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그때 그 이야기23]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응어리
조글로미디어(ZOGLO) 2026년5월6일 15시01분    조회:1174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송호석

몇십 년 전, 내가 서점에서 책을 도둑질했던 그 추잡한 일은 지금까지도 내 마음속에 깊은 응어리로 남아 있다.

1956년, 내가 왕청 제2중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다. 학교에서 멀지 않은 시내 중심에는 서점 하나가 있었다. 그 서점의 책들은 마치 자석처럼 내 발길을 끌어당겼다. 하학후 하숙집으로 돌아갈 때면 나는 자주 서점에 들렀다. 진렬대에 널려있는 많은 책들은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그중에서도 《정복되지 않는 사람들》, 《백두산은 어디서나 보인다》, 《박팔양시선집》 같은 문학 책들은 더욱 나를 유혹했다. 나는 책표지부터 책갈피, 그리고 책 뒤편의 가격까지 훑어본 다음 아쉬운 대로 다시 진렬대 우에 책들을 올려놓군 했다. 그 책들이 아무리 보고 싶어도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였다. 어찌 그렇지 않으랴. 그때 우리 집은 생활고로 어렵게 살아가는 형편이였다. 아버지는 일찍이 항미원조전쟁터에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섬약한 몸으로 석현렬군속피복공장에서 버는 박봉으로 나와 동생을 키우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었다. 우리 집 형편에서는 절대로 돈을 주고 책을 사서 볼 처지가 아니였다. 나는 번마다 책을 들었다가 진렬대에 올려놓고는 아쉬운 발길을 돌리기를 반복했다.

그것은 중학교 1학년 후학기의 어느 토요일이였다. 그날도 나는 하학후 서점에 들렸다. 《조야와 수라》라는 새 책이 내 눈길을 끌었다. 나는 책을 들고 책갈피를 훑어보다가 조야가 파쇼 독일군이 만들어 놓은 교수대 앞에서도 조금의 두려움 없이 군중을 향해 파쇼 독일놈들과 싸우라고 호소하는 마지막 장면을 읽으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나는 정말 그 책을 집에 가져가서 읽고 싶었다. 그때 내 앞에 떡이나 고기국이 있다 해도 나는 단연코 책을 선택했을 것이다. 어떻게 할까? 책을 사자니 돈이 없고 훔치자니 량심에 가책이 되고… 욕망과 량심의 갈림길에서 나는 오락가락하며 심한 갈등에 빠졌다.

결국 책을 보고 싶은 강렬한 욕망이 나의 량심을 눌러 버렸다. 나는 책을 보는 척하며 슬그머니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나를 주시하지 않았다. 나는 상반신을 진렬대에 밀착시키며 책을 웃옷 밑으로 겨드랑이에 끼워 넣었다.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이상한 시선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슬금슬금 출입문 쪽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갔다. 책 진렬대에서 출입문까지는 불과 몇메터밖에 되지 않을 거리였지만, 내게 그것은 천 길 낭떠러지 가장자리를 걸어가듯 아슬아슬한 순간이였다. 나는 온몸의 신경을 바늘끝처럼 곧추세우고 후들거리는 두 다리로 힘겹게 걸어나갔다. 등 뒤에서 누군가 뛰여나오며 "이놈아!" 하고 내 목덜미를 성큼 움켜잡을 것만 같았다. 그때 만약 등 뒤에서 누가 "이놈아!" 하지 않고 그냥 "호석아" 하고 내 이름만 불러도 나는 깜짝 놀라 바지에 오줌을 지리며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을 것이다.

서점을 빠져나온 나는 길게 한숨을 몰아쉬고 몇 걸음 가다가 내 꼴 보라 하고 정신없이 냅다 뛰였다. 이튿날 아침, 내가 기숙하고 있던 친척집 할머니가 나를 보며 "어제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 온밤 앓는 소리를 하고 헛소리를 하더구나" 하고 근심 어린 소리로 말했다. 한 번 도둑질이 무사히 지나가자 나는 담이 점점 커져 두 번, 세 번 욕심나는 책을 훔쳤다. 그 무렵 나 같은 학생들 사이에서는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풍조가 만연해 있었다. 나도 책도둑은 돈이나 물건을 훔치는 것보다 배우려는 욕망에서 비롯된 고상한 도둑질이라고 생각하며 책도둑질에 대해 심각하게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같은 반 동창생이 책을 훔친 일이 담임 선생님께 발각되면서 나도 련루되여 걸리고 말았다. 나는 선생님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면서 이제 학교에서 책도둑으로 몰릴 생각을 하니 정말 밤잠을 편안히 잘 수 없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끝내 이 일을 공개하지 않으셨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는 공부도 하고, 겪는 일도 많아지면서 세상물정을 조금씩 알게 되였다. 그러면서 중학생 시절 책을 훔치던 일을 여러 번 되돌아보게 되였다.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말은 로신의 단편소설 <공을기(孔乙己)>에서 공을기가 한 말이다. 공을기는 술집의 주객들이 그를 놀리며 "하씨 집 책을 도둑질했다"고 하자 "책을 훔치는 것은 도둑질이 아니다. 그저 빌리는 것이다.…… 선비의 일이니 어찌 도둑질이라 하겠는가"라고 말한다. 로신은 소설에서 고루하고 부패한 공을기 같은 옛 지식인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그러나 공을기의 "책을 훔치는 것은 도둑질이 아니다"라는 그 말만은 가난하고 못 살던 그 시절 책을 보고 싶어도 책을 사지 못하는 나 같은 학생들의 마음속에 깊이 들어와 스스로를 용서하는 정신적 방패가 되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책을 사랑하고 지식을 숭상하는 일과 책을 훔치는 일은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일이다. 책도 작가의 신근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소중한 결과물이다. 책을 훔치는 짓은 작가의 로동 가치를 무시하고 서점의 자본을 침해하는 행위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지식을 숭상한다고 해서 책도둑질에 면죄부가 주어질 수 없으며 가난이 책도둑질의 정당한 리유가 될 수는 없다. 몇 년 전 법원에서 남경도서관의 책을 훔친 왕 모 씨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사실은 바로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황당한 류언비어에 대한 강력한 부정이며 비판이다.

정년퇴직 후, 나는 볼일이 있어 왕청에 갔다가 일부러 시간을 내여 옛날 그 서점 자리를 찾아가 보았다. 그때 나는 그 서점에서 책 한 묶음을 사들고 나오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하지만 그 서점 자리는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엔 번화한 상가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몇십 년 전의 일을 떠올리며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응어리인 어린시절의 부끄러운 그 행동을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참회했다.

송호석 프로필

1943년 도문시 석현진에서 출생 

대학 중문과를 졸업하고 방송국기자, 당정기관 공무원으로 근무


编辑:안상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8043
  • 5.1 련휴 기간, 길림성 문화관광 시장은 뜨거운 열기로 들끓었다. 주요 관광지와 특색거리, 풍경구들에는 관광객들로 북적였고 풍성한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로 시민과 관광객들의 련휴 생활을 풍부히 했다.단순히 구경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몰입하고 체험하며 함께 즐기는’ 문화관광 콘텐츠가 대거 선보이며 시민과 관...
  • 2026-05-06
  • ◎리영린61년전이였던 1965년 여름방학, 나는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흑룡강성 경안현 흥산림장에 품팔이를 가게 되였다. 하는 일은 묘목밭 김매기와 옮겨 심은 묘목의 벌초, 그리고 솎아내기 작업이였다. 한 달 동안 일하면서 가시에 찔리고 풀에 베이면서 팔다리는 성한 데 없이 만신창이가 되였다. 모기에 물리고, 무더운...
  • 2026-05-06
  • ◎송호석몇십 년 전, 내가 서점에서 책을 도둑질했던 그 추잡한 일은 지금까지도 내 마음속에 깊은 응어리로 남아 있다.1956년, 내가 왕청 제2중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다. 학교에서 멀지 않은 시내 중심에는 서점 하나가 있었다. 그 서점의 책들은 마치 자석처럼 내 발길을 끌어당겼다. 하학후 하숙집으로 돌아갈 때면 나는...
  • 2026-05-06
  • 2026년 동북지역 도시축구리그(이하 '동북리그')가 오는 5월 23일 개막한다. 첫 경기를 치를 장춘팀의 홈구장인 장춘올림픽중심공원체육장도 정비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현재 잔디 공사는 모두 끝났으며 전체 공사는 5월 10일 정식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홈경기 개최를 위한 기본적인 준비는 거의 끝난 상...
  • 2026-05-06
  • 최근, 2026년 연변조선족자치주 제37회 청소년축구대회(소학교 갑조, 을조)가 룡정시 해란강축구문화산업원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연변주체육국과 연변주교육국이 주최하고 연변축구협회와 연변교정축구협회가 주관했다.경기는 단일 순환전 방식으로 진행되였으며 연변주 각지에서 모인 8개 팀 20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
  • 2026-05-06
  • -염봉 감독 “가장 못한 경기, 내 책임”5월 3일, 2026중국축구갑리그 제7라운드경기에서 장춘아태팀은 녕파팀에 1대3으로 패했다. 이로써 장춘팀은 3승 4패, 리그 12위를 기록하고 있다.경기 초반부터 흐름이 꼬였다. 이른 시간 실점하며 경기 리듬을 찾지 못했고 수비진에서는 실수가 끊이지 않았다. 이런 수비 불안은 이...
  • 2026-05-06
  • 문예공연, 표창대회, 청년 시회(诗会), 건강 달리기… 최근 길림성내 대학들은 다양한 형태의 주제 행사를 개최하여 ‘5.4’청년절을 기념하고 청년 학생들이 ‘5.4’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며 애국정신을 굳건히 하도록 이끌었다.5월 1일 오전, 3,000여명의 길림대학 교직원과 학생이 캠퍼스에 모였다. 총길이 5.4키...
  • 2026-05-05
  • 최근, 길림성농업농촌청은 〈2026년 어업 금지기에 관한 통고〉를 발표했다. 길림성내 강, 호수, 저수지 등(백산저수지, 운봉저수지, 두만강 본류 및 인공증식 어업자원이 이루어지는 호수, 저수지 제외) 수역의 어업 금지 기간은 5월 16일 12시부터 7월 31일 12시까지로 명시되였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2026년 어업 금지...
  • 2026-05-05
  • 5월 3일, 대련시조선족로인협회(회장 류정화)는 대련시문화관광국과 대련시라지오텔레비죤방송국에서 주최한 ‘대련시 5.1국제로동절 경축 광장공연’에 참가하여 자리를 빛냈다. 이번 활동에는 협회의 총회무용대와 감정자분회, 중산분회, 쾌락분회 등 6개 분회의 100여명 로인이 참가했다.다년간, 대련시조선족로인협회는...
  • 2026-05-05
  • ‘5.4’청년절을 맞아 길림성 각급 공청단조직들은 습근평 총서기의 청년 업무 관련 중요 사상을 학습하고 관철하는 것을 중심으로 실제 상황에 기반하여 내용이 풍부하고 형식이 참신하며 청년들에게 친숙한 ‘5.4’주제 단체활동을 광범위하게 전개했다. 이는 광범위한 단원들과 청년들이 강국건설과 민족부흥의 위대한 사...
  • 2026-05-05
‹처음  이전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