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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춘자 수필] 잊지 못할 랭면육수 이야기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7월23일 14시19분    조회: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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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언니네도 오고 조카들도 와서 우리는 외식을 하기로 하였다. 뭘 먹을가 제기하니 애들은 불고기를, 어른들은 무조건 랭면이란다. 우리는 집에서 가까운 식당에 갔다. 열몇이 모이니 명절을 쇠는 기분이다. 커가는 애들이 많이 먹으라고 메뉴에 있는 맛있다고 생각되는 음식들을 많이도 시켰다. 몇분 안되여 서비스로 올리는 김치며 짠지들까지 들어오니 밥상은 그릇들이 깔리고 미식풍년이 들었다.

언니는 음식을 너무 많이 시켰다고 야단이다.

“너는 어릴때 가난하게 살아온 이야기를 귀아프게 들었겠는데 음식랑비하는 버릇을 못 고치는구나”

“언니는 또 잔소리네.지금은 료리가 많이 남아야 대접을 잘 한거라오.”

언니의 절약정신은 누구도 못 말린다. 가난했던 시절 맏이였던 언니는 부모님들과 함께 제일 고생이 많았다. 게다가70년대에 학교마다 ‘5.7분교’(농업기지)가 있어 소학생들도 때로는 분교에 가서 곡식을 심고 김을 매고 비료도 주고 가을걷이도 하였다. 내 기억에 몇십리를 걸어서야 분교에 도착 할수 있었던 것 같다. 언니가 소학교5학년때 일이라고 기억된다. 어느날 학교에서는‘5.7분교’로 일하러 간다면서 도시락을 싸오라 하였다. 

엄마는 위수술로 집에 누워있어 일할수 없고 아버지가 가정일을 도맡아 나섰다. 여섯식솔이 아침을 먹고나니 집에는 반찬이 별로 남지 않아 아버지는 그래도 어리다고 나의 도시락에는 밥에 감자채를 담아주고 언니는 밥에 성냥개비만한 2전짜리 썩두부 하나를 담아 주었다. 밭일을 끝내고 점심을 먹자고 도시락을 열고보니 코를 찌른 썩두부 냄새에 아이들은 누가 방구를 뀌였는가고 야단이였다. 언니는 맏이로서 항상 가정에서 억울함을 혼자 감당하고 꾹 참는 습관이 있어 애들이 떠들썩 해도 내색을 내지 않고 조용히 밥을 먹었다. 

그 일이 있은뒤 언니는 배를 굶더라도 다시는 도시락을 싸지 않았다. 가난한 집 애들이 일찍 셈이 든다고 언니는 부모들을 도와 우리를 이끌고 집마당에 채소와 옥수수, 수수 등을 심어 집생활을 도왔다. 언니는 모자라면 먹지 않고, 입지 않고, 쓰지 않는것이 절약이란다. 

그 시대는 계획경제시대라 모든 것을 표제를 실시하다나니 설날이 돌아와야 한사람당 입쌀1근, 밀가루1근, 해바라기씨 한근, 참기름2냥, 돼지고기2냥씩 통일적인 배급을 받을수 있었다. 썩두부도 상점에서 단지채로 새 것을 들여 온다는 소식이 있으면 애들은 색을 칠한 법랑고뿌를 들고 줄을 서야 살수 있었다.가난의 시대를 지내며 단련된 언니는 지금도 음식을 먹을만큼 만들고 돈도 쪼개여 쓴다.

료리를 먹은후 주식으로 우린 무조건 랭면을 청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랭면발과 시원컬컬한 랭면육수, 거기에 소고기 두점, 오이, 김치, 삶은 닭알 하나, 꿩고기 완즈까지 얹혀있는 랭면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슬슬 돈다. 70년대는 연길시에 복무청사와 렬군속식당에만 랭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도처에 랭면관이고 어지간한 식당들에서도 모두 랭면을 만든다.

나는 랭면 그릇을 들고 시를 읊듯이 “연변의 자랑, 천하제일 랭면이여, 어릴때 돈이 없어 랭면의 령혼 육수만 마이던 시대 이미 지나갔도다. 이발만 든든하면 춘하춘동 그냥 먹으리라.”하고 읊조리자 애들은 우습다고 손벽치고 우리 형제들은 추억에 빠져 눈물을 짜며 웃었다. 애들은 “그 랭면육수이야기 해 주세요”하며 나의 팔을 끌어 당겼다.

우리 집엔 딸 넷에 부모님까지 모두 여섯식솔이 살았다. 아버지 어머니가 장기환자이기에 돈을 모을 여유도 없었고 로동력이 없어 창고랑 비가 새여 수리를 해야 하지만 일할 사람이 없었다. 어느날 저녁에 큰 비가 오는 바람에 또 물이 새였다. 집이라도 무너질가봐서인지 아버지는 온밤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아침이 되자 아버지는 우리 형제 넷을 불러 놓고 강변에 가지 않겠는가고 물었다. 우리는 물고기 잡으러 가는줄 알고 좋아라 한결같이 짝짝 손벽을 쳐댔다. 아버지는 단위에서 빌려온 큰 밀차에 우리를 싣고 강변으로 떠나갔다. 당시 연길시 골목거리는 울퉁불퉁하여 사람들이 걸어 다니기도 힘들었다. 그때 아버지는 힘겹게 밀차를 밀었으나 밀차에 앉은 우리는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 했다. 강변에 이르자 우리는 큰 유람지로 온듯 소리치며 달아다니다가 기진맥진하여 조용히 모래밭에서 고운 돌들을 줏기 시작하고 아버지와 언니는 한삽한삽 모래를 퍼담았다. 땀에 물주머니가 된 아버지는 쉴념을 하지 않고 기계처럼 부지런히 삽질을 하였다.시간이 얼마 흘렀는지 밀차에 모래가 차자 아버지는 담배 한대 피우시고는 돌아가자고 했다. 

그래도 돌아올때 언니 둘은 컸노라고 뒤에서 밀차를 밀고 나와 동생은 모래우에 앉아왔다. 울퉁불퉁한 길에선 내려서 걸었다. 나와 동생은 모두 목이 컬컬하여 아버지보고 얼음과자를 사달라고 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집에 도착하면 우리들에게 맛있는 랭면을 사 줄테니 힘을 내란다. 집이 점점 가까와 지니 저앞에 렬군속식당이 보였다. 아버지는 밀차를 렬군속식당앞에 세워놓고 “너희들 덕분에 여기까지 순리롭게 왔다. 다들 좀 쉬여가자.”고 말씀하시였다. 

우리는 말똥말똥한 눈으로 아버지를 쳐다 보았다. 한참 주저하던 아버지는 용기를 내여 우리들의 손을 이끌고 렬군속식당안으로 들어갔다. 랭면은 얼마나 호강스러운 음식이였던가! 우리는 손에 손잡고 퐁퐁 뛰면서 아버지뒤를 졸졸 따랐다. 식당안에 들어서기 바쁘게 아버지는 구석진 곳의 둥근밥상에 걸상을 당겨오고 우리를 앉혔다. 

식당안은 매표구가 따로 있고 랭면이 나오는 창구가 따로 있었다. 아버지는 창구에 가서 무슨 얘기인가를 주고받더니 랭면육수 한사발을 받아왔다. 아버지는 제일 어린동생부터 한모금씩 마시게 하더니 나중에 얼마 남지 않은 육수를 쭉 들이마셨다. 컬컬한 김에 한사발은 인차 굽이 났다. 언제 랭면이 나오나 눈이 초롱초롱해서 기다리는데 아버지는 인젠 목을 추겼으니 집으로 가잔다. 우리는 얼떨떨한 김에 아버지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창구의 아지미는 어른이 가서 랭면육수를 달라니 랭면을 드시고 육수가 모자란 걸로 알고 주었을 것이다. 지금도 생각할수록 가슴이 찡 해난다.어찌도 가난하였으면 부모님이 이런 체면깍이는 일도 할수 있었을가고 되새겨 본다.

엄마가 아파 시원한 랭면육수를 마시고 싶다 할때 우리 형제들은 아버지를 따라배워 주저없이 우리집 보배주전자를 들고 렬군속식당으로 갔다. 동생은 나이가 어려 집에 있고 나는 언니네를 따라다녔다. 우리 셋은 그릇창구에 얹어놓은 사발을 들고 나란히 줄을 서서 창구에 가 랭면육수를 받아다 주전자에 쏟아넣고 또 줄을 섰다. 첫그릇은 그래도 순리로왔다. 그때는 랭면을 사야 육수를 더 받을수 있었다. 두번 다시 받아오자니 창구의 아지미한테 발각될가 근심하면서 둘째언니는 매였던 머리를 풀어 헤쳤고 나는 짧은 운동머리을 토끼처럼 쥐여매고 어른들속에 끼여 서서 처음 보는 애들인것처럼 줄을 섰지만 창구의 아지미는 우리를 알아보고 랭면도 사지 않으면서 육수를 이리 많이 해서 뭘하느냐고 물었다. 총명한 언니는 머리가 빨리 돌아 금방 랭면을 먹었는데 육수가 모자라서 또 왔다고 말하였다. 나는 너무 솔직해서 아픈 엄마 랭면육수 마시고 싶다해서 왔다고 실토정해버렸다. 언니는 나를 눈치코치없다며 꾸중하였다.

“우리 셋이 랭면육수 한 주전자를 채워야 하는데...그럴때는 랭면을 산 것처럼 행세해야지...”

“아니 랭면을 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거짓말을 해?”나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언니 생각해봐. 바보가 아닌 이상 애들이 여러번 줄을 선 것을 누가 모르겠어. 나는 집으로 먼저 가겠어.”

나는 씩씩거리며 집으로 줄행랑을 놓았다. 

랭면육수는 샘물에 소고기 삶은 물, 마늘, 생강, 식초, 사탕가루에 고소한 잣이며 깨까지 넣어서인지 구수하면서도 새콤달달하고 시원하면서도 영양가가 높아 천하일미인것 같았다. 그래서 엄마는 아플 때면 랭면 살 돈은 없고 육수래도 마시고 싶었을 것이다. 엄마는 우리 이야기를 듣고 다시는 랭면육수를 받아오지 못하게 하였고 아파도 랭면육수 말을 더는 꺼내지 않았다.

랭면육수이야기가 끝나자 아버지와 언니들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앆다. 어린 조카애들은 멋도 모르고 우습다고 웃어댔다. 눈물을 닦고난 아버지가 활짝 얼굴을 펴시면서 “그때 그런 일이 있었던가? 아버지부터 거짓행동을 했으니 검토해야지.오늘 이 할아버지가 랭면을 칭커(请客)한다.인젠 매일 랭면 먹어도 된다.”고 말씀했다.

그바람에 랭집에는 “하하, 호호”웃음바다가 터졌다.

/리춘자


编辑:안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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