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간 깼다가 주말이라서 늦잠을 잘 료량으로 다시 재잠에 빠져들었는데 가장 달콤한 그 순간에 밖에서 드르륵 윙윙하고 거치른 기계음이 울려퍼졌다.
벌초기계의 소리였다.
시계를 보니 겨우 여섯시 반이다.
“아니 왜 이른아침에 소음을 만들면서 란리야.”
달콤한 잠이 방해받은 것 만큼 언짢은 일이 없다. 신경을 긁는 벌초기계의 소리 속에 재잠을 잔다는 건 말이 안되고 하는 수 없이 신경질이 꼴똑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초기계의 소리는 아홉시쯤이 되니 그쳤다. 삽시에 온 세상이 조용해진 것이 그제야 살 것 같았다.
물업회사에서 주민들이 모두 집에 있을 시간대에 일하는 티를 내느라고 그런 건지 아니면 땡볕이 쏟아지기 전에 일을 하느라고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유일하게 늦잠을 잘 수 있는 주말마저 아침잠을 뺏기고 나니 기분은 유쾌할 리 없다.
조금 지나니 페품수구를 하는 사람이 쟁쟁이를 땡땡거리고 두드리지 않나, “컴퓨터, 세탁기, 채색TV를 회수합니다.” 하는 스피커를 켜고 돌아다니지 않나, 복도청소를 하는 아줌마는 장대걸레로 란간을 탕탕 부딛치며 아주 전쟁을 치르는 듯한 기세로 계단을 닦아댄다. 한여름의 주말답게 아빠트단지 전체가 들끓기 시작한다.
가뜩이나 더운데, 데시벨과 함께 짜증도 치솟는다.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소음에 민감해졌지? 20대에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장소만 골라다녔었는데…
나 뿐만 아니라 요즘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소음에 민감한 것 같다. 특히 요즘 방학을 맞아 고속철을 타고 려행을 떠나는 어린이들이 많아지면서 기차에서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굴어 다른 승객과 마찰을 빚은 사건사고가 유난히 두드러진다.
아이를 좀 조용하게 해달라는 승객의 요구에 “3살짜리 아이가 뭘 알아요? 아이에게 달린 입을 어떻게 통제해요?”하고 아주 당당하게 되받아치는 아이엄마,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고도 어떻게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는지 놀랍다. 아이의 문제는 거개가 부모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 마인드니까 아이도 그렇게밖에 키우지 못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차에서 같은 바곤에 유난히 소란스러운 아이가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경험도 한두번이 아니였기에 피해를 받은 승객의 립장이 충분히 리해되였다.
또 한편 이 세상은 소음에 지나치게 반감을 느끼고 그로 인해 인간관계도 삭막해졌다는 느낌도 든다. 댓글에 누군가가 ‘여론이 이렇게 돌아가서 요즘은 아이를 데리고 길을 떠날 엄두조차 안 나요.’라고 쓰자 수많은 사람들이 회답하기를 ‘그 정도로 걱정되는 아이라면 데리고 나오지 마세요.’ ‘통제가 안되면 영원히 데리고 나오지 마세요.’하고 쏘아붙인 것이였다.
도시의 인구밀도가 점점 더 조밀해지면서 그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따라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말의 청정지역을 지키려 하며 점점 더 그것이 방해를 받는 것을 허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조사에 따르면 소리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우울, 분노, 충동지수가 높다고 한다. 뜻인즉 요즘 사람들이 이러저러한 원인으로 심적 피로가 많이 쌓여서 소리에 더욱 민감해진 것 같다.
철학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찍 한 도시가 일정한 규모를 초과하면 사람들이 살 수 없다고 말한 적 있다. 즉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곳에 몰려있으면 자연과의 련계가 끊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마음의 병이 든다고 했다.
이 세상은 종래로 소음이 빈 적이 없다. 그리고 소음은 언제나 제멋대로 아무때 아무 곳에서든 발생한다. 이런 환경에서 살고 있는 한 우리에게는 이 세상을 개변할 수 있는 힘이 없다. 그렇다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길밖에 없으니 소음을 대하는 자신의 자세를 바꾸는 것만이 정답이다.
하지만 모든 소음이 통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일부 인위적인 소음은 통제가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일찍 <소음을 론하다>라는 문장에서 “지식분자에게 있어 소음은 고문형이다.”라고 말하며 타인을 방해하는 여러가지 형식중 소음은 가장 례모 없는 것, 소음제조자의 절대다수는 인문소질 면에서의 야만인이라고 꾸짖기도 했다.
어린이들이 소란을 일으키는 것은 통제 가능한 소음이지 않나 생각을 굴리면서 인위적인 소음을 방치하는 부모에 대한 질타를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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