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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노크소리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9월27일 14시56분    조회: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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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승호

소란스럽지만 어딘가 모르게 고적해 보이는 도시의 구석진 곳곳에서 무심코 들려오는 소리 하나하나가 가끔씩 나의 마음속의 잔잔한 물결을 일으킬 때가 있다. 

특히 이따금씩 들려오는 노크소리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속에서의 간단한 충돌이 아니라 시공을 가로 지르는 사신마냥 나를 이끌고 지난날의 기억과 앞날에 대한 동경으로 마음의 문을 가볍게 두드려준다.

어린 시절, 나는 농촌의 낡은 초가집에서 살았는데 이웃간의 왕래는 간단하고 아주 순수하였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이웃간의 가장 따뜻한 인사였는데 밥을 짓다가도 무언가 수요되면 허물없이 찾아오고 작은 농기구라도 빌리려 오는 등 사소한 일들은 당시 이웃사이의 순박한 인간미를 보여주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노크 소리에 아주 민감했는데 누군가 집문을 두드리면 언제나 지체없이 달려가 문을 열군했다. 간혹 이웃집 아주머니가 빙그레 웃으며 먹을 음식을 건네주면 두 손으로 정중히 받은 후 깍듯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구들에 올라와서 집 식구들과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던 기억이다. 

그 시절에는 집집마다 살림살이는 풍족하지 못한 형편이였지만 이웃간의 오고가는 살갑고 순박한 마음은 언제나 변함이 없었다. 서로간에 나누었던 따뜻한 정은 오랜 세월이 흘러간 지금도 내 마음속에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으며 그때의 노크 소리는 어린 시절의 즐거운 노래였고 성장해온 증거였으며 더욱히는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대한 가장 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20대 초반에 정든 고향을 떠나서 도시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생활을 해 온지도 어언간 40여년 세월이 흘렀다. 오늘날, 도시의 곳곳마다에는 고층빌딩이 우후죽순처럼 우뚝 솟아 있고 철근과 세멘트로 쌓아놓은 아빠트들이 즐비하게 늘어서고 생활 조건도 전례없이 개선되였지만 이웃간의 온화한 정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서로가 지척에서 생활하고 있어도 마음과 마음의 거리는 마치 천산만수를 사이에 둔듯 멀리 있고 가끔씩 들려오는 노크소리도 매우 낯설고 의아하고 신경쓰여 보인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무심코 손에 든 일을 놓고 귀를 쫑긋 세우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서 익숙한 기운을 잡으려고 한다. 일년 내내 밖에서 뛰여다니던 그 이웃이 집에 돌아왔는지, 아니면 가까운 친척이 방문하러 오지 않았는지... 비록 대부분은 문을 열고 맞이해보면 택배가 아니면 물업회사의 일상적인 자질구레한 문의일 뿐이지만 노크소리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은 날이 갈수록 어떤 그리움과 향수로 깊어가고있는 느낌이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 뒤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일수도 있다. 그것은 아마도 어떤 로인이 자녀에 대한 깊은 그리움으로 노크소리에 황혼인생을 기대하는 것일수도 있고 어떤 젊은 부부가 일이 바빠서 아이를 돌볼 겨를이 없어 이웃에게 아이를 맡겨야 할 때의 믿음과 감사일 수도 있다.

90년대 초반에 나의 신변에서 발생하였던 사연이 30여년 지난 오늘에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 당시 나는 연길시의 우장거리에서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저녁, 침실창가에 조용히 앉아 창문을 살짝 열어놓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책을 보고 있었다. 책장을 펼치는 부스럭 소리는 밖에서 들려오는 벌레의 울음소리와 미풍이 살랑거리는 소리에 한데 어울리며 대자연이 나를 위해 밤의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시간은 조용히 흐르고 나는 책속에 빠져서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자정에 가까이 다가오자 나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여 가볍게 책을 덮고 평온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잠결에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꿈속에서 들리는 소리라고 나름대로 생각하며 계속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 귀가에서 또다시 초인종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였다. 한밤의 정적을 깨뜨리며 들려오는 초인종소리에 조금은 두려운 생각도 들었지만 용기를 내여 문을 열어보았다. 보니 옆집에 사는 할머니가 당황한 표정으로 몸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것이였다. 아들과 며느리는 어디 갔는가고 묻자 할머니는 그들이 손자를 데리고 사돈집으로 갔다는 것이였다. 

그 순간, 나는 이것이 단순한 이웃도움을 청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부축하고 난관을 함께 헤쳐나가야 할 나 몰라라 할수없는 인정세태임을 느꼈다.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옷을 대강 걸치고는 할머니를 부축하여 병원의 급진실로 모셨다. 의사의 진단에 의하면 할머니는 중풍의 전조인데 다행히 곧바로 병원에 달려왔으니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다면 큰일날번 했다는 것이였다. 그때 내가 느껴본 삶의 뿌듯함은 지금도 자랑스럽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비록 간단하지만 나로 하여금 이웃 간의 인정을 베풀어야 하는 중요성과 이웃간의 따뜻함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게 하였으며 빠른 절주로 내달리는 사회에서 우리는 여전히 일부 작은 행동을 통해 사랑과 배려를 전달하고 이웃간의 관계를 더욱 조화롭게 할수 있다는것을 의식하게 하였다.

시대의 빠른 발전과 더불어 압력이 과중한 현실에서 우리는 이미 고독과 랭담함에 습관되였을수도 있겠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순수한 감정적 뉴대는 마땅히 노크소리 속에서 조용히 련결되여야 하며 더욱 귀중한 것은 서로의 배려와 따뜻함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열고 상대편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리해하고 배려하며 주동적으로 이웃을 집에 초청하여 손님으로 모시고 차 한잔 마시며 한담을 나누는 시간적 여유를 공유하는 것도 좋을것이다. 또한 이웃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자신이 할수있는 한계내에서 작은 행동이라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본다면 이웃간의 인정은 더 한층 깊어지고 돈독해질 것이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많은 이야기속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지만 바로 이런 보잘것 없어 보이는 작고 평범한 순간들이 우리 생활에서 가장 귀중한 기억과 감정 교류의 뉴대로 될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바 없다. 매번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소중히 여기고 마음으로, 행동으로 노코소리를 느끼면서 이웃 간의 따뜻함과 배려에 보답한다면 더불어 살아가는 조화로운 사회를 구축하는데 더없는 유익한 밑거름으로 될 것이다.  


编辑:안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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