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 사건과 관련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조심스러운’ 대(對)러시아 행보를 놓고 미국 내에서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피격 여객기가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반군 장악 지역에서 발사된 지대공 미사일에 맞았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일이 반군 소행이라고 지목하지는 않았다. 질의응답에서도 그는 “누가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했는지 추측할 수 있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태에 대응해 미국이 어떻게 행동할지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정확히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조사하고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훨씬 강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파워 대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반군에 고고도 미사일 발사시스템을 지원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한 뒤 “푸틴 대통령은 대화와 평화를 위해 일하겠다는 약속을 거듭했지만 한 차례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공격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은 “대통령의 발언이 정부 관리보다 파장이 큰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오바마는 행동해야 할 때에 너무 신중하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자 사설에서 “오바마의 발언에는 298명의 살해 행위(여객기 피격 사건)에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명확한 의사표시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설픈 조치나 상징적인 제스처로는 러시아의 공격성이나 잔혹행위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사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외교정책 실패는 세계에는 ‘악한 행위자’가 있다는 사실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신문은 “대통령은 공격적 행위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설명할 수 있었지만, 특정 국가들이 이러한 결과에 책임이 있으며 제어돼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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