놓지 못했다. 대신 무더운 상해의 여름 집에서 입는 것이 딱이여서 지금까지 잘 입고 있다.

일행은 우붓왕궁에 도착했다. 왕궁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규정에 따라 지정된 치마를 입어야 했다. 문지기가 건네주는 치마를 입으니 제법 발리녀인 맵시가 났다. 복장과 민족의 관계는 풍토이자 민속이고 문화임에 틀림없었다. 왕궁문은 으리으리하지만 작은 조각을 하나하나 깨알 정성으로 무어놓은 것 같아서 크지만 육중해보이지 않고 외려 가볍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우붓왕궁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왕궁으로 알려져있다. 면적이 몇백평방메터에 불과하지만 발리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60개의 방이 아주 매력적이라고 한다. 16세기 유명한 예술가의 설계에 의해 세워졌다는 이 왕궁에 아직도 왕실 후손들이 살고 있는데 지금은 왕실 대우를 받지 못해 자기 노력으로 살아가야 하므로 살림이 넉넉치 못하다고 아굉이 설명했다. 무너진 왕실의 위엄이 애석한 듯 긴긴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걸음을 재촉하며 옛 왕궁에 절반의 빛만 애처로이 남겼다. 그 절반의 빛 속에서 찍은 우붓왕궁 기념사진, 이 사진을 보면 정원의 단상에 줄느런히 앉아 전혀 관심없고 흥미롭지 않다는 눈빛으로 우리를 눈빗질하던 왕족 후손 녀인들의 얼굴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겨우 의식주가 해결되는 정도로 궁색하게 지내면서도 여기 단상 우의 왕족 후손 녀인네들은 절대로 일에 손을 안 댄다고 하니 실로 왕족의 피와 오기는 야윈 몸둥이와 피기 없는 얼굴에도 완강하게 자리를 튼 모양이다.

우붓왕궁은 정원 일부만 개방되여있기에 발리 풍의 왕실 내부도 구경하지 못했고 또 촬영이 금지되여 왕족 후손 녀인네들의 사진을 남기지 못한 것도 조금 서운하다.

발리에서 첫날 일과를 순조롭게 마치고 우리는 호텔식당에서 발리식 부페를 마음껏 즐겼다.

이튿날 아침 일찍, 여섯 아줌마들은 비키니 차림으로 정원의 삼단식 로천수영장에 혜성처럼 나타났다. 자랑같은 얘기지만 여섯 아줌마 모두 수영이라면 또래 아줌마들중 두번째 손가락이 아쉬울 수준이다. 뭇 려행객들의 휘둥그래진 눈을 기분 좋게 의식하면서 아줌마마다 물속에 첨벙 뛰여들어 자유영, 와영, 접영(蝶泳)을 즐기며 부지런히 수영장을 오갔다.

 

시간이 귀한 우리는 또 오전의 자유활동 시간을 리용해 호텔의 아름다운 정원을 구석구석 돌아보고 정원과 이어진 바다로 향했다. 바로 눈앞에 확 펼쳐진 푸른바다, 오전 해살에 반짝이는 황금빛 모래알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반기는 침대식 안락의자… 우리는 정원에서 개구쟁이처럼 뛰놀고 안락의자에 앉고 눕고 기대며 멋도 부리며 백사장에서 태양을 향해 웨치기도 하며 삶이 주는 즐거움을 마음껏 향수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12일 중요한 일과인 페러글라이딩(滑翔伞) 날아예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깎아지르는 듯한 절벽아래 바다가 보이는 산 정상의 펑퍼짐한 곳에서 먼저 온 손님들이 씽씽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우리가 무서워하는 기색을 보이자 담당 가이드는 페러글라이딩은 십년 이상 비행 경험이 있는 전문 운전자가 손님 한분을 모시고 날아오르므로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며 마음을 놓아도 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 년령대의 손님은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보기만 해도 무서워 가슴이 떨렸지만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인생에 단 한번의 기회라 생각하면서 60대 중반 아줌마들은 손에 손을 포개며 화이팅을 웨쳐 서로에게 힘을 주었다. 그리고 지휘에 따라 저울에 몸무게를 달고 번호 패쪽을 받고 순서에 따라 씩씩하게 하늘로 날아가는 지정 장소로 향했다.

마침내 하늘을 날아올랐다. 몸도 날고 마음도 날았다. 구름이 바로 머리 우를 스치는 듯, 절벽 아래 백사장이 아득이 보이고 산아래 저 멀리 마을도 점점 작아졌다. 자신의 용기와 단체의 성원에 힘입어 공포를 극복한 안도감으로 나는 머리를 들어 하늘을, 다시 바다와 육지를 한 눈에 담으며 깊은 감동과 야릇한 쾌감을 기꺼이 토해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은 꽃길이였다.

흥분이 전률마냥 온몸을 휩쓸었다. 분명 땅을 걷고 있는데 마치도 구름속을 거니는 듯 온몸이 가볍게 둥둥 뜨는 것같았다. 무슨 일이라도 해야 아직도 많이 남은 에너지를 소모할 듯했다. 공원이 따로 없이 통째로 꽃밭인 발리는 발 닿는 곳이 바로 촬영지라 곧바로 촬영쇼를 벌였다. 금방 우리를 품에 껴안았던 하늘을 향해, 두 팔을 얼싸 벌려 환호하며 하늘높이 솟은 이름 모를 나무, 키 낮은 잔디, 활짝 핀 꽃나무로 해서 취한 듯 헤픈 웃음을 날리며 즐거움과 기쁨과 환희를 찍고 찍고 또 찍었다.

오늘밤까지 첫 호텔에서 묵고 래일엔 짐을 싸서 다른 호텔로 옮긴다. 너무 사치인가, 사치라해도 괜찮다. 저물어가는 황혼인생에 사치 한번 부리는 것도 우리에게 하사한 삶의 행운이라면 마음껏 즐기는 것 역시 우리의 행운이리라.

/방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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