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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애국심에 기대지 마라! 온라인 결제시장 즈푸바오에 다 뺏길 판”
알리페이와 제휴한 박소영 페이게이트 대표
“중국 관광객이 한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즈푸바오(支付寶·알리페이)로 물건을 구매하고, 즈푸바오로 마을버스를 타고, 서울 명동과 동대문에서 즈푸바오로 오프라인 결제를 합니다. 이때 발생하는 금융수익(수수료)은 중국 알리바바로 실시간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5일 만난 온라인 지급결제대행사(PG) 페이게이트의 박소영(45) 대표는 “한국에 남아야 할 금융수익이 통째로 중국으로 건너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최근 ICT, 금융, 유통업계의 화두는 단연 ‘핀테크’다. 핀테크는 ‘파이낸스(금융)’와 ‘테크놀러지(기술)’를 합친 합성어. 그중 단연 화제는 중국발(發) 핀테크의 공습이다. 회원 수 8억명을 거느리고 중국 전자결제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한 알리바바의 ‘즈푸바오(알리페이)’는 한국으로까지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그간 롯데면세점 등 한정된 지역에서 ‘즈푸바오’로 결제하던 중국 관광객들은, 이제 서울 명동과 동대문에서도 스마트폰의 즈푸바오 바코드를 이용해 화장품 등을 닥치는대로 사들인다. 당연히 즈푸바오 사용에 따른 구매수수료는 중국으로 넘어간다. 재주는 곰(한국 상인)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중국)이 먹는다는 속담 속의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 이로 인해 인천공항에서 위안화를 원화로 바꾸는 중국 관광객들도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젊은 관광객들은 이미 즈푸바오 바코드가 있는 샤오미(小米) 스마트폰만 들고 한국에 입국한다. 원화에 대한 수요가 줄며 가뜩이나 변방통화에 불과한 원화의 파워 역시 점점 약해질 조짐이다.
반대로 한국 핀테크 기업들의 중국 시장 공략은 요원하기만 하다.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의 이중삼중 과잉규제로 한국의 전자결제 시장이 온라인 갈라파고스로 전락한 탓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 177만명마저 액티브엑스와 공인인증서, 휴대폰 인증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 이용이 쉽지 않다. 생소한 결제환경 탓에 외국인 구매자들은 이용이 더욱 어렵다. 결국 이는 국내 거주 조선족 동포들의 ‘구매대행 및 배송(보따리상)’이란 신생 업종만 키워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박소영 대표가 이끄는 페이게이트는 1998년 출범한 온라인 지급결제대행사(PG)다. 액티브엑스를 요구하지 않는 지급결제 대행서비스로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해외카드 이용자에게 인지도가 더 높다. 박 대표는 “페이게이트 전체 매출(결제수수료)의 60% 이상은 크로스보더(국경 간) 매출에서 나온다”며 “중국의 즈푸바오(알리페이), 차이푸통(텐페이), 은련(유니언페이) 등은 모두 페이게이트를 통해 결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페이게이트는 2007년 국내 PG사 최초로 중국 최대 전자결제 시스템인 즈푸바오와 제휴관계도 구축했다. 그에 따르면, 페이게이트는 중화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즈푸바오의 제1호 파트너다. 즈푸바오와의 제휴는 박 대표의 집에서 보모 겸 가사도우미로 일한 40대 조선족 동포 아줌마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중국에서 즈푸바오가 잘나가더라는 소식을 접한 박 대표가 집에서 일하던 조선족 아줌마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 조선족 아줌마는 흔쾌히 즈푸바오에 전화를 걸어서 페이게이트를 소개한 뒤 한·중 간 제휴를 성사시켰다. 결국 2013년을 기점으로 즈푸바오뿐만 아니라 차이푸통(텐페이) 등 중국의 거의 모든 지불수단으로 제휴를 확대했다.
중국 최대 저가항공사(LCC)인 춘추(春秋)항공 역시 지난해 9월 인천~푸동(상하이), 인천~스자좡(허베이성) 노선에 취항하면서 페이게이트를 결제대행사로 선정했다. 일례로 춘추항공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페이게이트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해 액티브엑스나 공인인증서 없이도 인천~푸동(상하이) 간 항공권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에서 항공권을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박 대표는 “춘추항공 항공권 구매고객 1위가 중국인이고, 그 다음이 한국인”이라며 “춘추항공 측도 페이게이트의 비중을 점차 늘려 간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온라인 지급결제대행 시장은 KG이니시스, LG유플러스 등이 1, 2위를 다투고 있다. 대다수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버튼을 누르면 이들 회사의 결제창이 뜬다. 하지만 결제를 진행하다 보면 액티브엑스 등을 수차례 요구하고, 깔다가도 종종 ‘결제 실패’란 창이 뜨기가 일쑤다. 박 대표는 “만약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 신용카드를 이용해 인터넷상에서 영국 런던으로 넘어가는 기차표를 사려면, 이것저것 깔라고 요구하는 통에 도저히 기차표를 구매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 익스플로러가 아닌 ‘넷스케이프’나 ‘파이어폭스’ ‘크롬’ 웹브라우저 등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면 당최 구매가 불가능하다.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천송이 코트’를 언급한 후, 금융위원회와 업계에서 결제방식 간편화를 시도한답시고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액티브엑스’에서 ‘EXE’ 방식으로 개선된 정도다. 여전히 결제하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 무엇인가를 내려받아야 하는 ‘플러그인’ 기반이다. 박소영 대표는 이를 두고 “자물쇠를 채워놨다가 비밀번호로 바뀐 데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렇다고 ‘EXE’ 방식이 대단히 안전한 것도 아니다. 박 대표는 “EXE 방식도 벌써 해킹에 뚫리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손님을 더 끌어오기 위해서는 페이팔, 즈푸바오처럼 웹표준 방식으로 전환해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장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경우 생기는 ‘카드 부정 사용’ 등은 카드 부정 사용 방지기술과 제3기관의 보안감사 등을 통해 충분히 예방하고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페이게이트는 매년 미국 전문기관으로부터 ‘보안감사’를 받는다.
박소영 대표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한국핀테크포럼 의장도 맡고 있다. 최근 핀테크가 각광을 받으면서 출범 초 44명에 불과하던 회원 수는 200명 이상으로 훌쩍 늘어났다. 포럼에서도 한국이 처한 이런 위기감을 공감하고 있다. “웹표준 방식으로 전환이 늦어질 경우 한국인들도 즈푸바오를 결제수단으로 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경고다.
지금은 우리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즈푸바오는 국내 체류 중국인만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하지만 즈푸바오 계정은 중국인 지인의 도움만 있으면 손쉽게 개설할 수 있다. 이미 상당수 한국인이 미국 페이팔 계정을 보유하고 온라인결제 때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즈푸바오가 선불 예치금에 은행이자보다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만큼, 한국인들 역시 즈푸바오로 급속히 쏠릴 공산이 크다. 은행보다 높은 예치금 이자는 즈푸바오가 단시간에 사용자 8억명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한 비결이다. 박소영 대표는 “나를 포함해 우리 회사 직원 가운데 절반이 즈푸바오의 계정을 갖고 있다”며 “한국인들 역시 금융소비자인 만큼 애국심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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