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그때 그시절, 영길조1중-모교의 추억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11월5일 12시07분    조회:132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30년전, 내가 다니던 길림시 영길조1중은 동쪽으로는 푸르청청한 나무들이 뒤덮인 산이 버티고 서 있었고 그 밑으로는 이름모를 하천이 제방뚝 안에서 출렁이며 흐르고 있었다. 그 하천을 따라 백양나무가 지칠줄 모르는 병사들마냥 씩씩하게 줄지어 서 있었고 하천 옆으로 우리 학교 건물이 다소곳이 포개고 앉아 학생들을 반기고 있었다.

스승들은 정성껏 가르치고 제자들은 고심히 배우는 풍토가 봄날에 가득 피는 진달래향처럼 진하게 감도는 교정안에 뜨거운 심장을 지닌 이팔청춘의 남아들이 있었으니 다소 따분한 교정에 활력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때 학교에는 초중과 고중을 합쳐 천여명의 기숙사생들이 있었는데 지금으로 봐도 규모가 작지는 않았다. 기숙생들이 매년 로동절과 국경절이면 시골 집으로 내려갔다가 계절을 바꾸는 옷가지들을 챙기고 엄마가 싸주는 떡이며 고추볶음 같은 먹거리들, 그리고 소량의 현금을 가지고 학교로 복귀한다.

이럴 때면 학교를 일찍 그만둔 퇴학생들이나 사회불량배들이 학생들의 돈을 갈취하거나 녀학생들을 놀래키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손해를 본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농촌에서 현성으로 올라온 외지학생들이 대부분인지라 무섭고 분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오늘은 재수없게 불량배들을 만나지 말자 하는 요행심리로 조심조심 학교 밖을 다닐 수 밖에 없었다. 이 일은 오래동안 해결되지 않고 학생들 마음속에 불안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었다.

손해를 보고 주눅이 든 학생들이 점점 많아졌다. 일약 지역 안전문제로 대두가 되기도 했다. 분노는 야금야금 커지고 반항의 불씨는 그들의 가슴에 소리없이 지펴졌다.

그러던 어느날 오후, 저녁 밥 먹을 시간이였던 것 같다. 4층 복도에서 내려다보니 넓은 운동장에 학생들의 발걸음이 다급해지고 모두가 대문쪽으로 소용돌이처럼 몰려들고 있었다. 손에는 닥치는 대로 돌멩이나 벽돌장, 몽둥이 등을 들고 와~ 하는 소리와 함께 한곳을 향해 던지고 때리고 차고...... 있었다.

이른바 사회불량배들과 우리 학생들 사이에 사상 최대 규모 싸움이 일어났던 것이다. 싸움은 순식간에 일어났고 마침 지나가던 교원들이 계셔서 어떻게 제지가 됐는지 서로 많은 상처를 내고 각자 병원으로 빠르게 호송되였다.

싸움의 원인은 사회불량배들이 학교 대문앞에서 한 학생의 돈을 빼앗았고 또 지나가는 녀학생들을 겁탈하려 하자 손해를 본 학생들이 학교 운동장으로 뛰여 들어왔던 것이다. 그렇게 따라 들어온 사회불량배들이 의리있는 학생들과 예상치 않게 맞닥뜨렸고 분개한 나머지 큰목소리로 제지를 하자 시큰둥하니 칼을 꺼내들고 겁을 주었단다.

그리하여 싸움이 시작되였고 여러 학생들이 빠르게 지원을 했다. 그중에서도 의리파 친구들이 주도가 되여 사회불량배들을 호되게 부수었다. 불량배들은 평소 고분고분하던 학생들이 분노한 얼굴로 구름떼처럼 몰려오니 겁을 먹고 뿔뿔히 도망쳐갔다. 칼을 지참하고 학교에 쳐들어온 죄가 무서워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는지 그쪽에서 피를 줄줄 흘릴 정도로 많이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후에 누구도 감히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주요 참여학생들에게 너무 큰 행정처분은 내리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손해를 본 학생들을 지켜주기 위해 정의롭게 싸웠다는 명분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현명한 선생님들이 참으로 고마운 대목이다.

그 후, 서너번 깐죽거리는 사회불량배들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여럿이 같이 힘을 합쳐 끝까지 쫓아가서 대치를 했더니 점차 겁탈하거나 돈을 빼앗는 일이 없어졌다고 한다. 한 사람은 건드리기 쉬워도 탄탄하게 뭉친 학생들은 두려웠던 것이다.

그 덕분에 고중을 다니는 내내 많은 학생들은 그런 무서운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안온하게 학교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이 사건은 학교에 찾아와서 책임을 물으려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큰 사건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빨리 마무리가 되였다.

‘격정시대’의 작가이며 우리 문단의 로신이라 불리는 김학철선생이 말씀하시길 ‘편안하게 살려거든 불의에 외면을 하라. 그러나 사람답게 살려거든 그에 도전을 하라.’고 하셨다.

불의에 선뜻 맞선 그들은 정녕 용기가 있었다. 학생들이  해코지 당하는 것을 차마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미담거리는 며칠 입에 오르내리다가 떠나가는 기차의 경적소리처럼 점점 귀전에서 희미해져갔다.   

30년후, 동창모임 자리에 동석한 한 후배가 감개무량해서 연신 술잔을 들었다.

‘형님네는 정말 전설이예요. 우리가 학교 다니는 내내 형님네 영웅스토리를 외웠다니까요. 형님들 덕분에 우리는 허리를 펴고 사람답게 아주 안전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었어요.’

강산이 변해도 세번이 변했을 무렵, 흰 서리가 귀밑에 흠뻑 내린 중년이 다 되여 후배에게 듣는 이야기인지라 감전이 된 것처럼 소스라쳤다.

1969년에 설립된 나의 모교 영길조1중은 개혁개방을 시작으로 우리 민족의 대이동과 더불어 학생 래원과 교사 대오가 점점 줄어들었다. 서서히  비여가는 학교는 세월과 싸워보려고 오래동안 버티고 서 있었으나  반세기 동안의 민족교육의 력사사명을 다 하고 아쉽게 페교상태가 되였다.

학교는 아쉽게 없어졌지만 그곳에 머물렀던 모든 이들의 가슴에 청춘이라는 마르지 않는 샘물을 심어놓았다.

불의에 용감하게 맞서는 용기와 뭉치면 산도 옮길 수 있다는 묵직한 도리를 가슴에 새겨주어 지혜롭게 어른으로 거듭날 수 있게 인도해주었다.

/김영분


编辑:유경봉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291
  • 연변조선족자치주 제7기 무형문화유산 민족무용 강습반이 5일, 연길시에서 개강했다. 연변조선족자치주문화라지오텔레비죤방송및관광국, 연변대학 예술학원에서 지도하고 연변군중예술관, 연변무용가협회에서 주최한 이번 강습반은 11월 17일까지 주말 휴무 없이 두주일간 진행된다. 강습반은 조선족풍격 부채춤조...
  • 2024-11-05
  • 건강 증진, 정신수양 ,무술적 기술 향상 등을 목적으로 한 2024연변무술협회 진씨태극권 초급양성반이 11월2일, 연길에서 개강했다.양성반에는 전주 8개 현, 시들에서 온 태극권 애호가 200여명이 참가하였다.중국의 전통 무술인 진씨태극권은 부드럽고 유연한 동작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강한 힘을 사용하는 대신에 몸의 중...
  • 2024-11-05
  • 30년전, 내가 다니던 길림시 영길조1중은 동쪽으로는 푸르청청한 나무들이 뒤덮인 산이 버티고 서 있었고 그 밑으로는 이름모를 하천이 제방뚝 안에서 출렁이며 흐르고 있었다. 그 하천을 따라 백양나무가 지칠줄 모르는 병사들마냥 씩씩하게 줄지어 서 있었고 하천 옆으로 우리 학교 건물이 다소곳이 포개고 앉아 학생들을...
  • 2024-11-05
  • 최근 장춘신구에서 정법기관의 사업일군이라고 사칭한 사기꾼들에게 사기를 당해 루계 손실이 375만 9,000원에 달하는 특대 전신사기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장춘신구공안분국이 신속하게 대응했고 여러 부문의 합동작전을 거쳐 최종적으로 경제손실 60만원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으며 18명의 범죄용의자를 전부 나포했다.피...
  • 2024-11-05
  • 량곡안전을 한층 더 보장하고 흑토지보호와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올해 교하시는 흑토지 보호성 경작모식을 지속적으로 보급하고 경작지의 질과 농업종합생산능력을 제고하여 량곡의 풍작과 농민의 소득증대를 조력했다.지금까지 교하시에서는 도합 15만여무의 보호성 경작을 실시하였다.일전, 교하시 ...
  • 2024-11-05
  • 최근, 영길현 쌍하진 계풍사시재배합작사 14헥타르의 사시(沙棘)기지가 풍작을 맞이했다.협동조합 리사장 문명은 ‘사시는 식품, 보건품 가공 업체들이 앞다투어 사들이는 원료’라며 ‘싱싱한 과일만 팔아도 무당 순수입이 만원을 넘긴다.’고 말했다.현재 협동조합은 영길현에서만 해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량...
  • 2024-11-05
  • —성당위 상무위원이며 연변주당위 서기 호가복 인터뷰“성당위 12기 5차 전원회의는 전 성 상하가 당의 20기 3중 전원회의 정신을 깊이 학습, 관철하고 동북 진흥발전을 추진하는데 관한 습근평 총서기의 중요 지시정신을 충실히 실천하는 관건적인 시기에 소집된 중요한 회의이다. 전원회의에서 통과된 <실시 의견>...
  • 2024-11-04
  • 2024시즌 중국 슈퍼리그가 2일 마무리됐다. 상해해항이 5대0으로 천진진문호를 격파하며 홈에서 2련패를 달성했다. 상해해항의 무뢰가 이날 경기에서 2도움 2꼴을 기록하며 리그 한 시즌 최다꼴 기록을 34꼴로 대폭 경신했다. 더불어 강등권이 걸린 세 경기는 모두 승부가 났다. 심수신붕성과 청도해우가 나란히 승리를...
  • 2024-11-04
  • 11월 1일, 제1자동차공장조선족로인협회 설립 37돐 기념행사가 장춘에서 개최되였다. 이날 행사에는 제1자동차공장, 동풍가두 지도일군 그리고 장춘시조선족로인협회 회장단 및 여러 시구역 형제 조선족로인협회에서 찾아와 축하해주었다.축사를 전하는 장춘시조선족로인협회 전응수 회장박룡익 회장은 환영사에서 “제...
  • 2024-11-04
  • 11월 3일, 대련팀 선수 주붕우(앞으로 왼쪽 세번째) 팀의 승리에 쐐기를 밖는 극장꼴을 터뜨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신화사 기자 리강 찍음2024 중국축구 갑급리그가 지난 3일에 올 시즌 마지막 라운드인 제30라운드 경기를 펼쳤다. 따라서 제29라운드까지 안개 속이던 승격권 쟁탈전이 드디여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 2024-11-04
‹처음  이전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