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필]‘대병’아저씨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8월28일 12시57분    조회:13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글 허송절(도문)

그해 여름, 어린 소녀였던 나는 집에서 학질이라는 모진 병을 앓고 있었다. 시간을 맞추듯이 주기적으로 덜덜덜 떨며 앓는 그병은 진짜 사람의 진을 다 빼게 하였다.

아버지가 교장이다 보니 우리 집은 학교 바로 뒤에 있었다. 집 마당이자 학교 뒤마당이고 학교 마당 전체가 눈안에 다 들어오는 그런 집이였다.

그해따라 여름 내내 내리는 장마비는 멈출 줄 모르고 줄창 내렸는데 어느새 강뚝과 논도랑을 밀어갔으며 푸르싱싱 벼파도 넘실거리던 논밭은 물바다로 변하고 말았다.

어느 날인가 홍수방지에 나선 해방군 아저씨들이 방학이여서 비여있는 학교에 류숙을 정했다. 해방군 아저씨들은 학교 뒤마당에 풍천을 쳐놓고 식당을 만들었다. 먹을 것이 귀하였던 그 시절 반찬을 볶는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우리를 해방군 식당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단속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가만히 식당 옆을 지나다가 취사원 아저씨들이 하얀 밀가루를 밀어서 기름을 조금 두르고 설탕도 조금 넣고는 돌돌돌 말아서 또 다시 밀대로 밀고 하는 것을 보았다. 너무 신기해서 한참 보다가 그 떡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지나왔다. 다만 저렇게 구운 떡은 얼마나 맛있을가 상상을 하면서...

그날도 한창 추위에 너털듯이 학질병을 하며 혼자서 눈을 감고 누워있는데 너무나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사실 그때는 아파도 약도 별로 없었고 아버지 어머니는 일때문에 날 보살필 겨를이 전혀 없었다. 난 그저 혼자서 묵묵히 병마와 버티는 중이였다. 

눈을 떠보니 갸름한 얼굴에 하얀 피부를 가진 군대모자를 쓴 아저씨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눈을 떴구나. 괜찮으냐?”

웬걸 아저씨는 우리말로 묻는 것이였다. 아, 군대 아저씨들은 모두 한어로 말해서 알아들을 수 없었는데 조선족 군대 아저씨라니!

“이 대병을 좀 먹어봐라.”

“대병?”

처음 듣는 떡이름이였다. 둥그렇게 커다랗게 빚은 밀가루 떡이였다. 아저씨는 한겹한겹 벗겨서 내 입에 넣어주는데 세상에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어찌나 달콤하고 고소한지 세상 행복을 다 가진 그런 맛이였다. 대병을 먹고 기운을 차렸는지 기적같이 병이 나았다.

학교 마당 주위에는 커다란 백양나무들이 키높이 자라고 있었는데 그 나무 주위에는 새하얀 버들버섯이 많이 돋았다. 비가 내린 이튿날 내가 소래를 들고 하얀 버섯을 가득 캐가지고 들어오면 엄마가 버섯을 넣고 보글보글 장국을 끓여주었다. 엄마는 버섯이 닭고기 맛이 난다고 하였고 난 우리 동네 그 누구한테도 내가 아는 그곳을 알려주지 않았다. 백양나무 밑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였으며 반찬이 맛없으면 나는 비 오기를 기다렸다. 그런 비밀스러운 곳을 나는 대병을 가져다준 아저씨께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이제 비가 오면 한번 가서 따서 드시라고, 새하얀 버섯이 얼마나 곱고 맛있는지 모른다고 얘기드렸다. 며칠후 기다리던 비가 내렸지만 난 버섯 따러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튿날 가보았더니 새하얀 버들버섯이 시커멓게 물앉아 있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 아까운 걸 아저씨도 참.” 그렇게 난 대병아저씨로부터 대병을 얻어 먹은 은혜를 갚을 수가 없었다.

며칠후 아저씨들은 홍수방지 임무를 마치고 학교 뒤마당의 커다란 가마랑 다 빼가지고 가버렸다. 감칠맛 돌던 냄새랑 웃음소리랑 모든 걸 다 가지고 떠나갔다. 아무런 인사도 못하고 그렇게 대병아저씨는 떠나갔다. 어린 소녀였던 마음에도 대병아저씨의 모습이 늘 떠나지 않았고 한번 쯤 만났으면 하는 생각을 은근히 하고 있었다. 

우리 마음속에서 해방군 아저씨들이 최고였던 그 시절 해방군 아저씨를 만나면 우리는 “해방군 아저씨,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를 하군 하였다.

나한테는 더군나다 ‘대병’사건이란 흐뭇한 추억이 있으니 더 말해서 무엇 하랴. 그렇게 홍수도 물러가고 아저씨들도 돌아가고 가을이 다가왔다. 그날도 동생을 업고 길가에 서있는데 저 멀리서 해방군 아저씨들 대렬이 척척 오고 있었다.

<저 속에 대병 아저씨가 있었으면…> 이런 생각을 하면서 동생을 내려놓고 인사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꿈만 같았다. 신기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전한 모습의 아저씨는 나를 보고 그냥 지나면서 손을 힘있게 흔들었다. 

난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그 자리에서 우두커니 서서 ‘대병’아저씨만 쳐다보았다. “아저씨 반갑습니다.” 인사 한마디 못 올린 채 ‘대병’아저씨는 대오와 함께 점점 멀어져갔다.

세상에서 제일 멋있던 군대 아저씨들, 그중에서도 가장 생각나는 ‘대병’아저씨. 소녀의 ‘대병’아저씨는 지금도 나의 마음속 스타로 남아있다. 

编辑:김태국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773
  • 화란 관광국 홍보대사이자 양뿔촌의 촌장인 브리엘라가 양뿔촌의 한 운하 강변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2023년 12월 3일 찍음) /신화넷자료사진올여름 유럽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다.그중 숨겨진 관광지에서 한적하고 몰입감 있는 려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대다수다.아드리아해를 끼고 있는 크로아찌아는 중국...
  • 2024-08-29
  • 란주 중천국제공항 3기 확장 공사 주체 공사가 7월 31일 준공되였다. /신화넷미국 항공기제조사 보잉이 중국 민간항공 시장과 관련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8월 27일, 보잉은 중국의 경제 성장이 민항의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하며 2022년 기준으로 향후 20년간 중국 시장의 신규 민항기 수요량을 8,485대로 예측했다...
  • 2024-08-29
  • 중공중앙 정치국 위원이며 중앙외사사업판공실 주임인 왕의는 미국 국가 안보 보좌관 설리번과 8월 27일부터 28일까지 북경에서 새로운 한차례 전략적 소통을 갖고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토론을 했다.왕의는 다음과 같이 표했다. 중미 관계가 옳바른 방향을 유지하려면 량국 정상이 항해의 키를 잡아야 한다. 중미 ...
  • 2024-08-29
  • 조선중앙통신의 8월 28일 보도에 의하면 조선로동당 총비서이며 국무위원장인 김정은이 8월 27일 조선 제2경제위원회 소속 여러 군수산업기업에서 생산한 240미리메터 로케트포 무기시스템의 검수시험발사를 참관했다.보도에 의하면 이 로케트포 무기시스템은 기동성과 타격능력 면에서 기술갱신을 실현했다. 당일 검수시험...
  • 2024-08-29
  • 메히꼬 주재 미국 대사 살라자르가 일전에 메히꼬의 사법개혁과 관련해 발표한 언론에 대응하여 메히꼬는 메히꼬 주재 미국대사관과의 관계를 ‘잠시 중지’했다고 메히꼬 대통령 로페스가 8월 27일 수도 메히꼬시에서 말했다.로페스는 당일 정례 소식공개회에서 살라자르가 일전 메히꼬정부가 추진하는 사법개혁을 비판한 ...
  • 2024-08-29
  • 새시대 새요람 새력량제19회중국장춘영화제 개막황강 개막 선포 호옥정 축사8월 28일, 제19회 중국장춘영화제가 개막된 가운데 성당위 서기 황강이 행사에 참석하여 개막을 선포했으며 성당위 부서기이며 성장인 호옥정이 축사를 했다.8월 28일, 제19회 중국장춘영화제가 개막되였다. 전국 각지에서 온 영화인들이 장춘국제...
  • 2024-08-29
  • 중경동량룡과 연변룡정팀의 경기 한 장면.9월 1일 19시30분, 9라운드 무승의 늪에 깊숙이 빠진 연변룡정팀(이하 연변팀)이 석가장시 유동국제체육중심에서 석가장공부팀(이하 석가장팀)과 2024시즌 제21라운드 경기를 펼치게 된다. 두 팀의 갑급리그 상호전적은 1승1무1패이지만 성적이나 순위를 보면 8승6무6패로 30점...
  • 2024-08-29
  • 장백선률 '열독 신시대 서향 윤연변' 전민독서시범보급 계렬활동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미려중화 경축건국75주년’ 주제의 장백산수석예술전이 29일 오전 연변도서관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수석예술전은 연변도서관과 연변조선족자치주장백산조형예술연구원에서 주최하고 연변수석문화협회, 장백조선족자치현...
  • 2024-08-29
  • 어린이 동기부여를 소재로 한 영화 《김철》의 촬영종료식이 25일 연길시백산호텔에서 열렸다. 창작인원, 연기자와 스태프들이 한자리에 모여 2022년부터 시나리오가 점차 영화로 변화되는 전 과정을 돌이켜 보았다.영화 《김철》은 연길사람인 김성봉이 감독을 맡은 첫 작품이다. 영화는 2022년부터 준비작업에 들어갔고 2...
  • 2024-08-28
  • ‘변방의 강남’ 새로운 장 열어나가8일에 찍은 은천시 금봉구 의화성부사회구역 민족단결 주제공원 /동남넷중국지도를 펼쳐보면 거대한 황하 ‘기’(几)자가 서북지역에서 한 획을 그으며 ‘변방의 강남’으로 불리는 녕하회족자치구를 자양하고 있다. 수백년 동안 여러 민족 인민은 이곳에서 교류하고 왕래하며 융합되였다...
  • 2024-08-28
‹처음  이전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