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이라크에 《레벨3》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라크는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의 폭력으로 희생자와 피란민이 급증, 유엔과 관련 기관이 최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다. 이로써 현재 《레벨 3》이 선포된 국가는 수리아와 남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포함해 4개국으로 늘어났다. 《레벨 3》은 최고등급의 비상사태로 구호물자 등 인도적지원이 이뤄지게 된다.
국제 빈민구호단체 옥스팜 미국지부의 노아 고트샬크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인간이 만들어낸 위기가 이렇게 동시다발적이고 광범위한 규모로 진행되는 경우는 전혀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제 비영리기구 경제·평화연구소(IEP)가 지난 6월 162개국을 대상으로 《세계평화지수》(GPI)를 매긴 결과 《어떠한 종류의 갈등에도 개입되지 않은 나라는 스위스, 꼬스따리까 등 11개국뿐》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국제사회는 올해 이미 불명예스러운 리정표를 하나 더 남긴바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지난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세계동향보고서에서 2013년말 기준 전세계 난민수가 전년도보다 600만명 늘어난 5120만명이라고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수자다. 최근 분쟁지역의 공격은 민가와 의료·구호시설을 가리지 않고 이뤄진다. 민간인 희생자와 난민수가 급증하는 리유다. 난민수 증가의 가장 큰 리유는 수리아내전이다. 역시 IS가 맹위를 떨치고있는 곳으로 2011년 3월 이래 올해 4월까지 사망자가 19만1000명, 피란민이 680만명에 달한다.
《레벨 3》 국가는 주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 집중돼있다. 대부분의 난민은 이란, 요르단, 레바논, 토이기, 케니아, 에티오피아 등 린접국을 행선지로 택하지만 이들 국가의 난민수용소도 포화상태를 넘어선지 오래다.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유럽을 향한다. 죽음을 무릅쓴채 보트를 타고 유럽으로 간 중동·아프리카 난민가운데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지난 20년간 2만명에 달한다. 아프리카난민들은 에스빠냐국경을 통해 유럽 진입을 시도하기도 한다. 밀입국을 막으려고 친 높이 6메터의 울타리를 넘거나 난민브로커의 도움을 받아 차량 범퍼에 빈 공간을 만들어 숨는다. 이처럼 위험천만한 유럽진출 러시(热潮)가 이어지자 UNHCR는 《인도주의적 참사가 우려된다》고 경고한바 있다.
국제구호단체들은 이같은 동시다발적 분쟁앞에서 한계를 토로한다. 일례로 《자선군단》이 3년간 모은 수리아내전 구호기금액수는 지난해 필리핀이 태풍 해연 피해를 입었을 당시 단 사흘간 모금한 액수보다도 적다.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사람들은 인간이 만들어 낸 위기, 정치적분쟁에 기부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같은 미증유의 위기가 주는 부담감과 스태프 력량·모금 부족으로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정치적해법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제문제개입에 소극적인 《신고립주의》를 고수했던 미국이 로선의 변화를 모색하는 분위기여서 주목된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21일 《수리아 공습을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우에 올라있다》며 적극적개입을 시사했다. 앞서 힐러리 클린턴 전임 국무장관이 《이슬람 급진 무장세력의 발호는 오바마대통령 외교정책의 실패》라고 날을 세웠다. 오바마 측근인사인 전임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존스 역시 최근 이라크사태와 관련해 《미국에게도 지금의 혼란을 제한할수 있는 시의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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