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반발 무릅쓰고 공습 감행… 시리아 內戰 본격 개입]
美, 시리아內 IS 근거지 공습
알아사드 정권과 맞선 상황서 타깃 바꿔 '敵의 敵' 공격한 것
"하늘은 드론으로 가득 차고 땅은 마맛자국처럼 구멍 나"
美, 시리아 온건 叛軍도 지원… 푸틴 "美가 시리아 주권 침해"
우크라이나·동북아서 벌인 패권 다툼 중동서 재연 조짐
복잡한 종파 갈등에 휘말리면 美, 장기전 수렁 빠질 수도
미국이 22일 일부 아랍 동맹국들과 함께 처음으로 시리아 내 수니파 극단 무장 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근거지를 공습했다. 미국은 그동안 이라크에서 IS 무장 차량 등을 190여 차례 표적 타격했지만, 이번 공습은 동원 무기와 대상 등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대대적인 '공격'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IS전(戰)'에서 주요한 반환점이자 미국의 군사작전에서 위험천만한(risky) 새로운 차원의 마당이 펼쳐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의도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2011년 이라크에서 완전 철수했던 미국이 새로운 중동전의 수렁에 다시 빠져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올 초까지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에 대한 공습을 검토했다. 민간인 학살이 이유였다. 그런데 이번 공습의 타깃은 시리아 반군(叛軍) IS였다. 반년 만에 공격 대상이 '적(敵)의 적'으로 180도 바뀐 것이다. IS가 세력을 넓혀 미국 영향권에 있는 이라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반전(反轉)은 난마처럼 얽힌 중동 분쟁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도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한 역학관계, 이슬람 각 종파 간의 갈등, 여기에 러시아와 중국의 가세 등은 중동 사태를 고차원 방정식으로 만들어버렸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공습 직후 "오바마 대통령의 승인 아래 로이드 오스틴 중부사령관이 22일 아침 일찍 공습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공습은 시리아 시각 새벽 3시 30분(한국 시각 오전 9시 30분), IS 근거지 50여곳을 목표로 이뤄졌다. 폭스뉴스는 "구축함 알레이버크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되면서 공습이 시작됐고 페르시아만의 조지 H W 부시함에서 F-16, F-18 등 전투기와 B-1 폭격기, 무인기 등이 일제히 발진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한 관리는 "첫 공습은 90여분 동안 이어졌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가 실전에 처음 배치됐다"고 말했다.
시리아 인권관측소는 23일 "IS 고위 지도부와 조직원 20여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활동가들의 보고를 토대로 말했다. 라카에 사는 압둘카데르 하리리는 트위터에서 '하늘이 드론으로 가득 찼다'고 말했고, 중동 전문 매체인 알 모니터는 "라카 인근 도로들이 마맛자국이 난 것처럼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시리아의 경계과 복잡한 중동 정세
미국의 공습은 IS가 자살 폭탄 공격을 감행해 이라크군 60여명을 살해하고 "미군 주도 동맹에 참여한 국가의 경우 민간인이든 군인이든 죽여도 된다"고 선동하면서 시작됐다.
미국은 다른 동맹국에 공습을 귀띔하지 않았지만 당사국인 시리아에는 사전 통보했다. 하지만 시리아 정부는 공습 직후 "공습하려면 국제법에 따라 당사국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시리아 정부로서는 자신들에게 반기를 드는 IS를 미국이 대신 공격해주는 게 나쁠 게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다르다. 미국은 민간인을 화학무기로 학살했다는 이유로 알 아사드 정권을 협력보다는 제거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아사드에 맞서는 시리아 온건 반군 지원 예산 5억달러(약 5000억원)도 확보한 상태다. 시리아 우방인 러시아 외무부도 성명을 내고 "(미국이 공습하려면) '일방적 통보'가 아닌 시리아 정부의 분명한 동의를 받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결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반기문 총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의 행위를 "주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을 비난하는 미국이 주권국인 시리아의 승인 없이 시리아 영토에 대한 공습을 강행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고 러시아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리아나 러시아의 경우 자신의 적(IS)을 또 다른 적(미국)이 공격하는 것을 일정 수준까지는 방관할 수 있다. 그러나 IS가 약화한 뒤 미국이 시리아 정부 전복을 시도할 경우 새로운 차원의 '중동전'이 펼쳐질 수도 있다.
◇난마처럼 얽힌 宗派 구도
이번 공습에 참여한 5개국은 중동에서 '친미(親美)'로 분류되는 나라다. 하지만 모두 IS와 같은 종파인 이슬람 수니파에 속한다. 이번 공습으로 어부지리를 얻게 된 시리아 정권, IS와 대립하는 이라크와 이란은 시아파 국가이다. 하지만 외교 노선은 친미(이라크)와 반미(시리아·이란)로 각기 다르다. 따라서 이번 공습이 확대될 경우 전쟁이 종파 대결 구도로 변질돼 피아(彼我)와 선악(善惡) 구분이 안 되는 수렁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상군 투입 없이 IS를 섬멸할 수는 없다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IS가 더 강력하게 서구 세계를 대상으로 보복성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IS전'은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이후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 당시 2개월 만에 "임무 완수"를 선언했지만, 실제 철수까지 8년이 더 걸렸다. 이번 IS전도 비슷해질 수 있고 다음 대선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IS는 어떤 조직
이라크 북부·시리아 일대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 IS(이슬람국가)는 알카에다의 하부 조직으로 세력을 키워오다가 지금은 분리돼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같은 이슬람권이지만 다른 종파(宗派)에 배타적인 IS는 시아파 동맹인 이라크·시리아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IS 격퇴를 위해선 두 나라의 공조가 필요하지만, 이라크와 시리아에는 중동의 대표적인 친(親)미·반(反)미 정부가 들어서 있어 공조가 실현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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