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일본선 원폭피해 알리는 상징
2마리는 화환 건넨 학생들에
2마리는 방명록 옆에 놓아
오바마가 히로시마에서 접은 종이학 4마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히로시마에서 종이학을 접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학생들로 가장 붐비는 공간은 원폭 후유증으로 백혈병이 발병해 사망한 사사키 사다코(1942~1955)를 기리는 ‘원폭의 아이 상’이다. 투병 중이던 사사키는 종이학을 1000마리 접으면 완쾌될 수 있다는 얘길 듣고 약 종이를 모아 964마리까지 학을 접다 병을 이기지 못하고 숨졌다. 이후 종이학은 원폭 피해의 비인도성을 고발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히로시마에 수학여행을 오는 일본 학생들은 어김없이 자신들이 접은 종이학을 이 상에 바치는 행사를 연다.
<도쿄신문>은 28일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에서 직접 4마리의 종이학을 접어 2마리는 그를 맞이한 초·중학생에게, 남은 2마리는 자신이 기록한 방명록 옆에 놓았다고 보도했다. 소식을 들은 사다코의 오빠인 마사히로(74)는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사다코도 분명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27일 원폭사몰자위령비 앞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헌화할 화환을 건넨 여학생이 피폭 3세인 나미카와 모모카(17)였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피폭자분들이 살아계실 동안에 (미국 대통령을) 만날 수 있게 돼 좋았다. 실제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손을 잡고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한 쓰보이 스나오(91)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피단협) 대표위원은 “훌륭한 연설이었다. 핵무기를 없애는데 일보전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오바마 대통령이 위로하며 등을 토닥였던 모리 시게아키(79)도 “오랜 시간 활동한 게 이런 식으로 보상을 받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피폭자인 모리는 히로시마에서 피폭된 미국인 12명의 실태를 조사해 미국의 유족들에게 알리는 활동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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