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말에서 ‘설’은 나이를 셀 때에 쓰는 ‘살’이라는 말과 본래 같은 말이였었는데 오랜 기간 써오는 과정에 모음 ‘ㅏ’가 ‘ㅓ’로 바뀌여지면서 ‘살’이 ‘설’로 되였다. ‘설’은 조선말의 력사적인 자욱을 따라 그 발전의 자취를 더듬어보면 ‘새것’을 뜻하던 ‘사라’(새)라는 단어와 같은 뜻으로 서로 통하여 써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 조선말에서 ‘설’은 ‘새롭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면서 ‘새해의 첫날’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음력설(춘절)은 음력 초하루를 가리키는 말인데 ‘신춘’, ‘세단’, ‘원일’, ‘원조’ 등으로 불리우기도 하였다. 음력설은 청명, 단오, 추석과 더불어 우리의 4대 명절로 불리우고 있다. 설날에는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벽사(辟邪)를 기원하면서 친척 친구들이 모여앉아 식사도 하고 술잔도 기울이면서 서로 덕담을 나누는 날이였으며 여러가지 오락활동을 즐기는 날이였다.
음력설의 기원은 조기 인류의 원시적인 신앙과 자연숭배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상고시기의 세수(岁首) 제사로부터 연변되여온 것이다. 음력설은 깊은 문화적인 함의를 내포하고 있으며 전승과 발전의 력사적인 단계를 걸어왔다. 설날의 민속은 국무원의 비준을 받아 제1차 국가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되였고 2023년 12월 22일 제78차 유엔총회에서는 음력설을 유엔의 휴일로 확정하였다.
음력설은 긴 력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많은 풍속을 갖추고 있다. 그 풍속들이 지방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 지방에서는 아침 일찍 사당에 제물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낸다. 이것을 정조차례(正朝茶礼)라고 한다. 그리고 이날에는 어른이나 어린이들이 모두 새옷으로 갈아입는다. 이것은 설빔(岁粧)이라고 한다.
차례가 끝나면 집안 어른들과 년세가 많은 분들을 찾아 새해 첫 인사를 드리는데 이것을 세배(岁拜)라고 하며 세배를 받은 후 어르신들이 주는 돈을 세배돈이라 한다. 세배 때 음식을 대접하는 것을 세찬(岁餐)이라 하고 이 때 내는 술을 세주(岁酒)라고 한다.
설날에 먹는 음식은 아주 다양한데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 떡국과 시루떡이다. 가래떡(白饼)을 얇게 썰어 장국에다 넣고 소고기나 꿩고기를 넣고 끓인 것을 떡국(饼汤)이라 한다. 떡국은 차례상에도 오르고 손님 접대 상에도 오른다.
설날 이른 아침에 장만하여 벽에 걸어놓음으로써 한해의 복을 빌었던 조리를 복조리라 하고 복을 불러들이기 위해 차고 다니던 여러가지 길상무늬가 수놓인 주머니를 복주머니라 불렀다. 복주머니는 남녀로소 구분 없이 줄겨 찼는데 이렇게 하면 사악한 것을 물리치고 복이 온다고 믿었다.
음력설부터 가장 즐기던 놀이는 윷놀이였다. 윷놀이는 음력설부터 시작하여 정월 보름까지 계속되군 하였다. 윷놀이에서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을 뜻하였다.
/신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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