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지구상에는 7000여개의 언어가 존재한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3000여개가 금세기 내에 사라질 전망이다. ‘멸종 위기’에 놓인 언어는 연해주 아무르강 유역의 니브흐어와 울치어, 크림반도 거주 유대인의 크름차크어, 아프리카 서북부의 제나가어 등이 꼽힌다.
언어는 한 공동체가 분열돼 다른 공동체 속으로 편입될 때 위기에 놓인다. 지배 민족이 소수 언어를 존중하지 않고 성급히 동화를 시도하거나 생활환경과 주거지를 파괴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소수민족 구성원이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스스로 지배 언어권에 편입되면서 자연스레 잊히기도 한다. 특히 20세기 이후 영어가 국제 공용어로 통용되며 언어 멸종 현상은 가속화됐다.
사멸 중인 언어 중 가장 대표적인 건 한국어와도 밀접한 만주어다. 만주어는 근세기까지 청나라의 지배 언어였다. 청나라 정부는 건국 초기부터 만주족 문화 보존에 열을 올렸지만 결국 18세기말 중국문화에 완전히 동화되고 말았다. 현재 만주어 사용자는 30∼40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오지로 파견돼 중국문화와의 접촉을 피한 만주족 관리들의 후손이다. 사용자 모두 80대 이상 노인인 탓에 이들이 사망하면 만주어는 사실상 사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언어는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마지막 화자(話者)가 사망할 때 사멸한다.
인도 안다만 섬에서 사용되던 아카-보어는 한 85세 할머니가 혼자 간직하다 2010년 사망하면서 사라졌다. 알래스카의 에약어 또한 부모에게 말을 배운 89세 할머니가 2008년 숨지면서 함께 맥이 끊겼다. 아무르강 하류의 네기달어의 사용자는 10명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대다수가 인접 언어에 오염된 말을 구사하며 순수한 네기달어 사용자는 단 한 명이다.
한국어는 어떨까. 서울대 언어학과 김주원 교수는 8일 “일반적으로 언어는 문자가 없이도 사용자가 100만명만 있으면 살아남는다”며 “한국어는 사용자가 남북한을 합쳐 7000만명에 이르기 때문에 사멸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영어 몰입’으로 인한 국어 파괴를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자는 차원에서 과도한 영어 사용을 지적할 수는 있겠지만 언어로서의 생명력과는 다른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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