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비중 40%로 2년새 9%포인트 늘어…"주식보다는 부동산"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투자자들이 한 손에 현금을, 한 손에 부동산을 움켜쥐고 있다"
전 세계 개인 투자자들이 글로벌 증시 호황과 세계 경제 회복에도 불구하고 현금 비중을 빠르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채권·금보다 부동산에 베팅하겠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도 크게 늘었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최근 분석했다.
미국 스테이트스트리트 은행이 전 세계 16개국에서 25만달러(약 2억5500만원) 이상 100만달러 이하의 투자 자산을 가진 개인들을 대상으로 물어보니 이들의 총 자산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0%에 달했다. 투자자들의 현금비중이 2년 동안 9%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이는 주식(14%), 채권(11%), 금·은 등 원자재(4%)의 비중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국가별로 일본 투자자들의 현금비중이 57%로 가장 높았다. 이에 대해 FT는 지난해 아베노믹스로 일본 증시가 급등했지만 정작 소매투자자들은 혜택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투자자들의 현금 비중이 2012년 26%에서 올해 36%로 늘었다. 지난해 미 증시가 30%나 올랐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현금을 꾸준히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현금 선호 현상은 30대 젊은층이나 60대 베이비붐 세대를 막론하고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많을수록 현금 비중이 높다는 기존의 상식을 깬 것이다. 특히 젊은층의 경우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들은 고수익을 위해 고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에 돈을 붓고 있었다.
이와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금융시장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66%의 응답자들은 자신이 지금까지 한 최고의 투자는 금융기관의 조언이 아닌 개인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응답했다. "여유 자금이 있다면 부동산을 사겠다"고 응답한 이들의 숫자 역시 주식 등 다른 자산에 투자하겠다고 답한 사람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시장에 대한 불신은 금융기관에 대한 이해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스트레이트스트리트은행이 16개국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금융 이해도(global financial literacy test)'를 평가한 결과 45%는 자신이 투자하는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어느 정도 되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64%는 금융기관에 얼마의 수수료를 내고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싱가포르가 100점 만점에 70점으로 가장 높았다. 일본, 독일, 프랑스 투자자들은 60점 이하로 시험에 낙제점을 받았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수잔나 던칸 글로벌 리서치 대표는 "자산 규모·나이와 상관없이 현금 비중이 고르게 높은 것은 금융시스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바닥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면서 "주식 급등, 채권시장 호황 등에도 투자자들은 여전히 현금을 쥐고 있는 것이 제일 좋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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