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길시강일탁구구락부
로인들의 탁구사랑
탁구공에 집중하고 있는 로인들.
“김동무, 오늘도 제일 일찍하네요.”
“박선생, 빨리 오십시오. 어제 경기에서 진 원인을 장밤 생각하고 연구해왔으니 어서 경기를 시작합시다.”
23일 아침 7시, 연길백화청사 동쪽에 위치한 연길시강일탁구구락부에서는 로인탁구애호가들의 화끈한 한 판 승부가 벌써 시작됐다. 전날 아쉽게 지고만 경기를 집에 돌아가 곱씹어보고 새로운 작전을 짜온 김광섭(74세) 로인은 일찍 도착해기다리고 있다가 박로인이 구락부 문턱에 들어서자마자 그를 탁구판으로 이끌었다.
“저 김동무는 전문 고수들하고만 칩니다. 탁구에 대해 잘 모르던 량반이 10년 전에 탁구에 재미를 부쳐서는 다른 취미들을 다 제쳐두고 지금은 탁구에만 빠져 저렇게 밤새 작전도 연구한답니다.” 본격적인 경기를 위해 옆에서 몸을 풀고 있던 박종래(70세) 로인이 이처럼 말하며 “오전에 50여명 로인들이 탁구를 치러 오는데 실력은 제 각각이지만 열정 만큼은 다들 최고입니다.”라고 자랑스레 말했다.
박종래 로인의 말대로 7시가 좀 넘자 로인탁구애호가들이 륙속 입장하기 시작했고 활동실내 10여개 탁구판에서는 치렬한 승부가 펼쳐졌다. 평균년령이 70대인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로인들은 탁구공에서 눈을 떼지 않는 고도의 집중력과 바람을 가르는 공을 향해 날렵하게 움직이는 민첩함을 자랑했다.
박종래 로인은 “저기 머리가 희끗하신 분이 여기 최고령 회원인데 올해 81세입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탁구를 치러 오는데 아주 정정합니다.”며 경기에 몰두하고 있는 홍상산 로인을 소개했다. 젊은 시절부터 운동을 즐겼던 홍로인은 퇴직 후 본격적으로 탁구를 치기 시작했는데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지 않고 근력운동이 되는 탁구의 매력에 흠뻑 빠져 지금은 친구들 사이에 탁구 ‘전도사’로 불리운다. 홍로인은 “탁구를 친 지 40여년이 되는데 지금까지 여러 명의 ‘제자’를 가르쳤습니다. 매일 운동을 견지한 덕분에 감기도 잘 안 걸리고 정신상태도 아주 좋습니다.”고 자랑했다.
“탁구에 한번 빠지면 헤여나올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퇴직 후 취미생활을 찾다가 탁구에 ‘입문’해 기초부터 배워 지금까지 6년 동안 견지해왔다는 황일련(72세) 로인은 “탁구를 치면서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것 또한 탁구의 매력입니다. 같은 취미가 있다 보니 대화도 잘 통하고 금방 친해집니다. 덕분에 알차고 재미 있게 퇴직 후의 여유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림영자(71세) 로인도 “탁구가 퇴직 후의 제2의 직업이 된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일찌기 두시간씩 탁구를 치면 몸이 거뿐하고 생기가 있습니다. 매일 고정적으로 하는 일이 있으니 저도 아직 ‘출근족’인 셈입니다. 거기에 경기 ‘도전’의 기회도 있어 생활이 따분할 틈이 없습니다.”고 말하며 넘치는 탁구사랑을 드러냈다. 71세의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림로인은 날렵한 몸놀림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다 받아냈다.
눈 건강에 좋고, 경기 때면 긴장감을 느낄 수 있고, 활력을 유지할 수 있고, 마음이 즐겁고… 탁구 경력 5년은 명함장도 못 내민다는 연길시강일탁구구락부 로인들이 입을 모아 칭찬한 탁구의 매력이다. 그 매력에 빠져 명절 때면 문을 닫는 구락부를 탓할 정도로 로인들은 그저 운동 삼아 시작한 퇴직 후의 취미생활 덕분에 마음의 공허함, 외로움이 없이 풍요롭고 다채로운 만년을 활기차게 보내고 있다.
글·사진 추춘매 기자/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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