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전병칠(연길)
그대는 아는가
새노랗게 살이 올라
하늘하늘 춤을 추는 들국화
활활 타오르던 누구의 청춘인 줄을
꽃 하나하나에 앉아있는
살아숨쉬는 선렬의 이름
꽃무리 하나하나에서
수런거리는 항쟁의 이야기
고운 얼굴 짙은 색채
슬픔인가 희열인가
높이 열린 하늘 향해
방글방글 태양을 굽는 저 향기
꽃이라 하기에는
별처럼 너무 많은 사연
그대는 아는가
들국화가 9월에 피는 리유를
죽어 한몸 백룡이 된 사람
-왕청현 대흥구진 성룡대교 앞에서
죽어서 눈 감지 못한 한 사나이 위해
이곳 사람들 여기에 다리 하나 세웠네
열혈의 청춘을 밀영에 바쳐
총칼을 뽑아들고 유격전 벌리며
왜적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신출귀몰의 항일장령 량성룡
달 없는 깊은 밤이라도
바지가랭이 적시지 말고
쉽게 하서촌 옛집터를 찾아오라고
다리 우에 환하게 전등불까지 켜놓았네
죽어 한몸 백룡이 된 사람
이승과 저승을 이어놓으며
일년사계절 주절주절
이 땅의 어제와 오늘을 세상에 알리네
죽어서 눈 감지 못한 한 사나이 위해
이곳 사람들 여기에 다리 하나 세웠네
약수동 밤하늘엔 류달리 별이 많다
-약수동 홍색유람기지들을 찾아서
무심히 밟을 땅이 아니다
선렬들의 가슴에서 흐른 피
발길 아래 흙 속에
슴배여 있을지도 모른다
나무 하나하나에
풀포기 하나하나에
쓰러질 줄 모르는 생명이
눈을 뜨고 앉아있는 것일가
동구밖 흙길 따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사람들이
호호탕탕하게
렬을 지어 걸어가고 있었다
중국 동북 최초의 인민정권
약수동쏘베트정부 설립의
우렁찬 함성소리
쩌렁쩌렁
일본령사분관 습격하자
장인강반에 메아리치던
농민적위대 대원들의
발구름소리 발구름소리
동방의 해돋이를 향해
이곳 사람들 항쟁의 불길 지펴
앞사람이 쓰러지면 뒤사람이 이어
질펀한 서사시를 엮었다
신춘, 김순희, 정태경...
살아숨쉬는 불사조 영령들
하나 둘 하늘에 올라 별이 되였을가
약수동의 밤하늘은 류달리 별이 많았다
연변에 살어리랏다
푸르른 숲에 받들려 푸르른 하늘
푸르른 하늘 아래 푸르름이 설레이는 땅
이름 하나만으로
가슴벽을 쿵-쿵 울리는 연변조선족자치주
김치 한저가락으로 시원히 마음 틔워주고
랭면 한사발로 가슴을 찡하게 만들어주는 곳
흰옷 입은 사람들이 여러 형제민족 함께
오손도손 화목하게 살아가는 곳
산모퉁이 나무뿌리 하나에도
선렬의 붉은 피자국 력력히 묻어나고
골골 내가의 풀포기마다에
쓰러진 청춘의 맥박이 가슴을 울린다
누가 말했던가
산마다 진달래 촌마다 렬사비
작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큰 연변은
유장한 한편의 서정서사시
열두발 상모가 돌아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천고의 노래 하늘을 들어올린다
살어리 살어리 연변에 살어리랏다
编辑:김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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